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군산 북페어'가 열리기 전, 미리 다녀 온 군산
로컬 출판인과 기획자들이 모여드는 도시, 군산이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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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지난해 화제를 모으며 개최된 ‘군산북페어’가 8월의 마지막 주말, 2회를 맞이한다. 분주히 도시와 건축, 책과 문화를 엮어내는 기획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내게 각인된 군산의 이미지는 이랬다. 100여 년 전의 모습을 간직한 적산가옥과 짬뽕,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속 초원사진관을 품은 항구도시. 이 도시를 찬찬히 둘러보고 싶어진 건, 주변 출판인과 디자이너들을 만날 때마다 지난해 처음 열린 ‘2024 군산북페어’를 입 모아 칭찬했기 때문이다. 독립출판을 하는 개인, 국내외 출판사, 서점이 한데 모인 행사는 특히 동네 책방이 연합한 ‘군산책문화발전소’가 조직한 행사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들여다보니 ‘군산초단편문학상’을 제정하고 수상작 작품집을 출간하는가 하면, 최근 몇 년 사이 출간한 로컬 서적도 다양했다. 군산이 이렇게 출판을 사랑하는 도시였나? 매거진 산업 종사자로서 자연스레 궁금해졌다. 행사가 열리는 장소 또한 예사롭지 않다. 군산회관(구 군산시민문화회관)은 르 코르뷔지에에게 사사받은, 올림픽공원의 상징인 ‘세계평화의 문’을 디자인한 1세대 건축가 김중업의 유작. 올해 이곳에서 열리는 행사는 어떤 모습일까? 질문을 품고 군산으로 향했다.
“군산북페어는 페스티벌형 북페어예요. 기존 북페어에 가면, 주최자나 참여자나 어쩔 수 없이 판매에 매몰되거든요. 옆 팀과 인사 나눌 시간도 없죠. 하지만 북페어는 출판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잠재력이 엄청난 이벤트잖아요. 전시와 포럼을 더 많이 열고 참여자끼리 유대도 쌓고. 축제같이 즐길 수 있도록 확장하고 싶었습니다.” 출판사 프로파간다와 군산 영화동에 자리한 로컬 서점 그래픽을 운영하는, 군산책문화발전소 김광철 대표가 말했다. 군산책문화발전소는 지난해 첫 행사를 열며 스폰서 없이 모든 부스의 비용을 받지 않고 동일한 크기로 운영하는 방침을 내세웠다. 낭독회, 토크 같은 프로그램은 물론 전 세계 서점의 토트백 컬렉션, 2000년 이후 독립출판 아카이브 전시 등을 열었고, 6천600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며 이목을 끌었다.

몇 해 전 서울에서 군산으로 이주한 김광철 대표는 긴밀하게 주변 서점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군산의 대표적 독립서점인 ‘마리서사’,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켜온 지역 서점인 ‘한길문고’ 등, 13개의 서점을 모은 군산책문화발전소는 그렇게 탄생한 단체다. 다양한 출판인 및 로컬 커뮤니티와 협업해 사진가들이 군산 곳곳을 담은 <군산화보>, 시티 가이드를 표방하는 <나의 사적인 군산> 등 로컬 서적들도 서점 한편에 자리한다. 그는 출판 이외에 점차 다양한 기획자들이 자리하는 흐름이 흥미롭다고 말한다. 구도심에 자리한 그래픽 서점 바로 앞에도 올여름 호텔과 F&B, 재즈 바 등이 결합한 복합문화공간 ‘리터닝 군산 프로젝트’가 구축 중이다.
그는 오랜 기간 영화 매거진 에디터와 시각문화매거진 <그래픽> 편집장을 역임하고, 전주국제영화제 아트 디렉터 같은 역할을 맡으며 쌓아온 노하우도 행사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바자>에 올해 북페어를 미리 귀띔해달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참여 신청을 한 부스가 늘었어요. 독립출판, 아트북페어 참가자와 일반 참가자가 섞였을 때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큐레이션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죠. 올해는 우리의 태도를 보다 분명히 할 수 있는 전시와 토크를 선보이려 합니다. 뉴욕부터 아프리카 국가까지, 전 세계 아트북페어를 열고 있는 북페어 주최 30곳을 접촉하며 인터뷰하고 있어요. 지금의 북페어는, 북페어 생태계는 어떤 스탠스를 가지고 있는지 시야를 갖게 하는 전시입니다. 또, 북 디자인을 포함해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두 명의 디자인팀, 신신과 신덕호가 데뷔 이후 여태까지 어떤 디자인을 선보였는지 아카이브 전시를 열 계획이예요.” 군산의 로컬 서점들을 부각하는 섹션도 마련할 예정. “로컬에 자리한 하나의 서점이 그 지역의 많은 걸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동네에 서점이 하나 있는 것과 없는 건, 다른 차원의 일이잖아요.” 사명감이란 말은 싫어한다는 김광철 대표의 말에는, 한 권의 책을 만드는 편집자처럼 그저 하고 싶어 노동하는 이의 품위가 느껴졌다.



제비 꼬리처럼 기묘한 곡선의 지붕, 나선과 직선이 교차하는 중앙 계단. 군산회관의 첫인상은 기하학적이고 모던한 건축 실험을 선보인 건축가 김중업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오랜 기간 매각과 입찰 실패를 반복한 공간은, 몇 해 전부터 민간 운영사(현 커넥트군산)와 행정안전부, 군산시의 합작으로 새로운 쓰임을 모색하고 있다. 북페어 이외에도 이곳에서는 무용 퍼포먼스, 워크숍, 지역 창작자를 위한 토크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1989년 원도심 한가운데 개관한 구 군산시민문화회관은 군산 시민이라면 한번쯤 무대에 섰거나 객석에 앉아 보았을 만큼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이었어요. 공연장으로서 예술 공연은 물론 월드컵 응원 장소, 학예회 같은 작은 잔치도 모두 이곳에서 열렸거든요. 10여 년 전 ‘군산 예술의전당’이 생기고, 이곳의 기능이 모두 이전하게 되면서 아예 방치되었죠.” 서울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다 2년 전 이주해 로컬 브랜딩 사업을 이어온 김성령 실장이 말했다.
“제가 직접 경험한 군산은 다양한 창작자들이 모이고 개방적인 지역민들이 있는, 충분히 동시대적일 수 있는 도시거든요. 예전처럼 군산회관이라는 공간이 모두가 드나들 수 있는 사랑방이 되길 바랍니다.” 운영사는 공연장으로 쓰였던 메인 홀은 두 개 층으로 분리했던 객석을 확 트이도록 확장하고, 폐쇄적인 구조를 개방적으로 바꾸는 데 중점을 두고 레노베이션을 마쳤다. 카페, 창작자를 위한 워크 플레이스, 세미나실 등 공간을 마련해 올여름 새롭게 오픈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북페어에서 놀랐던 건, 출판인의 호응도 컸지만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부터 노인분들까지 구경하는 장면이었어요. 서울은 이미 비옥하잖아요. 훌륭한 기획자도 새로운 콘텐츠도 너무 많이 쏟아지죠. 오랜 것들을 새롭게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로컬 및 예술 콘텐츠를 이곳에서 시도해볼 예정입니다.” ‘미리 보기’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달뜬 마음으로 올해 축제를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

국일다방 단골 노신사들이 남겨두고 간 찻자리.
ELSE WHERE
국일다방
군산시 구영7길 66-5
한때 이 지역 관록 있는 어르신들은 다 모였다는, 1965년 문을 연 군산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 연세 지긋한 손님들, 금붕어 어항과 꽃무늬 패턴 찻잔까지 ‘진짜’ 레트로를 보여준다. 요즘 커피는 너무 쓰다며 사장님이 특별히 제조한 향긋한 헤이즐넛 향이 가미된 블랙 커피와 잣과 깨가 가득한 쌍화탕을 맛볼 수 있다.
& MORE
안젤라분식
군산시 구영5길 118-14
영화시장에서 50여 년 가까운 세월을 이어온 분식집. 떡볶이와 김밥, 오뎅과 잡채. 메뉴는 딱 네 가지. 매운 소스와 당면 위에 콩나물과 깨가 가득 올라간 잡채는 꼭 주문해야 한다.
진성원
군산시 구암3.1로 70-1
영화 <타짜> 촬영지인 국제반점과 복성루 등 네임드 짬뽕집을 뒤로하고 택시기사님의 추천은, 진성원의 불맛이 가득한 볶음짬뽕.
해무
군산시 구영5길 104-13
클래식 칵테일부터 커스텀 칵테일까지 제대로 내는 바. 따뜻한 인테리어와 새벽 1시까지 문 여는 덕에 혼술 장소로도 손색없다.
호텔 인그리드
군산시 구영4길 16-5
올여름 문을 열 예정인 신상 호텔. ‘리터닝 군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호텔 옆 복합문화공간에서 재즈 클럽, 바, 이탤리언 레스토랑과 젤라토 가게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모락
군산시 구영6길 18
과거 양조장으로 쓰였던 건축물을 개조해 만든 프라이빗 목욕탕. 개별 가운과 군산쌀을 발효해 만든 술을 활용한 입욕제, 군산에서 난 작물로 만든 차 등이 마련되어 있다.
Credit
- 사진/ 하태민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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