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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랑이 어려운 이유, ‘72시간 소개팅’ 기획자 유규선이 말하다

요즘 연애부터 ‘72시간’ 촬영 비하인드, 그리고 유규선이 말하는 사랑까지

프로필 by 방유리 2026.01.24

“요즘 왜 이렇게 사랑하기 어려울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72시간 소개팅>의 기획자 유규선을 만났다. 자극적인 도파민 대신, 72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함께 여행하며 오롯이 대화와 사람에게 집중하는 소개팅. <72시간 소개팅>은 빠른 판단이 아닌, 천천히 쌓여가는 감정의 결을 따라간다. 정해진 시간의 끝에서 결국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사랑의 순간까지, 우리가 잊고 지내던 설렘의 속도를 다시 묻는다.


이 이야기를 기획한 유규선이 바라보는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72시간 소개팅>의 비하인드부터, 요즘 사랑을 향한 그의 솔직한 생각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키워드 1. 요즘 사랑


'72시간 소개팅' 영서와 현웅

'72시간 소개팅' 영서와 현웅

요즘 왜 사랑하기 어려울까요?

이번에 ‘4X4 소개팅’ 공개 모집을 시작했는데, “사랑이 어렵다”, “시작이 힘들다”, “사랑을 배우고 싶다, 해보고 싶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요즘 친구들이 사랑 하는 것을 힘들어하는구나 싶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요즘 로맨스를 접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생각도 들어요. 기술은 훨씬 좋아지고 영화의 종류는 많아졌지만, 정작 로맨스 장르는 예전보다 줄어든 느낌이거든요. 예전에는 사랑을 꿈꾸게 만드는 영화들이 훨씬 많았다고 생각해요. 저도 로맨스 영화를 보면서 사랑을 꿈꿨거든요. ‘나도 저렇게 사랑하고 싶다’ 이런식으로요.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를 보면서 이나영 씨 같은 성격의 여자친구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그런 로맨스 장르를 접하기 어려워지다 보니, 사랑을 자꾸 나중으로 미뤄두는 것 같아요.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 유튜브 'MBCentertainment' 캡처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 유튜브 'MBCentertainment' 캡처


사랑에 쉽게 빠지는 방법이 있을까요?

이게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의 무게를 좀 내려놓으면 좋겠어요. 사랑도, 사람도 별거 아니라는 생각으로요. 대신 내가 ‘사랑하는 상태의 나’를 좋아했으면 해요. 좋아하는 건 자주 하게 되잖아요. 좋아하는 옷을 자주 입는 것처럼. 사랑에 빠진 나를 좋아하게 되면, 사랑도 훨씬 쉬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실제로 그렇거든요. 사랑에 빠진 제 모습이 되게 좋아요.


DM이나 앱으로 인연을 시작하는 건 어떻게 보세요?

그걸 이상하다고 보는 시선 자체가 이상한 것 같아요. 결국은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전에는 펜팔로 사랑을 주고받았고, 그걸로 영화도 만들어졌잖아요. 무전으로 연결된 사랑 이야기도 있고요. 지금은 DM인 거죠. 오히려 DM이 더 나을 수도 있어요.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 안에서 만나다 보니 주변 인물도 어느 정도 보이고, 기본적인 정보도 있잖아요. 그래서 더 로맨틱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사람들이 너무 어두운 면만 집중해서 보는 것 같아요. 둥글둥글한 것보다는 뾰족한 게 더 눈에 잘 띄니까요.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결혼까지 이어지는 분들도 분명히 있거든요. 결국 그걸로 인연을 만나는 건 그냥 하나의 도구일 뿐이에요.



키워드 2. 유규선의 사랑


유규선은 연애 고수 VS 하수?

저는 하수.(웃음) 연애는 많이 해본다고 느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바뀔 때마다 매번 새로 시작되는 경험이라고 느꼈어요. 이전에 세운 나만의 연애 방식이나 다짐도 새로운 관계 앞에서는 쉽게 흔들리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거나 주기도 하죠. 결국 연애가 느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쌓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전히 연애는 어렵고 서툰 영역이에요. 연애 어려워요. 어려워서 재밌어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을 때 적극적인 편인가요?

네, 저는 적극적이에요. 마음을 표현하는 편이에요. 옛날에 어떤 친구한테 배웠던 것 같아요. “표현에 돈 드는 거 아닌데, 그냥 해! 참으면 똥이야.”라고 해서 그때부터 표현을 적극적으로 했어요.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예쁘면 예쁘다고 즉각적으로 말하면서 그 순간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했어요. 그래서 많이 차였죠.(웃음)


사랑에 빠지기 좋은 장소가 있을까요?

저는 차 안을 되게 좋아해요. 그 작은 공간 안에서 대화를 하고, 음악을 틀고, 풍경도 바뀌고. 되게 좋은 영화를 보는 느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첫 데이트로 드라이브하는 거를 되게 좋아해요. 연애가 오래되면 같은 상황도 다르게 느껴지잖아요. 예를 들면 신호가 바뀌었는데 늦게 출발하면 원래는 짜증 날 수 있는 순간이죠. 그런데 설렐 때는 그런 사소한 것마저도 좋게 느껴지잖아요. “아, 우리가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나 보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요. 꼭 멀리 교외로 나가지 않아도 돼요. 오히려 늘 다니던 익숙한 길을 함께 달리는 것도 좋아요.


'72시간 소개팅' 상열과 채원

'72시간 소개팅' 상열과 채원


유규선의 10대부터 40대까지, 사랑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저는 제일 재밌었던 사랑을 꼽으라면 10대예요. 그때는 다 처음이잖아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이렇게 무섭기도 하고, 또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를 처음 알게 되는 시기라서요. 감정 조절도 안 되고. 요즘 말로 하면 도파민이 제일 많이 터지던 사랑이었죠.

20대는 풋풋했어요. 작은 일 하나에 쉽게 상처받고, 사소한 일에 크게 감동하고, 질투도 많이 하게 되고요. 이 시기 연애는 내 감정을 키우고 성장시키는 시간 같았어요.

30대에는 취향을 배우는 사랑이더라고요. 내 취향이 생기고, 만나는 사람들도 각자의 취향이 분명해지니까, 나에게 맞고 안 맞는 것이 무엇인지 많이 배웠어요. 결과적으로 나를 완성해 가는 시간이었고, 그때 배운 것들이 지금까지 다 남아 있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지금 40대에는 남아 있을 것만 남은 사랑 같아요. 좋아하는 것도,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대화하는 스타일도 모두 정리가 돼서 “나는 이런 사랑을 하는 사람이구나”가 좀 명확해졌죠. 그래서 사랑이 더 심플해지고, 감정에 더 깊게 몰입할 수 있다고 느껴요.

제일 좋았던 시기를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30대예요. 그때 사랑하면서 진짜 많이 배웠거든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나를 돌아보고, 고쳐야 할 것도 알게 되고요. 지금 20대라면, 30대에 시작하는 사랑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요.


'72시간 소개팅' 현웅과 영서

'72시간 소개팅' 현웅과 영서

'72시간 소개팅' 채원과 상열

'72시간 소개팅' 채원과 상열


로맨스 영화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조금 스포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계획은 없지만, 올해 안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목표예요. 말로 꺼낸 일은 되도록 실행하는 편이라, 어떤 형태로든 시도해보고 싶어요. 연애 프로그램을 소재로 한 로맨스 영화 같은 거요. 연애 프로그램을 찍는 PD와 출연자 사이의 이야기 같은 설정도 생각해 봤어요. 다만 지금은 아이디어보다 사람이 먼저인 상태예요. 저는 “이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형식부터 정하기보다, 함께 할 멤버부터 찾는 편이에요. 그래서 이번에 새로운 멤버들을 찾아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키워드 3. 72


'72시간 소개팅' 현웅과 영서

'72시간 소개팅' 현웅과 영서

'72시간 소개팅' 세준과 세진

'72시간 소개팅' 세준과 세진

유규선에게 '72'는 어떤 의미인가요?

72는 저에게 감정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에요. 보통 3일 정도 고민해요. 아니라고 느껴지면 과감히 포기하고, 맞다고 생각되면 그때 결정을 내려 앞으로 나아가는 편이에요. 그래서 중요한 선택 앞에서는 “3일 후에 답변 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72시간 소개팅' 현구와 미소 / 유튜브 '때때때' 캡처

'72시간 소개팅' 현구와 미소 / 유튜브 '때때때' 캡처

<72시간 소개팅>을 촬영하면서 설렜던 순간이 있나요?

둘째 날 아침에 현구 님 숙소 앞에서 미소 님이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저는 상상만 해도 설레더라고요. 전날 처음 만난 사람인데, 다음 날 아침에 내 숙소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 거잖아요. 원래 혼자 여행을 계획해 두었는데 둘이 하는 거예요. 그 전환이 너무 설레는 거죠. 잠깐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었지만, 그 순간이 정말 설레고 좋았어요.


<72시간 소개팅> 커플을 매치하는 기준이 있나요?

저희는 일단 한 명을 먼저 캐스팅해놓고, 그 사람에 맞춰서 상대를 골랐어요. 상대방이 갖고 있지 않은 걸 가진 분을 매치하려고 했고요. 왜냐하면 1대1 데이트에서 대화가 안 되면 진짜 재미가 없거든요. 그래서 제일 중요하게 본 게 “대화가 잘 통하느냐”였어요.

두 가지를 계속 고민했던 것 같아요. 취향이 비슷하면 살아온 과거는 다르게, 과거가 비슷하면 취향은 조금 다르게 이런 식으로 조합을 맞췄어요. 고민을 정말 오래 했어요.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설렘이 보이길 바랐고, 시청자분들한테도 그 설렘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72시간 소개팅>을 제작하면서 사랑에 대해 바뀐 생각이 있나요?

생각이 바뀌었다기보다 잊고 있었던 감정이 다시 생각났어요. 어릴 때나 첫사랑을 시작하기 전에는 다들 판타지 하나 있잖아요. 어떻게 사랑하고 싶고, 프러포즈하고 싶다, 어디서 100일 보내고, 어떻게 22일을 챙기고. 모든 순간이 다 소중하게 느껴지던 시기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사랑에 대한 판타지는 사라지고, 사회적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만 남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사랑을 중심에 두고 사는 삶을 잊고 살았다는 걸 촬영하면서 깨달았어요. 이게 되게 중요했구나 싶었고요.


Credit

  • 사진/ 유규선 인스타그램 @superryug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