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큰 거 온다. 영화 '보스'로 뭉친 4인의 배우들
조우진, 정경호, 박지환, 이규형이 작정하고 말아주는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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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NOT THE BOSS
권력 따위 관심 없는 조직원들의 이야기. 보스 없는 영화 <보스> 안에서 조우진, 정경호, 박지환, 이규형이 한바탕 놀아난 뒤.

박지환이 착용한 코트는 Bonbom. 팬츠는 Amomento. 슈즈는 Loewe. 정경호가 착용한 코트는 Ych. 팬츠는 Levi’s. 슈즈는 Jimmy Choo. 목걸이는 아티스트 소장품.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조우진이 착용한 재킷은 Bonbom. 팬츠는 Juun.J. 슈즈는 Bottega Veneta. 이규형이 착용한 재킷, 슈즈는 Ferragamo. 반지는 Chrome Hearts.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 팬츠는 We11done. 슈즈는 Bottega Veneta.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 팬츠는 Eenk. 셔츠는 HeonKim. 넥타이는 Bottega Veneta. 슈즈는 Prada.

베스트, 팬츠는 Eenk. 슈즈는 Lemeteque.

재킷, 팬츠는 Wooyoungmi. 슈즈는 Versace.

이규형이 착용한 재킷은 Ferragamo. 반지는 Chrome Hearts. 슈즈는 Ferragamo. 슬리브리스,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정경호가 착용한 코트는 Ych. 팬츠는 Levi’s. 슈즈는 Jimmy Choo. 목걸이는 아티스트 소장품.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규형
하퍼스 바자 <보스>는 보스 자리를 양보하려는 조직원들의 이야기다. 시나리오를 본 첫인상은 어땠나?
이규형 술술 읽혔다. 내가 연기한 태규는 언더커버 경찰이다. 다들 보스를 하지 않으려 하듯, 태규도 지긋지긋한 언더커버의 삶을 그만하고 싶다. 맡은 역할을 해내 공을 세우고 경찰로 돌아가고 싶지만, 확실한 뭔가를 이루기 전까지는 이 생활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경찰로서의 진중한 면모와 식구파 조직원으로서의 삶은 늘 부닥치고, 그렇게 정체성의 혼란이 온다. ‘본캐’보다는 ‘부캐’로 더 오랜 기간을 지내다 보니 조직이 더 가족 같고 더 소중하게 느껴지면서 오는 혼란이 재미의 한 요소일 것이다.
하퍼스 바자 극의 후반부, 태규가 소동을 일으켜 주목을 받을 것 같다. 극장을 나선 누군가는 <보스>를 ‘이규형의 영화’라 느끼지 않을까?
이규형 아휴. 아니다. 후반부에 일어날 엄청난 소동 안에서 태규가 활약은 하지만, 확실히 거드는 캐릭터다. 태규는 잠입한 경찰이지만 식구파의 일원으로서 얼떨결에 애를 쓴다. 그 모습이 코믹 액션과 어우러지면서 무척 재미있는 장면들이 만들어졌다. 태규는 본캐와 부캐 모두 억눌려 있어서 아무래도 발산이 필요하다. 그런데 돌아보면 <보스>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모두 발산하는 연기를 하고 있더라.(웃음)
하퍼스 바자 라희찬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이규형 감독님은 기본적으로 믿고 맡겨주시는 편이다. 물론 캐릭터마다 원하시는 포인트는 정확히 있었다. 감독님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내가 생각하는 것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소통은 원활했다고 생각한다. 시너지가 있었다.
하퍼스 바자 작년 개봉한 영화 <핸섬가이즈>에서 박지환과 호흡을 맞춘 ‘경찰 듀오’가 인상적이었다. <보스>에서는 박지환과 어떤 관계를 보여주나?
이규형 지환 형의 경우, ‘아니,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 있을까’ 하고 탄성이 나온다. 카메라만 돌아가면 너무 뻔뻔하게 잘하니까 같이 연기할 때마다 웃음이 터진다. NG를 안 내려고 최대한 노력하면서 뒤돌아서 웃곤 했다. 태규는 증거를 확보하려는 현장에서 판호(박지환)의 눈치를 본다. 긴장감 넘치는 장면인데 앙상블이 맞아야 거기서 웃음을 유발할 수 있다. 각자 자기 연기만 해버리면 나중에 편집으로도 소생이 안 된다. 우리는 사전에 약속하지 않았는데도, 서로를 잘 받아쳐줬다. 이건 여러 번 합을 맞춰봤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환 형과 나는 이제 눈빛만 봐도 아는 지점들이 있다.
하퍼스 바자 <보스>에서는 중식당 미미루를 운영하는 순태의 오른팔이 되었다. 조우진과의 연기는 어땠나?
이규형 우진 형은 주인공으로서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리더십이 대단하다. 구석구석 잘 챙기는 동시에 모두를 아우르는 책임감이 보여 놀랐다. 형도 나도 20대였을 때 대학로에서 연극을 함께 했다. 그 시절에는 정릉 꼭대기의 다 쓰러져가는 연습실에서 합숙을 하다시피 했다. 식사 때가 되면 연출님이 만원을 주신다. 구멍가게에서 산 꽁치 통조림, 달걀 등으로 같이 밥해 먹으면서 연기를 했다. 그렇게 1년을 보냈다. 괜히 우진 형의 오른팔이 아니다!
하퍼스 바자 연극, 뮤지컬, 드라마, 영화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서 작업하고 있다. 무엇이 이규형을 쉬지 않고 일하게 하나?
이규형 소처럼 일하는 스타일이다. 일하는 것이 정말 좋다. 일할 때 가장 재미있다. 가끔 여행 다녀올 정도의 여유만 있다면 늘 어딘가로 출근해 카메라 앞, 무대 위에 서고 싶다. 다음 작품으로는 뮤지컬에 들어간다. 과학자 장영실과 세종대왕의 미스터리를 다룬 <한복 입은 남자>에서 세종대왕 역을 맡았다. 12월 초연 예정이다.
하퍼스 바자 이미 많은 역할을 해왔음에도 꼭 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을까?
이규형 좀 독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 몰입해서 끝까지 파고들 수 있는 캐릭터면 좋겠다. <다크 나이트>에서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처럼 한 인물의 내면에 깊숙이 들어가고 싶다. 어떡하다 이렇게까지 망가지고 삐뚤어지고 뒤틀린 건지, 그 인물을 출생부터 시작해 뼛속 깊이 이해해야 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
정경호
하퍼스 바자 최근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에서의 활약이 빛났다.
정경호 지금은 공익 변호사 이야기 <프로보노>를 촬영 중이다. <미스 함무라비> <악마판사>를 쓴 문유석 작가님의 휴먼 코미디다. 법정 드라마다 보니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집중하고 있다.
하퍼스 바자 <일타 스캔들> <노무사 노무진> 등에서 보여준 역할은 능청스럽고 부드러운 이미지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나?
정경호 지금 42세의 정경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는 것이 내 몫이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많이 하려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에 감사하고, 똑같이 하라고 하면 두 번 다시 못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과 변화에 맞춰 이런저런 모습을 보여드릴 수만 있다면 좋겠다.
하퍼스 바자 어느새 연기한 지 20년이 넘었다. 작품의 중심축이자 후배들을 이끄는 위치가 된 것 같다.
정경호 연기를 할 때는 누구랑 같이 하냐가 가장 중요하다. 내가 후배들을 이끌고 그런 것은 아니다. <노무사 노무진>도 임순례 감독님, (차)학연이, (설)인아와 같이 했다. 내가 연차가 있다는 걸 의식하기보다는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이었다.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하퍼스 바자 영화 <보스> 역시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정경호 그래서 의미가 크다. (조)우진 형, (박)지환 형, 규형이뿐만 아니라 여러 선배님들이 나오신다. 규형이는 <슬기로운 감빵생활> 때부터 함께해서 좋았고, 우진 형은 내가 예전부터 좋아했다. 같이 연기하면서 정말 야생의 동물을 만난 느낌을 받은 것은 지환 형이다. 와, 이 형은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동물 같은 사람이다!(웃음) 촬영이 지방 로케이션이라서 촬영 시간 외에도 밥 먹고 영화 보고 즐겁게 많은 시간을 보내서 좋았다.
하퍼스 바자 <보스>에서 맡은 ‘강표’ 캐릭터는 열정적이다. 영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연기한 부분이 있나?
정경호 난 굉장히 계획적이고 치밀하다. 조우진, 박지환 같은 감각적인 스타일과는 다르게 계산적이다. 촬영 들어가기 전 프리프로덕션에도 다 참여하는 스타일. MBTI가 극J(계획형)라서 계산된 연기를 추구한다.(웃음) 계산된 프레임 안에서 노는 것이 좋다.
하퍼스 바자 강표는 보스 자리가 아니라 탱고에 인생을 건다. 탱고를 연습하는 건 어땠나?
정경호 원래 시나리오에는 피아노였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밴드를 하면서 (김)대명 형이 맡은 키보드 연주가 힘든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피아노만 아니면 좋겠다고 감독님께 말씀을 드렸다. 그럼 뭐가 매력적일까 고민하다 마침 탱고 클럽에 다니고 계신 감독님을 보며 탱고를 제안드렸다. 결과적으로는 탱고를 배울 수 있어 너무 좋았다. 탱고를 추다가 정말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몸만 접촉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교감하고 소통하게 되더라. 액션과 리액션이 분명하다. 주는 만큼 받고, 받는 만큼 준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하퍼스 바자 오랜만에 돌아온 라희찬 감독의 코미디는 어떤가? <바르게 살자> 같은 착한 코미디의 느낌이 <보스>에 들어 있나?
정경호 라희찬 감독님은 엄청난 수다쟁이에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말 많은 언니 같은 스타일! 글을 더 많이 써주셨으면 좋겠다. <보스>에 감독님의 예전 스타일 코미디도 섞여 있지만 웃음 포인트는 다르다. 이번에는 시종일관 웃음 짓게 만드는 쪽에 가깝다.
하퍼스 바자 영화나 드라마를 선택할 때 흥행에 관한 촉이 있나?
정경호 진짜 없다. 그보다는 누구와 같이 연기하는가가 기준이다. 같이 하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보스>도 우진 형과 지환 형 나온다고 하니 따질 필요가 없었다. 형들과 으쌰으쌰 하며 놀면 되는데!
하퍼스 바자 <보스>의 매력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정경호 귀엽고 사랑스러운 유머들이 많다. 난 솔직히 <보스>에서 별로 안 웃긴다. 특별한 감동을 기대하실 필요는 없다. 특별한 메시지도 없다. 우당탕탕 코미디. 마음 편하게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영화다. 그래서 추석이라는 개봉 시기도 딱 좋다.

조우진이 착용한 재킷은 Bonbom. 팬츠는 Juun.J. 박지환이 착용한 코트는 Bonbom.
조우진
하퍼스 바자 <보스> 시나리오에는 어떤 매력이 있었나?
조우진 상당 부분이 기존 영화 흐름을 역행한다. 연기로 구현해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래서 더 끌렸다. <하얼빈>이라는 무거운 작품 이후 만났던 시나리오라 그런지 밝고 유쾌한 코미디 액션 영화가 반가웠다. 역발상, 아이러니한 상황을 진지하게 표현해 노리는 코믹 효과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하퍼스 바자 말하자면 클래식, 레트로 코미디에 가까운 영화다. 공부한 끝에 무얼 배웠나?
조우진 역시나 코미디는 어렵다는 것. 연극을 할 때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코미디일수록 웃기려 들면 그 작품은 실패할 거라고. 온갖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하퍼스 바자 기억에 남는 느낌표의 순간이 있다면.
조우진 예고편에도 나왔는데, 내가 연기한 ‘순태’가 상대 조직원들을 향해 빨간색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꼿꼿하게 몸을 날리는 장면이 있다. 우리 영화가 어떤 스타일인지 정확히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여러분들께서 봐왔던 액션과는 좀 다를 것이다. ‘신선하다’보다 ‘신기하다’에 가까운.
하퍼스 바자 식구파 2인자 순태는 조직의 일원이기 전에 셰프라는 정체성을 우선순위에 둔 다. 실생활에서는 요리와 거리가 멀다고.
조우진 그래서 여경래 셰프님께 몇 달간 훈련을 받았다. 면 치기를 배울 때였다. 내가 망칠 때마다 옆에서 마스크를 쓰고서 묵묵히 심폐소생을 해주신 또 다른 셰프님이 계셨는데, 촬영이 끝난 뒤 <흑백 요리사>를 보고 알았다. 그분이 박은영 셰프님이라는 것을. 괜히 죄라도 지은 것처럼 죄송스러웠다.(웃음)
하퍼스 바자 요리와는 좀 친해졌나?
조우진 한창 배울 때만큼은 못하다. 직접 만든 짜장면과 탕수육을 집에 가져간 적도 있는데, 우리 딸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라. 그 친구에게 나는 똥손 그 자체다. 의심의 눈초리로 “진짜 아빠가 한 거 맞아?” 계속 물었다. 맛있다는 말도 들었다. 만족한다.
하퍼스 바자 차갑고 나직한 어조는 배우 조우진의 가장 큰 무기다. 코미디 영화에 특화된 무기를 발견하기도 했나?
조우진 그런 건 없다.
하퍼스 바자 고민도 없이 단언하는 근거는.
조우진 내가 원래 좀 그런 사람이다. 큰 만족감이나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홍보 팀이나 함께 일하는 동료분들, 감독님들의 반응을 볼 때 살짝 느끼기는 한다. 칭찬과 격려도 어느 정도 수용은 하지만 바로 다음 작업을 이어 갈 때 필요한 자신감의 원천 정도로만 삼고 빨리 잊으려 한다.
하퍼스 바자 한 해 최소 두세 작품씩 얼굴을 비출 정도로 다작을 하고 있다. 스스로 느슨해지는 것을 경계하나?
조우진 연기를 통해 뭔가를 해내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그저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배우로 일하며 나라는 사람이 어떤 인간인지 한 번 찾아보자는 마음으로 임한다. 가장 잘 어울리는 배역은 무엇인지, 절대 이해가 안 되는 인물은 무엇인지 탐구하다 보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한다. 이게 가능하려면 일단 캐릭터든, 함께 일하는 사람이든 타인에게 공감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작품을 거듭하며 최대한 많은 인물을 소화해보려는 이유다.
하퍼스 바자 언젠가 삶의 화두를 ‘어른’이라고 말한 것이 생각난다. 나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은 곧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정일 수도 있겠다.
조우진 그렇다. 어른이 되고 싶다는 게, 나이 먹고 싶다는 얘기가 아니다. 도태되고 싶지 않다. 내가 겪는 고통이 부디 성장통이길 바란다.
하퍼스 바자 순태가 중국집 미미루의 주방장을 꿈꾸듯, 진일보하며 나이 드는 것이 조우진의 꿈인가?
조우진 나는 저 멀리 있는 꿈은 못 꾼다. 방금 말한 것 정도가 내 안에 있는 가장 거창한 포부다. 요즘 부쩍 자주 떠올리는 작고 사소한 꿈을 말하자면, 강아지와 함께 살고 싶다는 것이다. 스케줄이 불규칙한 내 직업상 들이기가 죄스러워 꿈만 꾼다. 아쉬운 마음에 강아지 ASMR을 자주 듣는데, 리트리버가 찹찹찹 소리 내며 밥 먹는 거나, 몰티즈가 수박이나 오이 먹는 거. 강아지들 목욕하고 서로 밥 뺏어 먹는 거 보면 비로소 진짜 쉬는 것 같다.
박지환
하퍼스 바자 코미디 연기에 잔뼈가 굵다. <보스>는 어떤 것이 달랐나?
박지환 시나리오를 읽고 난감했다. 글 자체는 간교나 술수가 있기보다 아주 단순하고 명확해 재미있었는데, 그걸 곧이곧대로 보여주면 재미가 반감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하는 배우들을 보고 알았다. 한판 놀자는 거구나! 기술된 대본에는 없는, 말맛과 몸짓으로 새로운 느낌을 창조하는 과정에서는 우진 형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최선이라는 게 막연하지만 진짜 다했을 때 모든 게 바뀐다”는 얘기를 해주셨던 게 기억난다.
하퍼스 바자 식구파 중 유일하게 보스를 원하지만 능력이 부족해 밀려나는 ‘판호’를 연기했다.
박지환 판호는 작전도 없이 무작정 달려버린다. 맑은 욕망의 소유자. 하얀 탐욕의 하이에나. 욕심이 많은데 너무 맑고 깨끗해서 다 보이는 사람. 아무래도 보스 감은 아니긴 하다.
하퍼스 바자 10여 년 만에 또 한 번 코미디 영화를 내놓은 라희찬 감독과는 어떤 대화를 나눴나?
박지환 대본을 받고 나서 바로 감독님과 한남동에서 대창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대본이 쉬워 보이지만 나는 너무 어렵다, 내가 어떻게 이해하길 바라냐 물었다. 그 자리에서 내가 생각하는 판호를 연기해보기도 했다. 빨리 확인해보고 싶었던 거다. 매를 맞아도 빨리 맞아야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 귀엽고 행복한 배신을 할 수 있다. 감독님이 생각한 것 이상을 보여주는 식으로.
하퍼스 바자 <보스>는 분명한 코미디 영화지만, 라희찬 감독은 “단순히 관객을 웃길 목적으로 작품에 접근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지환 사실 코미디 영화인데 웃기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거다. 웃음을 강조하지 않겠다는 건 감독님이 바라보시는 세계이지, 플레이어인 나까지 진지해질 수는 없다. 그렇다면 감독님이 그린 그림을 흐리지 않되, 내 감각으로 그 방향을 좇아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 지점이 배우를 긴장시키는 감독님만의 방식인 것 같다. 우리가 긴장하지 않으면 유치해질 수 있다는 걸 아신 거다. 배우들끼리만 웃기면 코미디 영화가 아니다. 좋은 코미디는 최선을 다해 골몰했을 때 나온다. 우리가 마냥 쉬운 선택을 하지 않도록, 감독으로서 아주 섬세하고 어여쁘게 이야기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퍼스 바자 감독은 특별히 판호를 두고 “<넘버 3>의 조필(송강호)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박지환 한국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시퀀스를 만들어낸 <넘버 3> 속 송강호 선배님의 대사를 오마주했다. 나중에 강호 선배님 만나서 어떻게 했는지 보여드렸더니 직접 보겠다고 하시더라.(웃음) 판호는 영화에서 늘 인정받지 못하는 3인자다. 감독님은 판호를 통해 <넘버 3>의 계보를 이어가보겠다는 즐거운 구상을 하신 것 같다.
하퍼스 바자 올해 초 “어느 날 더 이상 발전도 없고 썩어가는 기분이 들어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가 쓴 <공부하는 삶>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는 말을 했다. 지금은 그 기분으로부터 벗어났나?
박지환 어느 정도는 그렇다. 그런 기분은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날씨 같은 것이 아니다. 끝까지 두 눈 뜬 채 멱살 잡고 끌어내야 한다. 40대 후반에 접어드니 20~30대 때처럼 스피드나 힘, 정신력으로 무작정 이기려 드는 것 말고 다른 것이 필요함을 느낀다. 일말의 힌트라도 훔칠 수 있을까 싶어 책을 읽는다. 요즘은 <무위당 장일순 평전>을 읽고 있다.
하퍼스 바자 영화 속 인물들처럼 꼭 이루고 싶은 꿈 하나만 꼽자면.
박지환 비밀이다. 남들이 알게 되면 꼭 이뤄야만 할 것 같아서.(웃음) 하지만 분명 꿈은 있다. 고이 모셔놓고 야금야금 가까워질 거다.
하퍼스 바자 그럼 <보스>로 이루고 싶은 것은?
박지환 이 영화로 국민들의 슬픔을 거두고 큰 행복을 드리겠다! 같은 출사표를 던질 생각은 없다. 다만 이 작품에 참여했던 개인으로서, 보는 순간 굉장히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이 작품에 함께하며 ‘우리는 왜 코미디 영화를 만들까?’ 질문해보기도 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 보는 사람이 모두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결론을 냈다. 사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 웃어야 한다. 작은 웃음거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 만족한다.

이규형이 착용한 재킷은 John Varvatos. 팬츠는 Recto. 슈즈는 Lemeteque. 박지환이 착용한 재킷은 System Homme. 슈즈는 Christian Louboutin. 쇼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조우진이 착용한 재킷, 팬츠는 Allsaints. 베스트는 Lemeteque. 슈즈는 Versace. 정경호가 착용한 코트, 팬츠는 Amiri. 슈즈는 Prada.
Credit
- 에디터/ 고영진(조우진, 박지환)
- 프리랜스 에디터/ 전종혁(이규형, 정경호)
- 사진/ 김민주
- 헤어/ 정남(조우진), 유혜림(정경호), 태훈(박지환), 이재황(이규형)
- 메이크업/ 정남(조우진), 정경화(정경호), 태훈(박지환), 채원(이규형)
- 스타일리스트/ 임혜임
- 어시스턴트/ 유정아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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