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살펴본 2025년 손목시계 트렌드

올해는 어떤 시계기가 트렌드일까?

프로필 by 윤혜연 2025.05.09

WATCHES and wonders


시계의 본고장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025 ‘워치스 앤 원더스’. 정교한 기계 예술이 숨 쉬는 그 현장을 직접 찾았다. 각 브랜드의 철학과 기술이 응축된 신작 가운데 <바자>가 고른,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시계들.


 ‘식스티’ 소투아르는 Piaget.

‘식스티’ 소투아르는 Piag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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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 The Wrist

워치 착용 방식에 대한 고정관념이 무너진 지 오래. 손목 밖의 세계는 더 넓어지고 있다. 에르메스는 커프를 의상에 고정해 브로치처럼 연출하거나 스트랩에 걸어 네크리스 혹은 키링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마이용 리브르(Maillon Libre)’를 선보였다. 메종은 이 피스를 ‘오브제’라고 명명했고 여기에 다이아몬드, 투르말린을 더해 주얼리로서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피아제는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소투아르의 매력을 강조했다. 올해의 주인공은 ‘식스티’ 컬렉션. 다이아몬드와 오팔을 세팅한 피스가 눈부신 광채로 존재감을 발한다. 샤넬은 골드 링 위에 미니어처 다이얼을 숨긴 반지 형태를 선보였다. 사자 모티프가 위엄 있는 자태로 손가락 위에 자리하며, 시계와 주얼리 사이 경계를 대담하게 흔든다.


 ‘아쏘 로카바 드 리르’ 워치는 Herm`es Watch.

‘아쏘 로카바 드 리르’ 워치는 Herm`es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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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layful Animation

위트 있는 장난이 펼쳐지는 워치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시계는 어른의 장난감”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특히 올해는 다이얼 위에 생동감을 불어넣은 애니메이션 워치가 더러 등장했다. 까르띠에 ‘탱크 아 기쉐’는 다이얼 위 작은 창에 시를 표시하기 위해 점핑 아워 메커니즘을 적용했으며, 에르메스는 인그레이빙과 에나멜링으로 정교하게 완성한 말 모티프가 푸셔 신호에 장난스럽게 메롱 하는 ‘아쏘 로카바 드 리르(Arceau Rocabar de Rire)’를 선보였다. 보다 복잡한 방식으로 움직임을 구현하는 오토마통 무브먼트 워치도 눈에 띈다. 반클리프 아펠 ‘레이디 아펠 발 데 자모르 오토메이트’는 4년에 걸쳐 개발한 오토마통 무브먼트를 통해 다이얼 위 인물 모티프가 섬세하게 움직이며 한 편의 짧은 무언극을 펼친다. 기술적 혁신과 새로운 형태의 기능을 탐구하는 워치메이커들의 경쟁이 심화된 올해, 애니메이션 워치의 향연 또한 그 흐름 위에 있다.


 옛 제니스 광고 캠페인.

옛 제니스 광고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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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for Cake

올해는 여러 워치 메종에게 의미 있는 생일이 겹쳐 더욱 반갑다. 단순한 축하를 넘어 이를 기념하는 스페셜 에디션까지 선보여 볼거리가 더욱 풍성했다. 워치메이커의 맏어른 바쉐론 콘스탄틴은 올해로 270번째 생일을 맞았다. 10년마다 특별한 에디션을 내놓는 전통답게 이번에는 무려 41가지 컴플리케이션을 품은 울트라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마스터피스를 선보였다. 제니스는 창립 160주년을 맞아 기념 모델 ‘G.F.J’를 160점 한정판으로 출시했고, 로저 드뷔는 30주년 생일을 자축하며 마스터피스를 공개했다. 위블로의 아이코닉한 ‘빅뱅’ 컬렉션 역시 어느덧 20주년을 맞이했다.


 ‘캐비노티에 트리뷰트 투 뚜르 드 릴’ 워치는 Vacheron Constantin,.

‘캐비노티에 트리뷰트 투 뚜르 드 릴’ 워치는 Vacheron Constantin,.

 ‘리베르소 트리뷰트 에나멜’ 워치는 Jaeger-LeCoultre.

‘리베르소 트리뷰트 에나멜’ 워치는 Jaeger-LeCoul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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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ic Dial

에나멜링, 기요셰 인그레이빙 등 고도로 숙련된 장인 기술은 시계에 예술성을 더한다. 그 덕에 한 점 한 점은 고유한 이야기를 품고, 더욱 아름다운 오브제로 승화한다. 예거 르쿨트르는 세계적인 문학 예술 작품인 페르시아 서사시 ‘샤나메(王書)’를 백케이스에 옮긴 ‘리베르소 트리뷰트 에나멜(Reverso Tribute Enamel)’ 4종을 선보였다. 기요셰, 그랑 푀 에나멜 등 전통 기법 네 가지를 결합한 작품은 돋보기를 들이대야 할 만큼 정교하게 완성됐으며, 시계 한 점 당 약 100시간이 소요됐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제네바의 역사적 장소에 경의를 표하며, 인그레이빙과 에나멜링, 기요셰를 조합해 단 세 점의 워치를 제작했다. 샤넬은 아이코닉한 ‘보이프렌드(Boyfriend)’ 다이얼에 가브리엘 샤넬 일러스트를 새기고, 베젤에 핑크 사파이어 38개를 세팅해 팝아트의 감각을 경쾌하게 살렸다.


 ‘빅 크라운 포인터 데이트 캘리버 403’ 워치는 Oris.

‘빅 크라운 포인터 데이트 캘리버 403’ 워치는 O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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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oft Hour

올해도 불확실성과 긴장감이 이어지는 속에서 차분한 컬러의 시계는 마음을 어루만진다. 팬톤이 2025년 올해의 색으로 선정한 모카 무스처럼, 워치 업계는 절제된 색감이 주는 정서적 안정에 주목하고 있다. 다이얼과 스트랩에 비비드한 컬러 대신 파스텔 톤을 선택하거나 다크 그린・샌드 베이지・라이트 그레이처럼 자연의 풍경을 닮은 어스 톤으로 물들였다. 강렬한 인상보다는 부드럽고 조용한 존재감을 택한 옵션들이다. 위블로 ‘빅뱅’ 20주년 에디션, 오리스 ‘빅 크라운 포인터 데이트 캘리버 403(Big Crown Pointer Date Caliber 403)’,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츄얼(Oyster Perpetual)’ 등이 그 예. 절제된 색채는 지금 시계가 말하는 또 하나의 언어다.


 ‘루방 미스테리유’ 워치는 Van Cleef & Arpels.

‘루방 미스테리유’ 워치는 Van Cleef & Arpels.

 ‘아우라’ 워치는 Piaget.

‘아우라’ 워치는 Piag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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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Jeweler’s Watch

빛나는 원석을 아낌없이 세공한 하이주얼리 워치. 주얼러를 겸하는 메종에게 이만한 놀이터도 없을 터다. 반클리프 아펠은 화이트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 사파이어를 화려하게 세팅한 ‘루방 미스테리유(Ruban Mystérieux)’를 선보였다. 피아제는 창립자 이브 피아제(Yves Piaget)의 “시계이기 이전에 주얼리”라는 철학을 되새기듯, 사파이어부터 에메랄드, 크리소베릴, 차보라이트, 다이아몬드까지 무지갯빛 그러데이션으로 풀 파베 세팅한 ‘아우라(Aura)’ 워치를 공개했다. 까르띠에는 ‘팬더’, 불가리는 ‘세르펜티’(더욱 모던해진!)라는 아이코닉한 모티프에 눈부신 원석을 촘촘히 더해 각각 주얼리 뱅글처럼 찬란한 시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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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 Hermès Watch, Jaeger-LeCoultre, Oris, Piaget, Vacheron Constantin, Van Cleef & Arpels, Zenith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