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남자' 이준혁의 진심 인터뷰
'나의 완벽한 비서'의 유은호가 도전이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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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HERE MAN
말하자면 이준혁은 그런 남자.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모자는 Sea New York. 티셔츠, 데님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비밀의 숲>의 서동재가 <나의 완벽한 비서>의 유은호가 될 거라곤 상상 못했어요. 그 사이엔 <범죄도시 3>의 주성철도 있었죠. 다른 결의 작품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건 배우에게 축복일 텐데요.
이준혁 좋게 보면 정말 행운이죠. 나쁘게 보면, 어떤 사람들은 대표 맛집 하나로 평생을 살아가기도 하는데 저는 계속 업종 변경을 해오다보니 이게 맞나 싶을 때도 있고요.(웃음) 제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연기라는 세계가 마술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영화 <휴고>를 보면 주인공이 마술과 영화를 연결짓잖아요. 저도 비슷했어요. 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했기에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고 그건 분명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돈을 버는 생산자로서 제 방식이 유리한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하퍼스 바자 연기라는 세계가 마술처럼 느껴졌단 얘기를 들으니 어젯밤 밑줄 그은 문장이 떠올랐어요. 강아지별로 간 반려견을 추억하는 모바일 게임 ‘안녕, 팝콘’을 만든 적 있죠? 게임을 출시한 뒤 이런 글을 남겼어요. “내가 팝콘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른 종류의 무언가였다. 나와 팝콘이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비슷한 아픔이 있는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것. 적어도 그 플랫폼 안에서는 팝콘이가 살아생전의 모습처럼 마음껏 움직이고, 활달하고, 아프지 않았으면 했다.” 저는 이상하게 이 말이 게임이 아니라 배우가 연기를 대하는 태도로 읽혔거든요. 어떻게 그 마술적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됐는지 기억해요?
이준혁 좋은 선생님을 만났기 때문인 것 같아요. <위플래쉬> 속 플래처 교수 스타일의 혹독한 분이셨어요. 너무 강도 높게 훈련을 받다 보니, 더 궁금해지더라고요. ‘대체 연기가 뭐길래 내가 이렇게까지 혼나야 하지?’ 그 상황이 오히려 제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 같아요.

수트, 베스트, 슈즈는 모두 Bottega Veneta.
하퍼스 바자 <위플래쉬>의 앤드류가 품었을 법한 오기 혹은 독기네요. 대답은 어디에서 찾았나요?
이준혁 절반의 정답은 현장에 있었어요. 패션도 마찬가지잖아요. 트렌드는 계속 변하지만 옷을 만드는 공정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듯이 연기 현장에서도 기본적인 공정은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NG를 최소화해야 하고, 대사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며 철저히 사전준비를 해야 한다는 건 변함없는 정답이죠. 동료 배우나 스태프들에 대한 예의도 중요하고요.
하퍼스 바자 말한 것처럼 연기도 패션처럼 유행이 있고 흐름이 있어요. 19년 동안 이 분야에서 유연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뭔가요?
이준혁 요새 자주 듣는 말이 “면도하고 나니까 더 괜찮아졌다”는 건데요. (웃음) 웃긴 게, 저는 수염이 있어서 캐스팅됐거든요. 첫 작품이 <조강지처 클럽>이에요. 당시에는 남자 배우들 대부분 수염이 있어야 했어요. 수염이 없으면 발모제를 바를 정도였죠. 없으면 뭔가 허전해 보이고, 심지어 ‘남자답지 않다’는 인식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반대잖아요.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마다 흐름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냥 그때그때 주어진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수트, 베스트, 슈즈는 모두 Bottega Veneta.
하퍼스 바자 당시에 <적도의 남자>를 참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나요.
이준혁 그때는 뱀파이어 같은 느낌을 내기 위해 아이라인을 그리기도 했어요. 제가 크리스찬 베일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베일처럼 몸을 앙상하게 만들려고 체중을 60kg까지 감량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웃긴데, <머시니스트>는 예술영화지만 <적도의 남자>는 대중적인 드라마잖아요? 어려서 그 선을 몰랐던 거죠.(웃음) 한번은 샤워 신이 있었어요. 그 장면을 <가타카>처럼 찍고 싶었어서 최선을 다해서 감량했어요. 촬영을 앞두고 제작진이 트렁크 팬티를 줬는데, 팬티가 너무 큰 거예요. 어차피 상반신만 나오니까 그냥 입고 촬영했죠. 그런데 나중에 방송 사고가 나서 팬티 입은 모습이 그대로 송출된 거예요. 너무나 멋이 없었죠. 최근엔 제가 <나는 전설이다> 촬영 때 길렀던 수염과 손톱이 화제더라고요. 사실 그것도 노력의 산물이에요. 로커들은 실제로 기타 피크처럼 손톱을 기르기도 하잖아요. 화보 촬영도 조명이나 앵글에 따라 천지차이잖아요. 드라마 촬영도 그래요. 보호받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죠.(웃음)
하퍼스 바자 흔히 ‘흑역사’라고 하죠? 배우의 과거 사진이나 전작이 ‘밈’으로 화제가 되는 것도 그 배우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보여주는 방증이죠. 한 인터뷰에서 “연기를 18년째 노동량으로 하고 있다”는 말을 한 적 있어요. 당신에게 연기는 어떤 노동인가요?
이준혁 애매한 위치에서 오랜 시간 일한다는 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거든요. 예전에는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연기자가 얼마나 많은 작품을 소화하느냐가 미덕인 시대가 된 것 같아요. OTT 덕분이기도 하고요. 웃긴 건, 예전엔 그렇게 활동하면 안 좋게 봤거든요. 배우는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어요. 저도 정말 잘되고 싶었어요. 달리 말하면, 쉬고 싶었어요.(웃음) 스타가 되면 자연스럽게 활동을 줄이고 쉴 수 있었는데 저는 그렇게 되지는 못했죠. 덕분에 그때나 지금이나 계속 달리고 있어요. 노동량으로 따지면 압도적이라고 자부해요.

톱, 팬츠는 Wooyoungmi.
하퍼스 바자 아까 ‘애매한 위치’라는 표현도 썼는데, 흔히 배우는 기다림의 직업이라는 말도 하잖아요. <다크홀> 이후로 작품이 없었던 기간이 꽤 길었다고 알고 있어요. 그런 시기를 견디려면 역시 만만치 않은 정신적 노동이 필요하죠?
이준혁 그래서 상상을 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제이크 질렌할이 출연한 영화 <사우스포>를 보고 ‘언젠가 나도’라는 상상을 하면서 실제로 복싱을 배우기도 했어요. 그런데 저는 배우가 기다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누군가를 탓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누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결국 내가 나의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 빛이 비출 때 잘 보여질 수 있도록.
하퍼스 바자 새는 이야긴데, <사우스포> 진짜 재미없지 않았어요?(웃음)
이준혁 (웃음) 영화 자체는 클리셰 덩어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제이크 질렌할이 그 클리셰를 깨는 연기를 했다고 생각해요.
하퍼스 바자 클리셰를 깨는 배우라. 근사한 말이네요. 배우로서 본인의 가장 큰 즐거움과 괴로움은 무엇인가요?
이준혁 괴로움이 80% 즐거움이 20%겠죠. 성과 지표가 나올 때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만 그럴 땐 다행이라는 마음이 더 커요. 처음 접하는 게임을 배우는 과정도 꽤 고통스럽거든요. 게임 안에서 자꾸 심부름만 시키길래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싶어요. 그런데 그런 사소한 과정을 극복하는 게 결국 재미로 이어지더라고요. 인생도 비슷한 것 같아요. 종합적으로 보면 고통스러움을 버텨내는 게 저에게는 즐거움이에요. 조연을 하다가 주연이 되면 난이도가 올라가고, 또 새로운 챌린지가 생겨요. 작년에도 내가 이 스케줄을 다 소화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결국 해냈어요. 그러고 나니까 이번엔 더 어려운 챌린지가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시련을 겪는 것이 곧 삶이잖아요. 대부분의 영화들도 결국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제가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어요. 영화는 시련을 견디는 법을 보여주니까요. 한번은 궁금해졌어요. ‘엄마는 왜 나를 포기하지 않았을까?’ 특별한 사건이 있어서가 아니라 육아는 힘든 일이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쩌면 나는 엄마에게 가장 재미있는 존재였을 수 있겠구나.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이준혁에게 즐거움의 다른 말은 도전이고 과정이네요. 타인에 대한 이해이고요.
이준혁 아까 크리스찬 베일 이야기를 했잖아요. 제가 그 배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의 고통에 대해 접근해봤기 때문이에요. 적어도 그 부분만큼은 이해할 수 있는 거죠.
하퍼스 바자 철학적인 말이네요. 레슬리 제이미슨의 <공감 연습>에서 읽은 건데, 진정한 공감이란 단순한 감정이입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 상태나 정신 상태 속으로 들어가보려는 노력에서 비롯한다고 해요.
이준혁 어떻게 보면 진정 그 배우를 사랑하는 거고요. 단순히 그의 연기를 보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까지 생각하게 되니까요. 저는 크리스찬 베일이 어떤 실수를 해도 조금은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챗GPT를 비롯해 SUNO AI 같은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다죠? 챗GPT에게 “배우 이준혁의 매력은 뭐야?”라고 물어봤더니, 이렇게 대답하더라고요. 1. 디테일한 연기 2. 극단적인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3. 반전 매력 4. 인간성 5. 꾸준한 성장. 꽤 그럴듯한 요약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이준혁 챗GPT가 원래 거짓말을 잘해요.(웃음)
하퍼스 바자 다섯 가지 중 ‘인간성’이라는 항목이 인상적이었어요. “단 하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남길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작품을 남기고 싶다”라고 말한 적 있어요. 결국 선한 것이 이긴다는 믿음을 갖고 있나요?
이준혁 제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대입해보면 답이 나오는 것 같아요. 만약 제 아이에게 생애 첫 영화를 한 편 보여준다면 <나이트 크롤러>와 <타이타닉> 중에 뭘 골라야 할까요? 전 <타이타닉> 고를 것 같아요. 세상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영화도 물론 필요해요. 하지만 그걸 어떻게 청소할 것인지 이야기하는 영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만약 누군가가 이곳은 너무 더럽다고 말하기만 한다면, 우리는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이렇게 쓸고 닦으면 더 아름답지 않을까 말해주는 사람도 필요하잖아요.

티셔츠는 Venhit. 슈즈는 Marni. 재킷,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나의 완벽한 비서> 이야기도 해볼게요. 이 작품을 택한 건 필연적인 수순 같기도 해요. 그간 “왜 멜로는 안 하세요?” 같은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잖아요.
이준혁 지금껏 제가 맡아온 역할들을 보면, 면면이 꽤 또라이 같은 인물들이에요.(웃음) 그래서인지 이번 캐릭터가 저한테는 색다른 도전이었어요. 그동안의 강한 캐릭터에 조금 질려 있던 것도 있었고, ‘대중들이 좋아하는 건 뭘까?’라는 궁금증이 커지면서 마음이 열렸던 것 같아요. 사람들은 제가 실장 역할을 여러 번 했을 거라 생각하더라고요. 실제론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동안 피해 다녔거든요.(웃음) 저도 클리셰를 참 싫어하는데, 이번 작품에는 그런 느낌이 없더라고요. 게다가 이제는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았고요. 예를 들어 저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디카프리오 버전으로 본 세대잖아요. 제 전 세대는 올리비아 핫세 버전으로 봤고요. 한 세대가 지났으니 과거의 클리셰가 다시 새롭게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하퍼스 바자 극 중에서 유은호가 강지윤(한지민)의 손등에 ‘참 잘했어요’라고 새겨진 도장을 찍어주죠.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더 이상 누구도 나에게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최근에 스스로에게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고 싶었던 순간이 있나요?
이준혁 엄청나게 긴 대사를 거의 틀리지 않고 소화했을 때요. 연기가 좋았는가와는 별개의 문제지만 적어도 내가 맡은 바를 잘 해내면 촬영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모두가 빨리 퇴근할 수 있잖아요.
하퍼스 바자 결국 책임감이네요.
이준혁 저는 어른이라는 건 결국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마흔이 넘어가면서 좋은 말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고요. 말의 무게라는 게 있잖아요.
하퍼스 바자 실제로 말을 참 예쁘게 하시네요.
이준혁 어릴 때는 “남자애가 말을 왜 이렇게 해?” 같은 지적을 듣기도 했어요. 욕도 좀 섞어서 쓰고 말투도 더 거칠어야 멋있어 보이던 시대였죠. 춤 못 추면 큰일 나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나는 왜 저렇게 못할까?” 자책하고요. 못 마시는 술도 억지로 마셔보고 그랬죠. 나이가 들면서 제 본래 모습은 지금에 더 가깝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개인의 성향 차이인데, 저는 술 마시고 춤추는 것보다 사람들과 잔잔하게 대화하는 게 더 좋아요.

니트는 Maison Margiela. 티셔츠,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마르셀 뒤샹의 판타지는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었대요. 당신의 판타지는 무엇인가요?
이준혁 아무도 저를 모르는 것요. <아임 낫 데어>라는 영화에서 밥 딜런이라는 인물을 여러 배우가 연기하잖아요. 그만큼 밥 딜런이 다양성을 가진 인물이었다는 표현이고요. 저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내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그게 나라는 걸 몰랐으면 좋겠다라고요. 이제 그런 판타지는 사라졌고요. 최근에 깨달은 건데 지금껏 단 한 번도 대중적인 것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더라고요. 요즘은 모두가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의 판타지보다도 사람들이 저로부터 판타지를 발견했으면 좋겠어요. 잘 찍은 화보 속 이미지처럼 시름을 잊고 잠시 빠져들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걸 다 이룬 다음엔 어느 외딴 섬을 여행하면서 남이 만든 영화를 실컷 볼래요.
하퍼스 바자 연극이 끝나고 난 무대 위의 배우처럼 허무하진 않겠어요?
이준혁 어릴 때는 그런 허무함조차도 느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영화 <가타카>에서 주인공이 열심히 노력해서 결국 우주선을 타고 떠나잖아요. 왜 <가타카 2>는 안 나오는 걸까요? 주인공이 우주선에 탔어요. 그 다음은 뭐냐고요?(웃음) 저는 정말 궁금해요. 다만 한 가지는 알 것 같아요. 저는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놀이터를 충분히 즐긴 것 같거든요. 오늘처럼 화보도 찍고 작품도 하면서요.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 후배들의 놀이터가 되어줘야 하는 순간이 오면 서포터로서 기꺼이 그렇게 할 거예요. 지금까지 거의 18년을 그렇게 살아왔으니 두렵지는 않아요.
하퍼스 바자 비로소 완전한 자유의 시간이겠군요.
이준혁 그러게요. 그동안은 저, 너무 <바빌론> 같은 시대를 겪어왔잖아요. (웃음)
Credit
- 사진/ Less
- 헤어&메이크업/ 가희(아티시차차)
- 스타일리스트/ 박현지
- 어시스턴트/ 노현승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Celeb's BIG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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