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는 '한국 디자이너' 2탄

장선우 선우 / 김준태 준태킴 / 김한 한킴 / 최강혁, 손상락 강혁 / 김규리 규리킴

프로필 by 서동범 2025.03.07

ENTER THE ERA OF K-FASHION


베개 모티프 톱은 2백23만원대, 벨티드 플리츠 스커트는 83만원대 Kimhēkim. 양말은 에디터 소장품.



드레스는 3백30만원 Sun Woo.



장선우 선우


하퍼스 바자 컬렉션을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장선우 선우의 디자인을 설명할 때, 바게트에 휘핑크림을 얹어 먹는 맛에 비유하곤 한다. ‘기본+기본=특별한 맛’이라는 의미다. 브랜드의 시그너처 실루엣인 원터치 텐트 기법을 바탕으로 다양한 요소를 더해 변주한다. ‘Fun-to-wear’, 즉 “선우는 너의 옷장을 춤추게 할 거야”라는 메시지도 함께 담는다.


하퍼스 바자 원터치 텐트 기법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장선우 이방인 같은 내 삶에서 영감받았다. 런던 거리에서 원터치 텐트를 들고 도시를 떠도는 무리를 본 적이 있는데, 이동을 거듭하는 모습이 나와 닮았다고 느꼈다. 그때부터 접었다 펼 수 있는 팝업 의류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하퍼스 바자 한정된 시그너처 방식이 디자인 변주에 한계를 주지는 않는지.


장선우 다음 시즌을 위해 와이어 없이 ‘접혔다 펼쳐지는 의류’의 원리를 더욱 깊이 탐구하고 있다. 인터뷰 초반에 설명했듯 선우의 바게트에는 휘핑크림 외에도 무궁무진한 재료와 요소가 있다. 한계보다는 오히려 가능성이 넘친다고 생각한다.


하퍼스 바자 2025 S/S 컬렉션은 어떤가?


장선우 기존 선우의 정체성을 좀 더 볼드하고 성숙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상대적으로 보편의 요소를 더하기도 하고, 반대로 과감한 디테일을 가미하기도 했다.


하퍼스 바자 앞으로 패션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장선우 장인들이 지속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리고 새로운 기술자들을 포용하는 것. 지금 이런 상황이라면 뛰어난 기술을 가진 이들은 사라지고, 결국 잘 만들어진 옷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든다.


하퍼스 바자 패션업계에 종사하고자 하는 10~20대 독자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장선우 꾸준히, 깊게 연구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 그리고 사랑하는 것에 더 큰 힘을 쏟자!



펀칭 장식 셔츠, 보 디테일 쇼츠는 가격 미정 Juntae Kim. 스니커즈는 32만원 Salomon. (아래) 펀칭 장식 셔츠, 보 디테일 쇼츠, 모자는 모두 가격 미정 Juntae Kim.



김준태 준태킴


하퍼스 바자 2025 S/S 컬렉션의 주제는?


김준태 ‘뉴 로맨틱’. 준태킴의 일곱 번째 컬렉션으로 앞선 6개 컬렉션에서 디자인, 매출, 퍼포먼스 면에서 반응이 좋았던 디자인을 총망라했다. 준태킴만의 로맨틱한 젠더 플루이드 미학이 돋보이는 시즌이다.


하퍼스 바자 이번 시즌 가장 중요시한 가치는 무엇인가?


김준태 미감과 상업성의 조화다. 미학적 피스를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하려 했다. 특히 지난해 말 첫선을 보인 ‘JTK 아티즈널’ 라인을 통해 준태킴 메인 라인의 디자인적 요소를 유지하며 더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하퍼스 바자 마린 세르 등 다양한 브랜드의 제안을 고사하고 본인의 브랜드를 전개하게 된 계기는?


김준태 이유는 단 하나다. 누군가를 위한 디자인을 하기에 나만의 브랜드를 론칭할 자신감과 경험이 충분하다고 느꼈다. 학업을 포함해 편집숍 MD, 빈티지 쇼핑몰과 커스텀 브랜드 운영, 해외 유학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그 과정에서 더 이상 새로운 자극을 찾을 수 없었다.


하퍼스 바자 김준태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김준태 지금도 흐르고 있는 ‘시간’.



톱은 96만원, 스커트는 1백2만원 Hankim.



김한 한킴


하퍼스 바자 2025 S/S 컬렉션은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가?


김한 인간이 집중하는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집중할 때의 예민함과 습관 등…. 한킴은 기존 의복 양식을 발전시키기보다는 새로운 보디 실루엣을 찾는 데 열중하며, 그 형태를 옷으로 발전시킨다. 그 과정에서 낯선 옷의 형태가 탄생하며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새로운 실루엣이 만들어진다.


하퍼스 바자 (삐쭉삐쭉한) 3D 입체 아플리케 시그너처의 의미는 무엇인가?


김한 기하학적 구조에서 3D 패턴을 디자인하고, 조각들을 모은 패치워크 기법으로 원단을 제작한다. 동시에 보디 실루엣과 한 벌의 옷으로 만들어질 패턴까지 계산하는 특수 메이킹 기법을 채택했다. 런던에서 공부할 때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실루엣을 개발해왔고, 그 과정에서 얻은 패턴과 기술이 한킴만의 아이덴티티가 됐다. 3D 입체 아플리케는 실험적이지만 러프하지 않다. 첫 단계부터 끝까지 철저히 계산된, 깔끔하게 떨어지는 패턴을 의미한다. 언젠가 오랜 인연을 가진 바이어가 내 컬렉션을 한 편의 동화책 같다고 말했을 때, 마치 내 머릿속을 들킨 기분이 들어 행복했다.


하퍼스 바자 혹시 오트 쿠튀르에 대한 계획도 있는가?


김한 장 폴 고티에를 보며 패션 디자이너를 꿈꿨고, 지금도 레이 가와쿠보의 쇼를 보면 심장이 뛴다. 한킴은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레디투웨어로 시작한 브랜드이지만, 아직 보여주지 못한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이 너무나도 많다.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 그 디자인들로만 이뤄진 컬렉션을 선보이고 싶다. 기대해달라.



윈드브레이커, ‘Kanghyuk×Reebok Premier Ultra’ 스니커즈는 가격 미정, 팬츠는 27만원대 모두 Kanghyuk. 양말은 에디터 소장품.



최강혁, 손상락 강혁


하퍼스 바자 이번 시즌 강혁은?


최강혁 가먼트 다잉(Garment Dyeing)을 중점으로 컬렉션을 진행했다. 염색에 용이한 원단과 부자재를 사용했으며 컬러는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톤으로 구성했다. 초창기부터 해왔던 방식이기도 하지만 솔기는 최소화했고 디테일보다는 효과로 이번 시즌을 표현했다. 그리고 최근 건강에 관심이 많아져 몸을 자주 움직이려 하는데, 그에 맞춰 소재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좀 더 가볍게 접근했다.


하퍼스 바자 컬렉션 피스에 넘버링하는 부분도 독특하다.


최강혁 첫 컬렉션부터 그렇게 해왔고, 지금까지 그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전시 때는 네이밍을 한다.


손상락 네이밍은 컬렉션 전체를 담기엔 너무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


하퍼스 바자 해체주의적 면모가 강했던 초기 작업에 비해 최근 컬렉션은 더 웨어러블하고 깔끔하다.


최강혁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체주의적 요소를 줄이고 구조적인 디자인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손상락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근본적으로 우리 옷을 직접 입고 싶어졌다.


하퍼스 바자 패션업계를 꿈꾸는 10~20대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최강혁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심도 있게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오래 곁에 둘 것.


손상락 만약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면 최선을 다할 것. 후회가 남더라도 그래야 한다. 다른 도전이 쉬워질 수 있도록.



구름 모티프 프릴 드레스는 2백90만원, 베일은 68만원, 뮬은 39만원대 모두 Gyouree Kim.



김규리 규리킴


하퍼스 바자 김규리는 누구인가. 당신의 이력이 궁금하다.


김규리 1993년생으로 한국에서 패션 학사를 이수한 뒤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과 왕립예술대학에서 석사를 마쳤다. 졸업 후 맥퀸에서 크리에이티브 패턴 커터로 잠시 경력을 쌓았다. 현재는 서울로 돌아와 개인 스튜디오를 차리고, 브랜드 규리킴을 전개하고 있다.


하퍼스 바자 2025 S/S 컬렉션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김규리 시대를 초월한 천상의 천사들을 모티프로 순수함과 신비로움이 뒤섞인 컬렉션을 구상했다. 하늘거리는 실크의 흐르는 실루엣, 섬세한 튤, 새틴 광택, 깃털처럼 가벼운 텍스처가 어우러져 경쾌하고 영묘한 본질을 표현했다. 런웨이에서 각 천사들은 꽃 한 송이와 러브레터를 관객에게 선물하며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을 전했다.


하퍼스 바자 왜 코르셋인가?


김규리유년시절부터 서양의 앤티크 디자인과 건축적인 요소를 좋아했다. 오래된 건물이나 의상의 디테일 속에 담긴 시간과 정성이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나의 코르셋은 몸을 옥죄는 기능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 것!


하퍼스 바자 규리킴의 판타지는?


김규리 영국에 처음 갔을 때 마주한 풍경이 아직도 생생하다. 캄캄한 밤, 옅은 가로등 아래 와인색 벽돌 집들이 나열된 거리들.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했다. 그때의 환상적인 감정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고, 하나의 판타지로 내 작업으로 표출된다.



Credit

  • 사진/안니콜라이
  • 모델/ 클로이 오
  • 헤어/ 장해인
  • 메이크업/ 황희정
  • 어시스턴트/ 김진우, 이동영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