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송지오 CD인 송재우가 파리에 플래그십을 오픈한 사연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K 패션, 대단해 ꒰⍢꒱ ༘*

프로필 by 윤혜연 2025.01.25

겹겹의 시간,손끝의 예술


아버지인 송지오 디자이너의 뒤를 잇고 있는 송재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근 브랜드의 두 번째 고향과도 같은 파리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전 세계에 패션을 알리는 선두 주자로 활동 중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군더더기 없는 차림으로 나타난 송재우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송지오 인터내셔널의 원대한 비전을 전했다.

하퍼스 바자 <바자>를 초대한 이곳은 어디인가?
송재우 송지오 인터내셔널이 10여 년 만에 오픈한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인데, 국내 젊은 작가들의 전시도 개최하기에 ‘갤러리 느와’라 이름 붙였다. 예술과 패션을 결합한 새로운 아트 브랜드라고 할 수 있겠다.
하퍼스 바자 아트 브랜드, 어떤 의미인가?
송재우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송지오 인터내셔널이 가장 중시하는 게 패션과 아트다.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그림에서 컬렉션의 영감을 얻거나 직접 스케치해 작업하는 등 우리는 아주 순수한 방식으로 창작하고 있다. 이러한 창작 과정을 같이 보여주고 싶다. 이 외에도 방금 언급했듯 국내 작가의 전시를 개최하기도 하고.
하퍼스 바자 순수한 창작 방식이라.
송재우 순수예술과 가깝다는 의미로 말했다. 오늘날 패션 디자이너의 작업 방식은 폭넓게 발전했지만 우리는 아직 손으로 하나하나 작업한다. 스케치부터 패턴 뜨기, 가봉까지 손으로 직접 그리고 오려 만든다. 또 매 컬렉션을 내가 그리거나 송지오 선생님이 작업하신 그림에서 착안하는데, 예술작품을 통해 우리만의 영감과 콘셉트를 찾는 의미다. 이러한 측면들이 순수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하퍼스 바자 현재 갤러리 느와에서는 어떤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가?
송재우 강재원 작가. 우리가 초대한 네 번째 작가로, 전시를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됐다. 첫 작가는 회화였고, 두 번째는 가구 디자이너, 세 번째는 또 회화 아티스트였다. 이번에는 조형을 다뤄보고 싶었고, 그 덕에 갤러리 분위기가 그전과 많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다소 어두운 무드에 오리엔탈 요소가 강해 송지오와 조화로웠다면, 이번 작가는 미래적 요소가 있어 색다르다.
하퍼스 바자 협업 작가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
송재우 우리의 미학적 결과 잘 어울리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송지오 인터내셔널은 아방가드르하면서도 동시대적이다. 반대로 작가가 이곳에 와서 조율을 요청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서로의 의견이 맞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하퍼스 바자 최근 파리 마레 지구에 프랑스 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송재우 송지오가 2006년 파리 패션위크에 참석하기 시작하면서 온 가족이 파리로 이주해 살았다. 익숙한 도시에 매장이 생겨 기분이 좋다. 매장을 열 때는 항상 걱정 반, 기대 반이다. 그게 서울이든 어디든. 마레 플래그십 스토어는 기대한 것보다 훨씬 잘해주고 있어 마음이 놓인다.
하퍼스 바자 왜 파리인가?
송재우 부모님께서 파리에서 공부하시면서 만나시기도 했고…. 우리 가족에겐 익숙하고 친근한 도시다.
하퍼스 바자 마레 플래그십을 디자인할 때 파리의 고전주의와 한국의 현대주의를 결합했다고 들었다.
송재우 파리는 도시 자체가 매우 고전적이지 않나. 그토록 고전적인 풍경에서 어떻게 하면 송지오의 색을 넣어 이질적으로 만들지 고민했다. 파리 시민들에게 생경한 도시 풍경을 제안하고 싶었다고나 할까. 이를 위해 라임스톤 건물에 콘크리트를 발라 외벽을 완성했다. 또 파리 건물이 워낙 오래됐다 보니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 내부 디자인에 공들였다. 게다가 전시 공간도 마련하려다 보니 더욱 난항이었다. 열심히 고민한 결과, 쪼개진 공간감이 재밌는 동선이 만들어졌다. 파리 아파트먼트의 아기자기한 매력이 극대화된 것 같다.
하퍼스 바자 서울이든 어디든 매장을 오픈하는 것은 늘 걱정 반, 기대 반이라고 했다. 오프라인 매장 오픈은 어떤 상징성을 갖고 있나?
송재우 지난 8년간 꽤 많은 매장을 오픈했다. 2018년에 하나였던 매장이 내가 취임한 후 현재 90개 가까이 되니까. 이제는 오프라인 매장이 실존성으로 와닿는다. 오늘날 온라인 세계가 워낙 넓어지니 가끔 붕 떠 있는 느낌이 없지 않은데, 매장은 ‘우리가 (특정 도시에서) 진짜 존재하는구나’라는 느낌을 준다.
하퍼스 바자 그렇다면 도산부터 파리까지, 플래그십 스토어에 미디어아트 존을 어김없이 마련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송재우 아까 언급했듯 고전주의와 현대주의를 결합하기 위해서다. 우리 작업 방식이 굉장히 고전적이다 보니 고객들에게 시각적인 임팩트를 선사하기 위해 현대화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다하지 못한 부분을 협업하는 작가들의 힘을 빌려 충족하고자 한다. 전시든,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이든, 캠페인 촬영이든.
송지오의 첫 여성복을 공개한 2025년 S/S 컬렉션 송지오 2025년 F/W 컬렉션의 영감이 된 아트워크. 송지오의 첫 여성복을 공개한 2025년 S/S 컬렉션 파리 마레 지구에 오픈한 송지오 인터내셔널 플래그십 스토어. 송지오의 첫 여성복을 공개한 2025년 S/S 컬렉션
송지오 인터내셔널은 우리만의 강한 아이덴티티를 잘 지켜오고 있는데, 이 방식이 기존의 것을 답습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해내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퍼스 바자 최근 특별히 눈여겨보고 있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송재우 다음 시즌 콘셉트가 바로크다 보니 최근 수개월 동안 디에고 벨라스케스 그림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음악도 바로크 시대의 것들로. (웃음) 다른 생각은 안 하고 있다.
하퍼스 바자 이야기가 나온 김에, 현재 2025년 F/W 컬렉션 준비에 한창이겠다. 간략히 귀띔해달라.
송재우 바로크 시대의 ‘피카딜(목을 들어올리면서 받치는 깃)’이 주제다. 당대 특권의 상징이기도 한 이 화려하고 실험적 이미지를 현대화할 예정. 디자인적으로도 그렇겠지만, 어떻게 하면 이 특권의 상징을 현대적 측면에서 깨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반항적 메시지를 가미해서. 고전적 바로크의 화려함과 현대적 아방가르드의 충돌이다.
하퍼스 바자 앞서 2025년 S/S 시즌, 브랜드 역사상 첫 여성복을 선보였다.
송재우 사실 여성복은 송지오 선생님께서도 브랜드 론칭 초창기부터 하고 싶어하셨다. 남성복은 디자인적으로 아방가르드의 한계가 있기에. 여성복 론칭은 브랜드 운영 타이밍상 올해가 됐을 뿐 늘 준비 중이었다.
하퍼스 바자 뮤즈가 있다면 누구인가?
송재우 특정 인물이나 캐릭터는 없지만, 자유로운 누군가였으면 좋겠다. 틀에 박히지 않은 여성.
하퍼스 바자 올해로 송지오 인터내셔널의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취임한 지 8년 차다. 기존의 브랜드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송재우 단지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는 것. 그 덕에 세계관이 넓어지고 더 자유로워진 것 같다. 브랜드 정체성 등 근본적으로 바뀐 건 없다.
하퍼스 바자 송지오는 로컬 남성복 시장에서 흔치 않게 30년이 넘도록 사랑받은 브랜드다. 비결은?
송재우 이제 32년이다.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 신선한 것을 찾아 만들어내는 것.
하퍼스 바자 패션을 전공하지 않았다. 디자이너인 아버지 작업실이 놀이터였다는 한 인터뷰 답변을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패션이 아닌 길을 가려 했는지 궁금하다.
송재우 파리에서 살 땐 공부만 했다. 어렸을 때는,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사람과 어울리는 걸 즐기지 않는 성격이라 공부가 좋았다. 그렇게 공부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다 보니 예술과 다소 거리를 뒀다. 결국 패션을 업으로 삼게 된 데 여러 계기가 있긴 한데, 모든 일엔 다 때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일을 시작해야 할 때 마침 송지오 인터내셔널이 터닝 포인트를 맞이했다. 쇼를 파리에서 런던으로 옮겨 진행했고, 라이선스 비즈니스를 정리하는 등 재정비를 하던 시기였다. 브랜드 리뉴얼이 절실한 시점에 이를 도맡을 사람이 필요했다. ‘이제 해야지!’라는 생각에 시작했던 건 아니었다.
하퍼스 바자 그리고 지금, 아버지인 송지오 디자이너의 브랜드를 잘 확장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디자인까지 관여하는데.
송재우 내가 직접 만들어 입는 옷을 파는 게 자신 있다. 진정성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어찌 보면 대표이사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하는 게 당연하다.
하퍼스 바자 비전공자로서, 패션을 업으로 삼고 싶은 10~20대 독자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
송재우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즐겨봐야 한다. 우리 회사에서 많은 디자이너들과 일하면서 자주 느끼는 것이, 오히려 패션 스쿨에서 옷만 배운 이들은 문맥을 모른다는 것.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하지 않나. 예를 들어 ‘펑크 록’이 주제라고 하면, 펑크 록이 왜 나오게 됐는지 역사를 알아야 당대 패션을 이해할 텐데 이 문맥엔 관심이 없고 옷만 디자인하려다 보니 ‘바이커 재킷’만 찾게 된다. 문화적 이해도 없이 디자인하면 이는 가짜 디자인이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어도 다양한 문화를 경험해야 추후 패션업계에 들어와서 많은 아이디어가 발현하고 진정성 있는 작업이 가능하다.
하퍼스 바자 아버지와는 어떤 점이 닮아 있고, 어떤 점이 다른가?
송재우 예전부터 선생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패션이든 문화적 이야기든, 선생님은 어린 나에게 이것저것 많이도 물어봐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 아가인 시절에 뭘 그렇게 상의했나 싶기도 하다. 특히 함께 문제작들을 많이 봤다.(웃음)
하퍼스 바자 문제작?
송재우 컬트 영화라든지, 왜, 쇼킹한 영화들 있지 않나. 충격적인 미장센 외에도 스토리 자체가 자극적이라든가, 어떤 건 에로틱한 경우도 있고. 그 덕에 문화적 견해가 넓어졌다. 이러한 의미에서,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선생님께 정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하퍼스 바자 왜 아버지를 ‘선생님’이라고 표현하는가?
송재우 선배 디자이너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나. 내겐 아버지가 그렇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언제나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하퍼스 바자 매 시즌 우상향 성장하는 송지오 인터내셔널. 지난해 매출 8백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성장했다. 6개 라인(송지오, 송지오 옴므, 지오송지오, 지제로, SSAW, 갤러리 느와)으로 전개해 소비자를 세분화한 것이 특히 주효했다는 평가다. 독자들에게 좀 더 명확한 이해를 주기 위해 각 라인을 간략히 설명해달라.
송재우 아방가르드한 컬렉션 브랜드 ‘송지오’. 에센셜하면서 심플한데 멋스럽게 입을 수 있는 ‘송지오 옴므’. 포멀한 룩은 ‘지오송지오’. 키치하고 컬러풀해 영한 이미지를 극대화한 ‘지제로’. 기본에 충실한 에센셜 베이식 제품군 ‘SSAW’. 협업하는 아티스트들의 콘텐츠를 활용한 ‘갤러리 느와’.
하퍼스 바자 실제로 본인 옷장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와 아이템은 무엇인가?
송재우 맨날 검은색 옷만 입고 다녀서….(웃음) 재킷은 송지오와 송지오 옴므. 바지는 아무래도 와이드 실루엣을 즐겨 입으니 송지오 옴므, 이너는 지제로를 선호한다.
하퍼스 바자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있겠냐마는, 지금까지 만든 컬렉션 중 가장 애정하는 시즌과 아이템은 무엇인가?
송재우 괜히 공개를 앞두고 답하는 게 아니라(웃음), 지금 준비하고 있는 2025년 F/W 시즌이 아마 당분간 가장 애정하는 컬렉션이 될 것 같다. 준비가 정말 잘 된 시즌이라,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브랜드 전반적으로도 굉장한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이템은 여러 가지가 생각나지만 그래도 2023년 S/S에 처음 선보인 치마바지를 꼽겠다.
하퍼스 바자 지난 수년 동안 타 브랜드와의 협업을 지속한 가운데, 워너브라더스, 디즈니, 픽사 등 해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의 만남이 유독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송재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패션 브랜드가 아니라서 우리만의 새로운 시도를 좀 더 자유롭게 해볼 수 있었다. 또 송지오 인터내셔널이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해준 게 우리만의 아트워크인데, 우리가 좋아하는 방향으로만 그리다 보면 아트워크가 비슷하게 흘러갈 수 있겠다는 우려가 생겼다. 화가가 화풍이 있으면 계속 그걸 따르지 않나. 새로운 소스가 생기면 우리 아트워크도 리프레시가 되는 것 같았다.
하퍼스 바자 브랜드를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전개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 디자인적으로나, 마케팅적으로나.
송재우 무조건 새로움. 해외에서나 국내에서나 똑같다. 물론 우리는 아이덴티티가 강해 이를 잘 지키고 있는데, 이 방식이 기존의 것을 답습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해내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퍼스 바자 당신의 작업에도 영향을 끼치는 관심사가 있다면 무엇인가?
송재우 아직도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매 시즌 콘셉트에 맞는 미술사를 익히는 게 제일 즐겁다. 시간을 허투루 쓰면 안 된다.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다음 시즌이 또 금방 오니까.(웃음) 공부하다 보면 다음 시즌을 시작할 때가 된다.
하퍼스 바자 가까운 시일 내에 공개할 뉴스가 있다면, 살짝 귀띔해달라.
송재우 2월 14일 갤러리 느와에서 여성복을 론칭할 예정이고, 7월에 마레 플래그십 바로 옆 건물에 여성 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 지금 공사 중이다. 또 꽤 오래 준비한 심슨과의 협업 컬렉션 론칭. 2023년 말부터 준비했다. 4월 초에 공개할 예정이다.
하퍼스 바자 마레 플래그십에 방문한 이에게 이곳과 페어링하기 좋은 근처 맛집을 소개한다면?
송재우 우리 플래그십 스토어가 전형적인 파리의 모습과 이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빌어 ‘마를로(Malro)’를 추천한다. 지중해식 음식점인데, 들어가면 뉴욕 식당 같은 인상을 받을 수 있다. 모던한 인테리어와 깔끔한 메뉴가 특징이다.
하퍼스 바자 2025년, 이루고자 하는 개인적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송재우 개인적 목표는 딱히 없다. 회사 운영적으로는, 어찌 됐든 2025년은 우리 회사에게 여성의 해이기 때문에 여성 컬렉션이 잘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또, 매일 생각하는 거지만, 우리를 좋아해주는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뭐든 열심히 하는 것이 목표다.

Credit

  • 사진/ 김상우,© Songzio International.Co., Launchmetrics
  • 장소 협조/ 갤러리 느와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이 기사엔 이런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