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발렌티노

피엘파올로 피춀리가 떠난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 만만치 않은 이 자리에 누가 올지 많은 이들이 기대 반 우려 반의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곧 들려온 소식은 패션계에 새로운 발렌티노에 대한 기대를 심어 주기 충분했다. 패션계의 낭만주의자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돌아왔다. 그렇다. 구찌를 떠난 그가 2년만에 컴백을 알렸다.

그리고 2025 S/S 파리패션위크가 열렸던 지난 9월, 발렌티노의 수장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두 번째 컬렉션이자, 런웨이로는 첫 데뷔 쇼가 열렸다(당초 9월 쇼가 첫 컬렉션이 될 거라 공표했지만, ‘Avant Les Debuts(데뷔 전)’이라는 이름의 2025 리조트 컬렉션으로 예고편을 깜짝 공개한 바 있다) 이름하여 2025 S/S 발렌티노 파미옹 데 폴리(Valentino Pavillon Des Folies)!

미켈레는 거울처럼 취약한 인간이라는 존재, 그리고 운명의 덧없고 모호한 본질에서 비롯되는 고뇌를 어루만져 줄 치료제인 아름다움에 대한 다소 철학적 의미를 전하고자 했다.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빛, 젖이 가득한 가슴의 신성함, 섬세한 자수 드레스의 웅장함, 육신에 머무르는 영혼의 긴 여운, 허공의 장엄함, 사랑을 찾는 반딧불이, 젖은 흙 내음, 오간자 러플 주름의 촉감, 도서관의 기적, 수채화의 섬세한 층까지. 아름다움은 실존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가 알레 테이어(ἀλήθεια)라고 이름 붙인, 드러내고 밝히는 개념을 상기시킨다.

런웨이는 무려 85개의 룩이 줄지어 등장한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하우스의 아카이브를 깊숙이 탐험한 미켈레는 그 다운 방식대로 이를 풀어냈다. 아주 아름답고 가벼운 주름 장식, 1960~70년대의 베이비 돌, 관능미가 느껴지는 1980년대 파워 수트까지. 여기에 리본, 도트 패턴, 깃털, 플리츠 장식, 섬세한 자수 디테일, 에스닉한 무드를 더해 한층 풍성한 쇼를 완성했다. 액세서리 군단도 빼놓을 수 없다. 그물로 만든 실크 터번과 챙이 깊은 밀짚모자, 레이스 장갑과 스타킹, 슬링백과 블록 힐, 부츠까지. 그리고 스터드가 달린 스웨이드 토트 백부터 고양이 인형 클러치도 눈길을 끌었다.
한편 새로운 발렌티노의 시대에 소녀시대 윤아가 첫 앰버서더로 모습을 드러냈다. 윤아는 앞서 언급한 발렌티노 2025 리조트 컬렉션 룩을 입고 등장했다. 파스텔 컬러의 도트 패턴과 화려한 태피스트리로 장식된 미니 드레스는 1960~1970년대의 로맨틱한 할리우드 무드를 풍겼다. 이 룩의 포인트는? 바로 핑크 실크 터번! 새로운 수장과 새로운 뮤즈, 발렌티노의 새로운 시대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