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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그로브x버버리 컬렉션을 완성한 아티스트! 헬렌 벌록과의 10문 10답

‘바자’ 6월호를 장식한 배우 정은채의 커버에도 함께했다.

프로필 by 안서경 2025.05.23

만개한 꽃과 식물이 생동하는 정원에서 ‘바자’ 6월호 커버 촬영이 이루어진 며칠 뒤,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및 회화 작가 헬렌 벌록은 배우 정은채의 사진을 매개삼아 ‘바자’의 커버 시안을 섬세한 터치가 담긴 아트워크와 함께 전달했다. 마치 ‘하이그로브x버버리’ 컬렉션 캠페인 속 다양한 이미지들이 작가의 작품을 입고 한껏 입체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한 것처럼.


영국 국왕 찰스 3세와 카밀라 왕비의 사택을 둘러싼 하이그로브 가든(Highgrove Gardens)과의 파트너십을 기념하는 네 번째 버버리 컬렉션. 하이그로브 키친 가든에서 영감 받아, 생동감 넘치는 비스포크 아트워크를 구현한 작가 헬렌 벌록과 이번 협업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사진/ 버버리

작업실에서 당신의 루틴이나 일과는 어떤 모습인가?

음! 난 드디어 루틴을 지키는 걸 포기한 것 같다. 매일 미묘하게라도 다른 구조를 구현하려 노력하다 보니 규칙적인 일에 자주 실패하곤 한다. 그래도 꽤 일관된 한 가지는 큰 프로젝트 전에 미루는 일이 많이 생긴다는 것. 일할 준비가 되기 전에 정리할 것들이 계속 생기고, 다른 일을 계획하게 되니까. 요즘은 스튜디오에서 아침마다 프리 스타일로 크리에이티브를 구현할 수 있는 연습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잘 안되긴 하지만.(웃음)

하이그로브x컬렉션에는 정원 속 꽃과 나무 같은 자연의 정경들이 담겨 있다. 텍스타일 디자이너로서 일한 경력이 있는 당신에게 이번 버버리와의 작업은 어떤 의미인가?

컬렉션이 완성된 걸 보고 무척 만족했다. 하이그로브에서 보낸 시간이 잘 반영된 것 같아 매우 기쁘다. 정원의 웅장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원을 탐험하고 감상하는 건 무척 친밀한 경험이었다. 비밀스러운 은신처도 많고 사적인 기억도 많고, 떠올리면 절로 즐거워지는 장소다.

<하퍼스 바자> 코리아의 커버 협업을 하는 과정은 어땠나?

난 표지 작업을 하는 걸 정말 좋아한다! 예술이 얼마나 다재다능한지 놀랄 수 있는 기회이고, 새로운 맥락에서 내 작품을 보는 건 정말 다른 차원을 가져다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 작업에는 늘 개인적인 추억이 많이 반영되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며 그간 정원에서의 일화들이 떠올랐다.

사진/ 버버리

사진/ 버버리

하우스 브랜드를 포함해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진행해왔다. 이번 협업에서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누군갈 당신의 세계로 초대할 때, 당신을 그들의 세계로 초대할 때 그 순간에는 항상 배움의 기회가 깃들어있다. 이번 협업을 통해 난 좀더 질감을 살린 작업을 시도했고, 정원 전체의 분위기를 그림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식물이나 자연을 그릴 때와 인물을 그릴 때 어떤 접근법의 차이가 있나?

사실 똑같다. 그림을 그릴 땐 항상 주제의 본질에 도달하기 위해 관찰하고 애쓰는 게 중요하다. 이걸 터득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웃음) 나는 항상 연속적인 선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눈앞에 있는 것들과 작업을 연결하는 데 무척 도움이 되는 방식이다.

직접 손으로 그린 듯한, 거친 채색의 흔적을 남겨두는 기법을 즐기는 편이다. 한치 오차도 없이 반듯한 선을 디지털 툴로 만들기 쉬운 시대에, 이런 특징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난 세련되고 완벽한 걸 완전히 거부한다. 그게 무슨 재미란 말인가? 현실적이고 날 것인 것이 내겐 더욱 진정성 있는 느낌이다.

작업의 컬러 팔레트를 고를 때는 어떤 과정을 거치나?

본능을 따른다. 항상 아트워크에 작은 재미(팝)적인 디테일을 넣으려 하는데, 예상치 못한 무언가가 있는지 체크하곤 한다.

사진/ 헬렌 벌록 인스타그램

사진/ 헬렌 벌록 인스타그램

당신의 작업은 에너지가 넘치는, 대담하면서도 직관적인 인상을 준다. 이는 당신의 개인적 성향이 반영된 걸까?

예스! 그럴 수 있길 바란다. 내게 가장 큰 칭찬은 작품이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최근 가장 영감을 받은 순간은 언제였나?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포장된 도로 자국만 봐도 쉽게 영감을 받는 사람이라서. 개인적으론 며칠 전 엄마가 막 80세 생일을 맞으셨는데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삶에 대한 기쁨은 진정한 영감이며, 우리 모두가 배울 수 있는 감정이니까.

오랜 시간 패션의 영역에서 창작을 이어온 당신에게, 패션을 작업물로 표현하는 일은 어떤 의미를 지니나?

나의 예술은 늘 패션과 조화를 이룬다. 의상이 내 아트워크에 생동감을 불어넣을 수 있고, 사람들의 신체에 맞닿아 내 작품을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이지 짜릿하다.


사진/ 버버리

사진/ 버버리

Credit

  • 글/ 안서경
  • 사진/ 각 이미지 하단 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