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저스트 메이크업 1등 파리금손, 우승 뒤 첫 인터뷰

우승 상금부터 촬영 비하인드까지 단독 공개

프로필 by 정혜미 2025.11.21

저승사자, 영혼의 안내자


“저승사자는 배우로서 다시 한 번 연기해보고 싶은 역할이기도 하지만, 죽음이 가까워진 나이에 삶의 끝을 비춰보게 하는 존재예요. 막연히 두려운 대상이 아닌, 따뜻한 눈빛으로 마지막을 함께 걷는 길동무처럼 표현하고 싶었어요.” ‐ 배우 반효정


재킷은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셔츠, 커프스 반지, 플랫폼 슈즈는 모두 McQueen. 팬츠는 Jaybaek Couture. 모자는 12만원대, 웨이브 디테일 반지는 3만원대 & Other Stories. 귀고리는 Bottega Veneta. 소지에 착용한 반지는 개인 소장품.

※ 가격이 표기되지 않은 제품은 모두 가격 미정.


‘파리금손’ 민 킴(Min Kim)

타고난 감각과 스토리텔링으로 60명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중 최종 우승을 거머쥔 민 킴. 그는 메이크업을 기술이 아닌 감정과 예술의 언어로 해석한다. 붉은 말의 기세를 시각화한 아트워크부터 K-팝 무대에 생동감을 더한 퍼포먼스 메이크업, 저승사자를 영혼의 안내자로 풀어낸 커버 룩까지. 민 킴은 메이크업이 한 편의 서사로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하퍼스 바자 우승을 축하합니다. 방송에서 미처 말하지 못한 소감이 있을까요?

민 킴 너무 떨리고 긴장해서 가족을 비롯해 감사한 분들께 마음을 전하지 못했어요. 혼자 지내온 시간이 길다 보니 인간관계에서도 독립적인 편인데, 이번 경험을 통해 많은 분들의 응원과 사랑 속에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죠.

하퍼스 바자 방송에서 “1등 하면 퍼스트 클래스 타고 돌아간다”고 하였죠.

민 킴 작가님이 비하인드용으로 티켓 사진을 남겨도 좋겠다고 하셔서 알아보긴 했는데, 이미 마감이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이코노미로 돌아가며 ‘그래, 다시 심기일전하자’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하퍼스 바자 상금 3억원의 행방도 궁금해요.

민 킴 아직 그대로 있어요. 애초부터 상금에 대한 큰 계획은 없었어요. 지금은 그냥 통장에 찍힌 숫자 정도로 느껴져요.

하퍼스 바자 파리에 거점을 두고 활동 중이죠. 릴리 로즈 뎁, 마거릿 퀄리 등 세계적인 스타들과도 함께하고요. 한국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굳이(!) 출연한 이유는요?

민 킴 한 매체 인터뷰를 보고 작가님이 DM을 보내셨어요. 처음엔 돈 내고 홍보하라는 스팸인 줄 알고 이메일로 자세한 설명을 요청했죠.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너무 재미있겠는 거예요. <흑백요리사>의 에드워드 리 같은 포지션이라며.(웃음) 전 하고 싶은 일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해보는 편이에요. 물론 죽이 되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하고요. 고민은 늘 그 이후에 해요. 이번에도 하겠다고 말한 뒤에야 걱정이 몰려와서 어깨가 꽤 결렸어요.

하퍼스 바자 어떤 점이 가장 염려됐나요?

민 킴 K-뷰티요. 한국 아티스트이긴 하지만, 그동안 작업해온 방식과 결이 많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출연을 결정한 뒤부터 유튜브를 보며 열심히 공부했어요. 첫 촬영 날, 화면에서 보던 크리에이터들이 눈앞에 있으니까 신기하더라고요.

하퍼스 바자 그 덕분일까요? ‘K-POP 스테이지’ 미션에서 우승을 했어요.

민 킴 시즌 전체를 통틀어 가장 기쁜 순간이에요. 팬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을 때는 ‘아직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요. K-뷰티의 핵심은 디테일이라고 생각해요. 인형 같은 아이래시, 도톰한 애굣살, 완벽한 하이라이트처럼요. 반면 해외에서는 계산된 디테일을 오히려 꺼리기도 해요. 조금 흐트러져도 멋이 있다면 그것 역시 디테일이라고 여기죠. 그래서 전략적으로 남자 아이돌을 선택했어요. 물론 2년 전부터 투어스의 팬이기도 했고요.

하퍼스 바자 모든 미션에서 메이크업을 감정과 서사를 전하는 수단으로 사용했어요.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민 킴 90% 이상요. 메이크업도 결국 공감이 되어야 하거든요. 미션마다 약 2주간의 준비 시간이 주어졌는데, 열흘은 콘셉트와 서사를 잡는 데 썼어요. 나머지 기간엔 정확성과 속도 등을 연습했고요. 메이크업은 결국 기술이잖아요.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기술적으론 이미 100점이에요. 결국 어떤 이야기를 담아내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믿었죠.

하퍼스 바자 1라운드에서 1초 만에 합격하고, 참가자들이 뽑은 우승 예상자로 팀장을 맡았죠. 4라운드에서는 가장 먼저 결승에 진출했고, 결국 최종 우승까지 거머쥐었어요. 비결이 무엇일까요?

민 킴 첫 미션 때 60명의 모델이 한자리에 서 있는 모습을 보며 알았어요.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겠구나’. 그래서 초반부터 쇼적인 완성도에 집중했고, 심사위원들의 눈에 빠르게 포착된 것 같아요. 커버 미션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바자>라는 매거진의 색깔, 조명, 앵글까지 고려해 룩을 연출했어요. 전체 화면 속에서 어떻게 기억될지를 가장 고민했죠.

하퍼스 바자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하는 것도 ‘파리금손’의 강점이에요. 하지만 이런 요소가 메이크업의 영역인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기도 했죠.

민 킴 룩 전체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면 무엇이든 메이크업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순간에는 메이크업을 생략하는 것조차 하나의 메이크업이 되기도 하고요. 단순히 취향 때문에 오브제를 사용한 건 아니에요. ‘하이패션’ 미션에서 사용한 LED 아이라인은 브랜드의 지난 쇼를 조사하다가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레퍼런스에서 얻은 아이디어였어요. 그 브랜드의 언어를 메이크업으로 번역한 셈이죠. 물론 질감, 대칭, 컬러 등 메이크업 본질적인 코드와의 균형도 잃지 않았고요.

하퍼스 바자 반효정 선생님께 사용한 자개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민 킴 한국적인 요소를 고민하던 중 자개가 떠올라 시장조사를 나갔어요. 그러다 우연히 어떤 두 분의 대화를 들었는데, 어느 자개가 50년이 넘은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 순간 반세기 넘게 연기 생활을 하신 선생님이 떠올랐어요. 오랜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는 점이 맞닿아 있었고, 그 세월의 층위를 얼굴 위에 옮겨 담고 싶었어요.

하퍼스 바자 오래된 자개라 다루기 쉽지 않았다고요.

민 킴 정말 조심스러웠어요. 자개를 다루는 동안 뭉클한 순간이 많았죠. 자개가 붙어 있는 원판을 미지근한 물에 담갔다가 물 위로 떠오르면 하나씩 꺼내 말려야 해요. 그 과정이 마치 오랜 시간을 건져 올리는 일 같았어요. 깨져서 버려야 하는 조각들도 있었지만, 세월을 견디고 남은 자개는 저마다의 고유한 빛과 형태를 품고 있죠.

하퍼스 바자 특유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표현 방식에 감탄하는 댓글이 많았어요. 과거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영감이 된다”고 말했죠.

민 킴 지금 눈앞에 보이는 보드의 타이포, 사진, 공간의 색감까지, 이런 요소들을 머릿속에 담으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요. 어릴 때부터 생각하고 상상하는 걸 좋아해서인지 이제는 자연스러운 습관이 된 것 같아요. 그렇게 다양한 공간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집에서는 정리하고 비워내는 시간을 가져요. 영감을 채우는 일만큼 비우는 과정도 중요하죠. 혼자 멍하니 있는 시간조차 창작의 일부예요.

하퍼스 바자 작업할 때 직관을 따르는 편인가요, 계획적이고 분석적인가요?

민 킴 직관적으로 하고 싶은 이미지가 떠오르면 그 다음부터는 치밀하게 분석하고 계획해요. 하지만 직관도 그냥 생기는 건 아니에요. 머릿속에 쌓인 경험과 아카이브가 있어야 발휘되죠. 즉, 직관을 갖기 위해서도 계획적인 준비가 필요해요.

하퍼스 바자 메이크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민 킴 훨씬 재미를 찾게 된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이라도 익숙해지면 지루해질 때가 오잖아요. 그때 <저스트 메이크업>이 찾아왔죠. 그리고 ‘작업을 직접 이끌고 만들어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생각보다 아이디어도 많고요.(웃음) 언젠가는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 컨설팅 같은 일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막연했던 생각들이 확신과 자신감으로 자리 잡았죠.

하퍼스 바자 <저스트 메이크업> 애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질문일 것 같아요. 메이크업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민 킴 뭘 그렇게 잘하려고 해요.(웃음) 메이크업도 결국 내가 입는 거잖아요. 나에게 편하고 좋으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요?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세요. 물론 스킬을 배우고 싶다면 얼마든지 가능하죠. 하지만 굳이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Credit

  • 사진/ 신선혜
  • 헤어/ 윤광효
  • 세트 스타일리스트/ 권도형(Ondoh)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