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세계 최대 남성복 박람회, 피티워모 108에서 생긴 일

한국 패션, 피렌체 패션의 중심에 서다

프로필 by 김형욱 2025.06.25

뉴욕에서 시작해 런던, 밀란, 파리로 이어지는 '4대 패션위크'의 여정이 있다면, 남성 패션 산업의 흐름은 피렌체에서 시작된다. 그 시작을 알리는 것은 세계 최대 규모의 남성복 박람회, 피티 워모(Pitti Uomo). 이후 밀란과 파리로 이어지는 남성 패션 위크 시즌의 출발점이 바로 이곳이다.

<하퍼스 바자>는 이번 시즌, 108회를 맞은 피티 워모에 첫 발을 내디뎠다. 여러 미디어를 통해 접했던 피티 워모의 인상은 클래식한 수트로 무장한 근엄한 신사들로 가득한 모습이었다. 어쩐지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공간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막상 마주한 현장은 전통 안에 살아 숨 쉬는 활기, 그리고 고정관념을 깨는 진보적인 감각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눈에 띄는 활약이 자리하고 있었다.


피티워모에서 만난 K 브랜드

코드 코리아에 참여한 8개 브랜드 디자이너들의 모습

코드 코리아에 참여한 8개 브랜드 디자이너들의 모습

이번 피티워모에는 한국이 주빈국 자격으로 참석, 한국 브랜드가 연합한 코드 코리아(Code Korea)단독 부스가 운영되었다. 부스에는 디지털 아트 컴퍼니 디스트릭트와 협업한 몰입형 미디어 아트를 중심으로 국내 유망 8개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었다. 만지(MAN.G STU:DIO), 몽세누(Montsenu), 발로렌(VALOREN), 아조바이아조(AJOBYAJO), 오키오 라운지(OKIIO LOUNGE), 오디너리피플(ORDINARY PEOPLE), 자고류(Jagoryu), 피노아친퀘(Finoacinque)가 그 주인공. 첨단 소재와 디지털 콘텐츠를 접목한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무장한 이들 덕에 K-FASHION의 이모저모를 한자리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디자이너와의 인터뷰는 바자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나볼 수 있으니 확인해 볼 것!

피티워모가 한창인 피렌체에서, EENK(잉크) 또한 특별한 이벤트를 개최했다. 유명 편집숍인 루이자비아로마(LuisaViaRoma)에서 잉크의 2025 가을 겨울 컬렉션 출시를 기념하는 특별한 팝업 스토어를 개최한 것! 이곳에는 GOT7의 멤버인 영재가 참석해 자리를 빛내기도.


한, 중, 일 브랜드의 특별한 퍼포먼스

옴므 플리세 이세이 미야케

옴므 플리세 이세이 미야케

피티 워모는 매 시즌 게스트 디자이너를 초청해 런웨이를 선보인다. 이번 피티워모 108에서는 일본을 대표하는 브랜드 이세이 미야케가 게스트 오브 오너(Guest of Honor)로 선정되어 쇼를 선보였다. 이세이 미야케는 피렌체 외곽에 있는 메디치 가문의 고택 빌라로 관객들을 초대했다. 쇼가 펼쳐지는 빌라 라 페트리아(Villa La Petraia)로 들어서는 순간 부터 아름답게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풍경 덕에 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충분했다. 빌라의 정원에서 진행된 이 쇼는 푸릇푸릇한 식물들로 가득한 너른 잔디밭, 석양이 드리운 하늘과 어우러져 한 폭의 서정적인 풍경을 완성했다. 그 풍경을 거니는 모델들은 마치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생생한 프린트를 입고 등장했다. 구조적인 실루엣과 함께 이세이 미야케 특유의 플리츠 원단이 지닌 유연함이 인상적이었고, 다채로운 질감과 색감의 조합은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번 시즌 피티 워모의 하이라이트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중국 베이스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캐시미어 원사 브랜드 콘사이니(Consinee) 퍼포먼스 또한 주목할만하다. 패션 디자이너 루카 달레나(Luca D'Alena)와 협업하여 ‘몸은 놀이터이다’라는 주제로 실험 프로젝트를 선보인 것. 두 명의 모델이 직접 옷을 입고 벗기를 반복하며, 의상과 몸, 몸짓 사이의 관계성에 대해 탐구하는 퍼포먼스는 옷을 단순히 입는 것이 아닌, 옷과 몸이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 깊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한 실험적인 시도였다.


이처럼 전통과 혁신이 교차하는 피티워모에서, 한국, 중국, 일본을 필두로 한 아시아 패션은 당당히 중심에 자리했다. 자신들만의 언어로 세계 패션 시장에서 대화를 주도하고 있었다. 이번 피티워모 108은, 더 넓은 세계 패션 시장에서 한국 패션을 필두로 한 아시아 패션이 주도적인 물결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기 충분했다.

Credit

  • 사진 / Pitti Immagine Uo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