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를 입는 것에 있어 ‘오픈’ 마인드가 필요할 때
평소 입는 것보다 하나만 더 풀러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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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여름, 셔츠를 입는 것에 있어 ‘오픈(open)’ 마인드가 필요할 때다.









2000년대 초중반, 헤로인 시크(heroin chic)의 아이콘으로 군림했던 케이트 모스와 프렌치 시크 열풍을 불러일으킨 샤를로트 갱스부르를 맹목적으로 추앙하던 시절이 있었다. 깡마른 몸에 헐렁한 톱과 스키니 진을 즐겨 입었던 그녀들. 이따금씩 공개된 파파라치 사진 속에서 발견한 그녀들은 하나같이 셔츠 단추를 명치, 아니 배꼽 언저리까지 풀어 입고 특유의 나른한 얼굴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을 너무도 닮고 싶어 다이어트는 물론이고 다양한 프린트의 셔츠, 스키니 진을 꽤 여러 벌 사들였다. 하지만 차마 따라 할 수 없었던 게 한 가지 있었다. 바로 풀어 헤친 셔츠 단추의 개수! 셔츠의 단추를 2개 이상 푸는 순간 온 신경이 가슴 쪽에 쏠려 어떤 일에도 집중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럼 셔츠 안에 이너 톱을 입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으나 이들 패션의 완성은 무심한 퇴폐미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이너를 입는 순간 그녀들과 같은 ‘태(態)’가 날 리 만무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2025년의 봄/여름, 풀어 헤친 셔츠들이 다시금 트렌드의 중심에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단추를 대부분 열거나 아님 아예 단추가 없는 셔츠들이 다가올 여름을 위한 스타일링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대표적인 쇼로 셔츠를 거의 풀다시피 해 연출한 막스마라와 16알링턴, 알베르타 페레티, 셔츠 칼라까지 변형해 신선함을 더한 구찌와 디올이 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해졌다는 것. 컬러와 소재는 물론이고, 몸에 꼭 맞는 디자인(버버리)부터 드라마틱하게 사이즈를 키운 버전(스텔라 매카트니)까지 실로 다양한 실루엣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중 활약상이 돋보이는 피스는 단연 스카이 블루 컬러의 버튼다운 셔츠. 랄프 로렌은 블루 셔츠 & 화이트 팬츠라는 클래식한 공식임에도 셔츠 전체를 뒤덮은 스와로브스키 장식으로 이브닝웨어에 버금가는 효과를 냈는가 하면, 마이클 코어스는 옥스퍼드 셔츠를 한껏 젖혀 입은 뒤 풀 스커트와 벨트를 더해 새로운 레이디라이크 룩을 완성했다. 그중 에디터의 선택은 스텔라 매카트니의 오버사이즈 옥스퍼드 셔츠. 남자친구의 것을 빌려 입은 듯 무심하게 걸친 셔츠에 각선미를 드러내는 그런지한 니팅 스커트, 새빨간 빅 백까지, 모든 피스가 특별했지만 과해 보이지 않는 완벽한 균형미를 갖췄다. 한편 셔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화이트 셔츠는 보다 대범하게 단추를 풀어 입음으로써 새로운 자아를 드러냈다. 물론 이너는 필수. 단 탱크톱보다는 브라 톱, 비키니 톱과 같이 복부를 드러낼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길 권한다. 블랙 이너로 은근한 섹시함을 더한 막스마라, 셔츠와 동일한 뉴트럴 컬러의 이너로 청초한 느낌을 낸 알베르타 페레티를 참고하길.









일상에서 참고하기 좋은 스타일링도 눈길을 끌었다. 먼저 에트로에서는 셔츠는 모두 풀어 입되 테일러드 재킷의 싱글 버튼을 채우고, 그 위에 벨트를 더하는 스타일링을 선보였는데 하의를 무얼 선택하느냐에 따라 낮밤 모두를 아우르는 룩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보테가 베네타와 구찌에서 선보인 딥한 레드 컬러 셔츠 스타일링은 서로 다른 디자인과 하의 매칭이지만 현대 여성들을 위한 유니폼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셔츠를 풀어 입는 트렌드는 지금까지 언급한 새로운 셔츠를 쇼핑하지 않고, 옷장 속 셔츠들을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이 흐름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일 것. 자, 그렇다면 무엇부터 시작하면 될까? 평소 노출에 열려 있다면, 옷장 속에 있는 단정한 옥스퍼드 셔츠를 브라 톱(언더웨어가 아닌)이 슬며시 보일 정도로 단추를 열어 입어보라. 하의는 데님부터 시작해야 실패가 없다. 각선미에 자신이 있다면 핫 팬츠를 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 반대로 노출에 보수적이라면 평소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단추를 하나만 더 풀어보자. 이것만으로도 데이웨어에 색다른 변화를 줄 수 있을 테니. 도전하기 망설여진다면 다가올 여름휴가 때 바캉스 룩으로 시도해보면 될 테고. 2025년 여름, 셔츠를 대함에 있어 어느 때보다 오픈 마인드가 필요할 때다.
Credit
- 사진/ Launchmetrics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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