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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의 슈즈 디자이너와 마리안 이브라힘의 갤러리스트가 택한 여름 휴가지는?

완벽한 여름 휴가를 위한 선택지가 이곳에 다 있다.

프로필 by 고영진 2025.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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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서 관광 인파를 벗어나 피라미드를 볼 수 있는 동네. 맨해튼에서 가장 차가운 마티니를 마실 수 있는 카페. 멕시코시티에서 살사를 즐길 수 있는 곳. 파리에서 가장 부드러운 캐시미어가 있는 쇼핑 스폿. 베니스에서 전통 수공예 슬리퍼를 살 수 있는 가게. 베이루트에서 가장 맛있는 메제를 맛볼 수 있는 식당. <바자>가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미감을 가진 이들을 만나 물었다. 당신이 묵고, 먹고, 쇼핑하며 즐거움을 찾는 곳. 어디인가요?


TAORMINA

패션 브랜드 라 더블제이를 설립한 미국 태생의 JJ 마틴(J.J. Martin)에게 밀라노는 두 번째 고향이다. 시칠리아 해변마을 타오르미나는 그에게 단조로운 일상을 벗어나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는 곳이다.


호화로운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산 도메니코 팔라체(San Domenico Palace, 사진 1)로 향할 것. 웅장한 정원 경관을 보며 마치 이탈리아 백작부인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멋스러운 별장 로카 델레 트레 콘트라데(Rocca delle Tre Contrade)로 방문해보자. 별장 전체를 빌리는 것만 가능하며, 모든 식사는 이곳의 셰프인 도라가 책임진다. 나는 2년 전 타오르미나에 라 더블제이(La DoubleJ) 매장을 열었는데, 그 후로 대규모 쇼핑 스폿인 움베르토 거리(Corso Umberto)를 자주 돌아다니게 됐다. 규모가 작고 잘 알려지지 않은 나만의 쇼핑 공간이라면 지암모나르테(Giammonarte)를 꼽겠다. 종교적 유물에서부터 과감한 패턴이 들어간 도자기, 테이블 위에 두는 장식품에 이르기까지 흠잡을 데 없는 골동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시칠리아 현지인처럼 그라니타로 커피를 마셔보고 싶다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인 모캄보 바(Mocambo Bar)에 가면 된다. 기분을 상쾌하게 전환하고 싶다면 차가운 물에 뛰어드는 것이 최고. 이탈리아에서 너무나 사랑해 마지않는 장소는 타오르미나 외곽에 있는 알칸타라 협곡(Gole dell’Alcántara)이다. 신이 손으로 빚은 듯한 절경을 보여주는 암벽 협곡으로, 이곳의 물은 일 년 내내 매우 차갑다. 타오르미나 원형극장(Teatro Antico di Taormina, 사진 2)은 놓치지 말 것. 운이 좋아 일정이 맞는다면, 이곳에서 열리는 공연을 볼 수도 있다.


BEIRUT

스타일리스트이자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인 에밀리 카레(Emilie Kareh)가 생동하는 식문화와 강한 공동체적 정체성을 지닌 자신의 고향,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 관해 이야기한다. 현지 주민의 시각에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나는 알베르고 호텔(Hotel Albergo)을 좋아한다. 복고풍이면서 시크한 느낌이 마음에 든다. 이곳에는 베이루트의 멋진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루프톱 바가 있다. 엠 셰리프 델리(Em Sherif Deli)는 점심 식사를 하기 좋은 곳이다. 산속에 있는 레바논 전통 레스토랑 파델(Fadel)에서는 아주 맛있는 메제와 아락을 먹을 수 있다. 타울렛 수크 엘 타옙(Tawlet Souk el Tayeb)은 현지 농장에서 가져온 재료로 신선한 메뉴를 선보인다.

어릴 때부터 마누슈는 바다로에 있는 조르주(Georges)에게서만 샀다. 이제는 나의 아들도 그가 만든 마누슈를 먹는다. 샤와르마는 바스터마 마노(Basterma Mano)가 가장 맛있다. 가장 즐거웠던 밤을 보낸 곳이라면 토리노 익스프레스(Torino Express)가 떠오른다. 피즈(Fizz)는 분위기가 독특하다. 블루문 칵테일에 취해 공장처럼 거대한 클럽인 암(Ahm)에 간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베이루트 국립박물관(The National Museum of Beirut)은 고고학적으로 귀한 전시물로 가득한 곳이다. 스포팅 클럽 비치(Sporting Club Beach, 사진 3)는 전쟁 이전 시대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현지인들의 대표적인 일광욕 장소다. 바트룬의 화이트 비치(White Beach)도 좋아한다. 오리엔트 499(Orient 499, 사진 4)는 지역의 수공예 기술로 만든 옷과 생활용품을 파는데, 비누 섹션은 가히 최고라 할 만하다.


SÃO PAULO

뉴욕에서 활동하는 주얼리 디자이너 아나 코리(Ana Khouri)는 고향인 브라질과 여전히 깊은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상파울루는 그의 작업에 새로운 영감을 준다.


상파울루는 일 년 내내 방문하기 좋은 도시지만, 이왕이면 봄에 열리는 예술 중심 주간인 상파울루 아트페어(SP-Arte) 즈음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주변이 온통 걷기 좋은 길인 자르댕의 파사노 호텔(Fasano Hotel)을 특히 좋아한다. 프루타리아 상파울루(Frutaria São Paulo)에서는 최고의 아사이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천연 착즙 주스를 가장 신선하게 맛볼 수 있다.

브라질 사람들은 일본 음식을 좋아한다. 나가야마(Nagayama)와 마니(Mani)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식당이다. 마니의 헬레나 리조 셰프는 현지 유기농 식재료로 정말 놀라운 음식을 낸다. 상파울루 미술관(Museu de Arte de São Paulo), 리나 보 바르디 유리의 집(Lina Bo Bardi’s Glass House, 사진 5), 마리아 루이자 오스카 아메리카노 재단(Maria Luisa and Oscar Americano Foundation), 그리고 지역 갤러리인 루이자 스트리나(Luisa Strina)와 멘데스 우드 DM(Mendes Wood DM)도 꼭 가야 한다. 여러 브랜드를 모아둔 핑가(Pinga)와 NK 스토어도 한번쯤 방문해보기 좋다. NK 스토어에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현지 주얼리 브랜드인 프라지(Prasi)를 선보인다. 모던한 브라질 가구를 원한다면, 갤러리아 테오(Galeria Teo)로 가보자. 텐헤이루(Tenreiro), 잘즈주핑(Zalszupin), 스카피넬리(Scapinelli) 등 지금 가장 감각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브랜드를 찾을 수 있다.


PARIS

패션업계에서 파리는 분명 신성한 도시일 것이다. 하지만 에르메스의 슈즈 디자이너이자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 아르디(Pierre Hardy)가 매력을 느끼는 지점은 ‘빛의 도시’라고 불리는 파리의 친근한 면모다.


파리의 쇼핑 스폿에 대해 말하기 전, 내가 언제나 단골로 찾는 곳은 내 브랜드인 피에르 아르디, 그리고 에르메스라는 사실을 먼저 밝혀야겠다. 나는 청바지, 셔츠, 티셔츠, 스웨터 등 그러니까 모든 옷을 45R에서 즐겨 공수한다. 알렉산드라 골로바노프(Alexandra Golovanoff)에는 내가 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시미어 제품이 있다. 스타일리시한 남성복은 그리 많지 않지만 이곳에서 구매한 알렉산드라의 스카프 터틀넥 캐시미어는 겨울 내내 손이 가는 최고의 액세서리다.

내 안경을 디자인해주는 에르베 도마르(Herve Domar)와는 여러 해 동안 친구로 지내온 사이다. 그는 생제르맹데프레에서 멋진 아이웨어와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인다. 메종 오클레르(Maison Auclert, 사진 7)에서는 예스러운 느낌과 현대적인 분위기가 독특하게 어우러진 주얼리를 볼 수 있다. 일본 건축가 오가타 신이치로가 마레 지구에 오픈한 오가타(Ogata, 사진 6)는 멋진 레스토랑과 찻집, 제과점, 공예 및 디자인 숍이 있는 고급스러운 시설이다.

나는 모든 아름다운 물건들을 사랑한다. 옻칠한 종이 식기부터 유리, 청동에 이르기까지. 그러므로 일 년에 한 번, 생슐피스 교회 앞에서 열리는 야외 도자기 박람회 생슐피스 세라미크(Saint-Sulpice Ceramique)에는 꼭 가야 한다. 전 세계의 도자 장인과 디자이너들이 모이는 자리다. 생제르맹의 르 봉 생푸르샹(Le Bon Saint Pourcain)은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식사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파리의 명소다. 꽃이 필요할 땐 생루이 거리의 생루이 앙 릴에 있는 꽃집을 찾는다. 친구들에게 보낼 캐주얼한 꽃도, 감사의 의미로 격식을 차릴 때 보낼 꽃도. 플로리스트 물리에(Moulie)라면 늘 그랬듯 딱 맞는 디자인을 골라줄 것이다.


TBILISI

파리에서 활동하는 셰프 겸 레스토랑 경영인 로즈 차라라이 싱(Rose Chalalai Singh)은 조지아의 수도인 트빌리시에 마음을 빼앗겼다. 올해 말에는 트빌리시의 텔레그래프 호텔에 새 레스토랑을 열 예정이다.


언제나 조지아에 관해 들어왔고, 가고 싶었지만 왜인지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파리에서 고작 4시간 반이면 갈 수 있는 곳인데도. 트빌리시는 (마치 베를린처럼) 언더그라운드 음악과 클럽 문화의 도시다. 가장 멋진 공간 중 두 곳을 고르자면, 우선 옛 발전소 안에 있는 뮤턴트 라디오(Mutant Radio)를 꼽겠다. 다른 하나는 아티스트와 DJ들이 운영하는 클럽 레프트 뱅크(Left Bank, 사진 1)다. 발 들이는 모든 이들을 열광케 하는 에너지가 있는 곳이다.

트빌리시에 갈 때면, 여성 CEO가 운영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인 룸스 스튜디오(Rooms Studio, 사진 2)에 들르는 것도 좋아한다. 나의 친구인 케티 톨로라이아가 공동 설립한 이곳은 매우 아름다운 오래된 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 간판도 없는 이곳은 예약을 통해서만 방문할 수 있다. 하나의 조각작품 같은 가구들을 구경한 후 발코니로 향하면 아름다운 무화과나무를 볼 수 있다. 나는 룸스 스튜디오를 구경한 후 같은 건물 아래층의 케토 앤 코테(Keto and Kote)에서 식사하는 코스를 좋아한다.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켜온 조지아의 전통 있는 식당, 샤비 로미(Shavi Lomi)의 요리 역시 아주 훌륭하다.

과거 소련의 정원이었던 조지아에는 세계 최고의 농산물을 재배하는 소규모 농업인이 여전히 많다. 꿀도 굉장하다. 데제르테르 시장(Dezerter Bazaar)에 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게 된다. 와인도 독특하다. 카헤티의 와인 생산 지역을 가볼 만한데, 캅카스산맥이 내려다보이는 들판에서 사페라비 품종 등 현지 포도를 맛볼 수 있다.


ATHENS

런던에서 활동하는 패션 디자이너이자 불가리 가죽 및 액세서리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 카트란주(Mary Katrantzou)는 지금도 자신이 태어난 도시 아테네에서 끊임없이 영감을 받는다.


나는 그란데 브르타뉴 호텔(Hotel Grande Bretagne, 사진 3)을 좋아한다. 구시대의 화려함, 신고전주의풍의 발코니, 아크로폴리스(Acropolis)가 내려다보이는 옥상 테라스가 있어서다. 바로 근처에 있는 아레오파고스 언덕(Areopagus Hill)은 도시의 경치를 파노라마 뷰로 내려다볼 수 있는 완벽한 장소다. 불가리와 2020 봄 쿠튀르 쇼에서 처음으로 협업한 장소인 포세이돈 신전(Temple of Poseidon, 사진 4)은 내겐 특별한 곳이다. 에게해 위쪽, 수니온곶에 위치해 있다.

아테네(Athénée)는 1930년대부터 지식인, 예술가, 사교계 인사들에게 만남의 장소로 통했다. 일본·그리스 퓨전 식당 버드맨(Birdman)에서는 치킨카츠 샌드위치를 꼭 먹어야 한다. 나의 절친한 친구 크리산토스 파나스가 운영하는 아일랜드(Island)는 바다 전망이 장관이다. 즐겨 찾는 문화 공간으로는 베나키 박물관(Benaki Museum), 키클라데스 예술 박물관(Museum of Cycladic Art), 아크로폴리스 박물관(Acropolis Museum) 등이 있다. 스타브로스 니아르코스 재단 문화센터(Stavros Niarchos Foundation Cultural Center)도 좋아한다.


MEXICO CITY

예리한 안목을 가진 예술가 마리안 이브라힘(Mariane Ibrahim)은 2023년 멕시코의 수도에 자신의 이름을 딴 갤러리를 열었다. 문화적인 영향력과 역사가 어우러지는 이 도시를 매일 새롭게 즐기는 중이다.


멕시코시티에서 숙소를 찾는다면, 아무래도 도시의 중심부에 있는 콘데사(Condesa)에 머무는 것이 낫다. 차풀테펙 공원(Bosque de Chapultepec, 사진 5)은 멕시코에서 가장 큰 공원 중 하나로, 아침 산책이나 휴식을 하기에 좋은 곳이다.

점심엔 콘트라마르(Contramar), 저녁엔 킨토닐(Quintonil)에서 식사하는 걸 좋아한다. 타코는 마이사호(Maizajo)가 최고다. 살사를 추려면 살롱 로스 앙헬레스(Salon Los Angeles)로 갈 것. 주로 현지인이 찾는데 사람들이 모여 춤추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즐겁다.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싶을 땐 후멕스 미술관(Museo Jumex), 타마요 미술관(Museo Tamayo)에 간다. 장식예술과 텍스타일을 전시하는 프란스 마예르 박물관(Museo Franz Mayer)이나 멕시코 벽화 아티스트 디에고 리베라가 디자인한 아나우아카이 박물관(Museo Anahuacalli)도 가볼 만하다. 국립 인류학 박물관(The National Museum of Anthropology)에서는 건물 곳곳에서 고대 멕시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Credit

  • 사진/ Four Seasons Hotel, Mariela Medina, Istock/Getty Images
  • 사진/Emilie Kareh, Dominique Ricci
  • 사진/ Ogata, Maison Auclert, Richard Bord/Getty Images
  • 사진/ Istock/Getty Images, Bulgari.
  • 번역/ 박수진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