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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소녀단'에 나온 보디빌더 할머니 봤어?

운동 뽐뿌 온다! 80세 보디빌더 임종소처럼 건강해지기

프로필 by 정혜미 2025.01.06
톱은 H&M. 귀고리는 Cos.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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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생 보디빌더 임종소


우리는 인생에서 끊임없이 난관을 마주한다. 지나온 세월은 이를 극복할 힘을 주지만, 또 빼앗기도 한다. “젊음은 자연의 선물이지만, 노년은 예술작품이다.” 시인 스타니슬라프 예지 레츠(Stanislaw Jerzy Lec)는 말한다. 보디빌더 임종소는 살아온 이력으로 역경을 이겨낸 예술작품이다.


75세에 척추관 협착증을 겪으며 영원히 주저앉을 뻔한 순간, 그는 운동을 시작했다. 70년간 쌓아온 인내와 지구력으로 건강을 되찾았고, 6개월 만에 보디빌딩 대회 참가 제의를 받는다. 손바닥만 한 비키니를 입고 무대에 서는 것에 망설임이 있었지만, 이 나이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두 번의 도전 만에 WBC 피트니스 오픈 월드 챔피언십 38세 이상 피규어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한다. “멋진 어른이라는 거 잘은 모르겠지만, 롤모델이 되는 것 아닐까요? ‘저 사람처럼 나이 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주는 것.” 그는 지금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롤모델이다.



하퍼스 바자 운동이라는 게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시작하기 어렵고 쉽게 포기하게 되잖아요.


임종소 솔직히 절실했어요. 35년간 에어로빅을 즐길 만큼 활동적인 사람이 제대로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데 얼마나 절박해. 한마디로 죽은 거나 마찬가지지.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통증이라도 줄여볼 마음에 곧바로 PT를 등록했어요. 당일 2시간을 기다려 첫 수업을 받았죠. 한 달쯤 됐으려나? 일주일에 세 번씩 꼬박꼬박 했더니 아픔이 사라지더라고. 그 후로도 재발이 두려워 꾸준히 했죠.


하퍼스 바자 운동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보디빌더 제안을 받으셨다고요.


임종소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어요. 75세 먹은 할머니가 무슨 보디빌더냐고. 그런데 관장님이 빙그레 웃으면서 “선생님은 아까운 인재”라는 거야. 50대도 이런 근질이 없다고.


하퍼스 바자 소위 말하는 ‘근수저’이시네요.(웃음)


임종소 3개월쯤 더 지났을 때였나? 샤워를 하다가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는데 내가 봐도 근육이 올라온 게 눈으로 보이는 거예요. ‘와, 이 나이에도 이렇게 될 수 있구나’ 싶어서 신기했어요.


하퍼스 바자 헬스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임종소 모든 운동이 그렇겠지만,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 땅하고 운동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듯이 얼마나 열심히 했느냐를 몸에서 읽을 수 있어요.


하퍼스 바자 얼마 전 예능 <무쇠소녀단>에 출연하셨어요. 철인3종 경기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가요?


임종소 TV를 모니터하면서 철인3종 경기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됐어요. 기회가 된다면 꼭 도전해보고 싶어요. 난 항상 이렇게 생각해요. “저 사람도 하는데, 나는 왜 못해?”


하퍼스 바자 나이에 상관없이요?


임종소 나이 때문에 뭘 못한다는 생각은 안 해요. 이 나이에도 하면 된다는 걸 알게 됐거든. 나이는 나이고, 나는 하고 싶은 걸 할 뿐이지. 세월은 받아들이면 오고 밀어낸다고 오지 않는 건 아니니까. 그저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둘 뿐이에요.


하퍼스 바자 나이가 들면 허무함이나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잖아요.


임종소 16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딸 가족과 12년을 살다가 2년 전쯤 독립을 하게 됐어요. 그때 잠시 우울증이 오더라고. 평생 가족을 챙기며 시끌벅적하게 살다가 혼자가 되니까 기분이 가라앉는 거야. 이건 아니다 싶어서 아침 식사 후 무조건 밖으로 나왔어요. 운동도 하고, 지인도 만나고, 노래 교실에도 가고요. 그러니까 극복이 되더라고. 움직여야 해요. 100세 시대라면 70대라도 3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건강하고 즐거워야지.


하퍼스 바자 지금은 하루하루가 즐거우신가요?


임종소 아프지 않으니 매일이 즐거워요. 다리가 아팠을 때를 떠올리면 건강이 최고라는 걸 절실히 느껴요. 맛도 알아야 멋도 알고 사는 맛도 나는 거더라고.


하퍼스 바자 건강함의 비결을 알려주세요. 당연히 1순위는 운동이겠죠?


임종소 운동은 기본이고 시간 관리도 중요해요. 난 식단과 수면을 규칙적으로 유지합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찬물과 섞어 한 잔을 마셔요. 첫 모금은 가글한 후 뱉고, 나머지는 천천히 마시며 몸을 깨우죠. 아침 식사로는 아몬드 버터를 바른 사과, 채 썬 양배추·양파·당근·고구마를 달걀과 함께 아보카도 오일에 구운 전, 직접 만든 그릭 요거트와 두부를 먹어요. 그 후 양파 껍질을 끊인 물과 직접 제조한 단백질 셰이크를 챙겨 운동하러 가요. 오후 5시쯤 집에 돌아와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이후로는 공복을 유지해요. 10시 전에 잠자리에 들고요. 이 생활을 5년째 이어오고 있어요.


하퍼스 바자 건강하게 운동하는 방법은요?


임종소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라.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강도와 종목을 선택해야 해요. 운동이 ‘죽을 만큼 싫다’는 순간 노동이 되어버리거든. 오늘 하고 내일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꾸준함’이 최고의 힘이라고 봐요.


하퍼스 바자 그런데 최근에는 단 한 컷의 바디 프로필을 위해 무리하게 운동하는 이들이 많아요.


임종소 순간적인 아름다움을 위해 평생의 건강을 걸어서는 안 돼요.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에요.


하퍼스 바자 선생님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임종소 건강한 육체와 정신, 그리고 인성이 아름다워야 해요.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여유로워지거든. 이 모든 건 분리될 수 없어요.


하퍼스 바자 젊은 세대에게 추가로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임종소 젊음이 가장 큰 재산이다, 시간 낭비를 하지 않도록 10년 단위로 인생 계획을 세워라. 더불어 지뢰밭을 가장 안전하게 지나는 방법은 앞선 사람의 발자국을 따르는 거예요. 우린 젊어봤잖아. 연륜에서 비롯한 어른들의 지혜를 귀담아들었으면 좋겠어요.


Credit

  • 사진/ 영배
  • 헤어/ 경민정
  • 메이크업/ 유혜수
  • 스타일리스트/ 이명선(Tikitaka)
  • 어시스턴트/ 안나현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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