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맛집 문학동네에서 출판한 새 단편 만화책
'해변의 스토브'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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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스토브
<해변의 스토브>를 펼쳤다. 금세 따뜻해졌다.

만약 전생이 있다면 비엣족 아니면 타이족이었을 거라고 종종 생각하곤 한다.(곧 죽어도 인간이었을 거라 믿는 이 뻔뻔함!) 그만큼 겨울이 싫다는 얘기다. 정신없이 살다보니 완연한 봄이 왔고 이제 한동안 지긋지긋한 추위와도 안녕일 테니 어찌나 다행인지! 이런 내가 <해변의 스토브>를 보고 겨울을 그리는 감각을 거의 처음 느껴본 것 같다. 이 책을 한겨울에 읽었다면 더 좋았을 거다. 어떤 책은 향기를 품고 어떤 책은 소리를 품는데 이 책은 온도를 품는다.
오시로 고가니의 단편만화 일곱 편을 묶은 <해변의 스토브>에는 이별과 만남, 탈피와 도주를 행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동명의 첫 번째 단편 ‘해변의 스토브’는 연인과 헤어진 남자가 말 거는 난로와 떠난 이별 여행 이야기다. 나에게도 처음 독립하고 자취방에 들여놓았던 빨간색 전기 스토브가 있었다. 만약 그때 그 스토브도 말하는 법을 알았다면 내게 뭐라고 했을까?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얘야, 내 머리 위 먼지 좀 털어줄래? 떨어져, 여긴 충분히 따뜻하잖아. 겨울 내내 그의 옆에 붙어 살았다. 그럼에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상상.
죽은 친구를 기억하는 낯선 이와 하룻밤 동안 눈 속을 걷는 ‘눈 내린 마을’, 얼려서 죽일 사람을 고르기 위해 도시에 나타난 설녀와의 여름을 그린 ‘설녀의 여름’, 사고를 당해 투명인간이 된 남편과의 사랑을 그린 ‘당신이 투명해지기 전에’, 내 몸의 주인이 되고 싶은 두 여자가 처음 만나 공중목욕탕에서 우정을 쌓는 ‘눈을 껴안다’, 친구들처럼 글을 쓰고 싶지만 안정적인 일상을 만드는 데 지쳐버린 주인공의 이야기 ‘바다 밑바닥에서’, 거지 같은 일상 속에서 진정 바라는 것을 찾는 초단편 ‘소중한 일’도 마찬가지다. 오시로 고가니는 당신의 일상을 환상 속으로 안내한다. 놀라운 건, 이 책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거다.
Credit
- 사진/ 문학동네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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