FASHION

루이 비통의 심장에 가다!

루이 비통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아니에르(Asnières) 공방

프로필 by 서동범 2026.02.23

VISION OF CRAFTSMANSHIP


1백70여 년의 역사를 품은 혁신적인 이야기가 담긴 곳. 루이 비통의 심장, 아니에르(Asnières)를 가다.


모노그램 ‘알마’ 백.

모노그램 ‘알마’ 백.

1854년 창립 이래 창의적인 러기지와 핸드백, 액세서리를 통해 창립자의 정신인 ‘여행의 예술(Art of Travel)’을 이어 나가고 있는 루이 비통. 하우스 고유의 유산에 충실하며 건축가, 예술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지속하고 레디투웨어, 슈즈, 액세서리, 시계, 주얼리, 향수 등의 분야로 계속 확장해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하우스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아니에르가 자리한다. 지난 1월, 2026 S/S 파리 오트 쿠튀르 기간에 ‘루이 비통의 심장’이라 불리는 아니에르 공방에 방문했다.

고즈넉한 파리 북서부에 위치한 아니에르는 루이 비통과 그의 후손들이 남긴 유산들로 채워져 있다.(1859년에 그가 설립한 현대적인 아틀리에와 더불어 가족들이 거주했던 저택이다.) 파리에 브랜드를 창립한 지 5년 후, 루이 비통은 트렁크 생산을 수용할 수 있는 워크숍을 짓기 위해 이곳을 선택했다. 센(Seine) 강을 끼고 있는 지리적 이점으로 트렁크 제작에 사용되는 포플러 나무 같은 원자재를 쉽게 운송할 수 있었건 것. 시간이 흐르며 아틀리에는 점차 확장되었고, 빠르게 루이 비통 장인정신의 중심부로서 트렁크와 러기지,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스페셜 오더를 제작하게 되었다. 오늘날 브랜드를 상징하는 다미에(Damier)와 모노그램(Monogram) 패턴이 탄생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특히 1896년, 장남 조르주 비통(Georges Vuitton)이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기리며 만든 모노그램은 초창기 럭셔리 브랜딩의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로 높이 평가 받는다. 아니에르 아틀리에가 만들어질 당시 루이 비통은 작은 거주 공간을 함께 구성했고, 1870년에 이르러 정식으로 가족들을 이곳에 이주시켰다. 이후 19세기 말, 그의 아들 조르주 비통이 저택을 물려받아 확장 공사와 장식 작업을 거친 후 오늘날까지 그 모습과 공간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저택의 내부는 당대 예술 운동인 프랑스 아르누보 양식을 과감히 받아들여 장식적 요소가 풍부하다. 저택에 배치된 가구와 예술작품들 역시 세대를 아우르는 진정성을 담아 신중하게 구성되었다. 아틀리에의 분주한 활동과 대비되는 이 고요한 공간에는 가족에 대한 기억이 고스란히 머물러 있으며, 위대한 선구자들의 삶을 기리는 마법 같은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 있다.

루이 비통의 가족이 거주했던 아니에르 저택의 아르누보 양식 디테일.

루이 비통의 가족이 거주했던 아니에르 저택의 아르누보 양식 디테일.

루이 비통 트렁크를 위한 광고 이미지, 1931년.

루이 비통 트렁크를 위한 광고 이미지, 1931년.

작업 중인 피스들이 놓인 워크숍과 트렁크가 전시된 갤러리 풍경.

작업 중인 피스들이 놓인 워크숍과 트렁크가 전시된 갤러리 풍경.

작업 중인 피스들이 놓인 워크숍과 트렁크가 전시된 갤러리 풍경.

작업 중인 피스들이 놓인 워크숍과 트렁크가 전시된 갤러리 풍경.

워크숍을 설립한 지 약 1백70년이 지난 2026년, 아틀리에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루이 비통에게도 익숙했을 원목 향이 먼저 방문객을 반긴다. 트렁크와 스페셜 오더 제작에 쓰일 포플러, 너도밤나무, 이국적인 오코메(okoumé) 목재를 절단하는 데 할애된 공간이다. 이어지는 짙은 가죽 향과 함께 트렁크에 못을 박는 망치질, 재봉틀의 경쾌한 윙윙거림 등 이곳에서 들리는 소리 또한 시대를 초월한다. 작업대마다 다양한 연령과 배경의 남녀 장인들이 자리해 있고 이들은 메종의 타임리스한 피스를 향한 창작 열정과 장인정신에 대한 존중을 나눈다. 장인들이 매일 반복하는 수많은 손놀림은 수세기 동안 변하지 않았다. 실제 루이 비통에게도 익숙했을 손놀림이다. 쿠리에 트렁크(Courier trunk)부터 주얼리 박스, 8개의 시계를 담는 박스 세트, 카지노 트렁크(Casino trunk), 칵테일 트렁크(Cocktail trunk) 또는 말 코아퓨즈(Maille Coiffeuse)까지. 공방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을 보고 있자니 루이 비통 역시 자신의 오리지널 디자인이 이렇게 확장된 모습에 분명 기뻐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아니에르 공방에서 탄생하는 모든 피스는 하우스의 유산과 기술의 융합을 보여준다. 커팅 기계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루이 비통 가죽 제품 제작에 사용되는 고귀한 가죽을 극도로 정밀하게 절단하며, 이를 통해 가죽의 사용 효율을 극대화한다. 물론 언제나 아틀리에의 숙련된 가죽 커팅 전문가가 이 과정을 직접 감독한다. 그리고 그 근처에서 스트랩 가장자리를 부드럽게 폴리싱하고, 가죽 색상과 어우러지도록 솔기를 섬세하게 채색하는 등, 백의 디테일을 손끝으로 세밀하게 마무리하는 작업도 진행된다. 공방을 지나다 보면 하우스 아카이브 속 아이코닉한 피스들을 통해 메종의 유산을 조명하는 전시를 여는 공간과 마주한다. 시간 순이든 주제에 따라 나누든, 디자인 속에 흐르는 진화와 혁신은 과거와 현재의 아티스틱 디렉터들 사이에 이어지는 창의적 교류를 더 부각시킨다. 관람객들은 입체적인 디지털 트렁크를 지나 주제별로 큐레이션된 전시 사이를 자유롭게 거닐며 루이 비통의 창의적이고 아이코닉한 피스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오늘날에도 아니에르 아틀리에는 아이코닉한 피스 중 많은 제품을 여전히 선보이고 있으며,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동시에 메종의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 클래식한 플랫 트렁크부터 예술품 보관을 위한 맞춤형 업라이트 트렁크, 트로피 케이스, 그 외의 특별한 스페셜 오더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피스들은 장인들의 수작업이 빚어낸 탁월한 장인정신을 입증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세계 속에서 그 의미와 생동감을 이어가고 있다.


아니에르 저택에서 피에르-루이 비통. 조르주 비통의 포트레이트.

Interview with Pierre-Louis Vuitton

루이 비통 가문의 6대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하우스의 장인정신(Savoir-faire) 부분 총괄을 맡고 있는 피에르-루이 비통(Pierre-Louis Vuitton). 루이 비통 말티에(Malletier) 유산과 장인정신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데 헌신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하퍼스 바자 아니에르를 방문해보니 루이 비통 창업 가문의 가족들이 거주했던 아르누보 양식의 저택과 장식을 배제한 공방 건물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루이 비통의 심장 아니에르 워크숍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피에르-루이 비통 1859년, 파리에서 자신의 하우스를 설립한 지 불과 5년 만에 루이 비통은 이미 유명한 자신의 트렁크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큰 공방을 꿈꿨다. 이후 아니에르 공방이 지어졌고 이후 확장되어 이곳은 전 세계 고객을 위한 트렁크, 러기지, 그리고 맞춤 제작 제품을 제작하는 루이 비통 노하우의 중심지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오늘날에도 아니에르 공방은 이러한 아이코닉 피스들을 지속적으로 창조하며 전통과 모던함을 결합하고 있다. 클래식한 플랫 트렁크에서부터 예술작품을 위한 맞춤형 업라이트 트렁크, 트로피 트렁크, 그 외의 스페셜 오더에 이르기까지 모든 피스는 손으로 완성한다. 나에게 아니에르는 단순한 공방이 아니다. 나는 그곳에서 태어났고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아틀리에 옆의 거리를 거닐며 아버지가 쉼 없이 일하는 모습을 내내 지켜보았다. 장인정신과 세심함이 어우러진 그 리듬, 그리고 각각의 피스를 빚어내는 손길은 오늘날까지도 내 안에 깊이 각인돼 있다.

하퍼스 바자 당신에게 ‘전통’과 ‘유산’이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피에르-루이 비통 루이 비통의 장인정신(Savoir-faire) 총괄 책임자로서 ‘유산(heritage)’이라는 개념은 나에게 메종의 본질을 그대로 담고 있는 의미로 다가온다. 그것은 단순한 단어 그 이상이며 우리의 장인 기술이 품고 있는 정신이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끊임없는 대화다. ‘전통(tradition)’은 우리 창립자들의 정밀한 예술성, 각 세대가 이어온 혁신 정신 그리고 우리의 손길을 이끌어온 탁월함을 향한 확고한 헌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는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온 지식으로 최상의 소재, 한 땀 한 땀의 정밀함 그리고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독창적인 구조에 담겨 있다. 이 전통은 결코 멈춰 있지 않다. 우리가 계속해서 정교하게 다듬고 조정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세계 속에서 그 의미와 생동감을 유지한다.

1926년 루이 비통 매출 장부를 비롯해 제품 카탈로그와 초장기 모노그램 트렁크 등의 아카이브. 1926년 루이 비통 매출 장부를 비롯해 제품 카탈로그와 초장기 모노그램 트렁크 등의 아카이브. 1926년 루이 비통 매출 장부를 비롯해 제품 카탈로그와 초장기 모노그램 트렁크 등의 아카이브. 1926년 루이 비통 매출 장부를 비롯해 제품 카탈로그와 초장기 모노그램 트렁크 등의 아카이브.

하퍼스 바자 1백7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하우스를 대표하며, 가문의 후계자로서 그리고 장인정신 총괄로서의 무게는 어떠한가? 메종의 유산과 장인정신을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지 궁금하다.

피에르-루이 비통 첫째, 하우스의 영혼과 가치 그리고 루이 비통이 직접 심어놓은 선구적인 정신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있다. 둘째, 장인정신을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나의 핵심 사명은 우리의 고유한 예술적 기량을지속적으로 보존하고 전승되도록 하는 데 있다. 따라서 나는 우리의 테크닉을 문서화하며, 모든 단계와 제스처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기록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이를 통해 장인들의 전문성에 담긴 미묘한 결을 포착해 살아 있는 아카이브를 구축한다. 이는 멘토링과 도제식 훈련을 강화함으로써 이뤄지기도 한다.

하퍼스 바자 당신이 생각하는 미래에 이어질 럭셔리의 핵심은?

피에르-루이 비통 모든 것은 우리의 장인정신 전승에 달려 있다.

아니에르 아틀리에 풍경. ‘키폴’ 백의 작업 과정.

하퍼스 바자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스페셜 오더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피스는?

피에르-루이 비통 트로피 트렁크에 얽힌 이야기 중 특히 아버지가 개발한 아메리카 컵(America’s Cup)과 관련된 트렁크가 떠오른다. 아니에르에 있는 우리의 유서 깊은 공방을 방문하면 아메리카 컵 트로피가 놓여 있었다. 아버지가 트로피의 곡선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살피며 연구하는 모습을 목격한 것이 내게 깊은 영감과 커다란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대양과 대륙을 넘나드는 동안 안전하게 운송될 수 있도록 트렁크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그의 헌신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퍼스 바자 1859년 루이 비통이 처음 품었던 비전으로부터 오늘날까지, 그리고 당신이 2004년 메종에 합류한 지도 20여 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이곳에서 이루고자 했던 꿈과 앞으로의 당신의 비전은 무엇인가?

피에르-루이 비통 1980년까지 오랜 시간 동안 모노그램은 루이 비통의 주된 캔버스였다. 이후 추가적인 컬러와 소재가 도입되었지만, 모노그램은 이미 강력한 정체성을 확고히 구축한 상태였다. 패션이 루이 비통 세계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으면서 더욱 공고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이 이를 포용하고, 새로운 생명과 해석을 더해온 과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모노그램은 하나의 제품이자 동시에 창작을 위한 캔버스로 기능한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다. 하이주얼리와 워치, 그리고 레디투웨어 패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처럼 탁월한 다재다능함과 지속적인 존재감이야말로 오늘날 모노그램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앞으로 펼쳐질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

Credit

  • 사진/ ©️Louis Vuitton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