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이전하거나 확장하거나, 새롭게 문을 연 서울의 갤러리 3
최근 서울 곳곳에 새 터전을 잡은 국내 및 해외 갤러리들이 한층 역동적인 지형도를 만들고 있다. 이들에게 새 공간에서 품고 있는 비전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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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가을 하늘이 병풍처럼 펼쳐진 성북동의 언덕. 2018년부터 이 터전을 지켜온 제이슨함 갤러리가 확장을 선언했다. 기존 건물(본관)과 이웃한 부지에 신관을 신축해 약 3배 규모의 전시 공간을 마련한다. “최근 확장을 결정한 것은 규모에 대한 선망이나 욕심보다는 필요에 의한 판단이었습니다. 보다 실험적이고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기 위해선 물리적 공간 확장이 필수였죠.” 2025년 9월 개관을 목표로 갤러리의 새로운 청사진을 준비 중인 함윤철 대표는 “규모가 커짐에 따라 그에 따르는 무게와 책임도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제이슨함에서 보게 될 작품이 높은 수준의 예술임을 확신할 수 있도록 기획과 운영에 최선을 다하고, 예술적으로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이겠습니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신관이 들어설 공간에서는 스위스 아티스트 우르스 피셔의 개인전 «Feelings»가 12월 7일까지 진행된다. 피셔는 전시장을 마치 화이트 큐브의 은유나 확장처럼 하얀 집으로 직접 탈바꿈시켰다. 건물 전체가 거대한 환영처럼 하나의 설치작품인 셈. 일상적인 물체들을 초현실적인 맥락에 배치해 시각적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 전시가 끝나면 이 공간은 철거되고 내년에 새로이 준공될 예정이라고. 우르스 피셔는 자신이 세상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방식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한다. “전시 오프닝에서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네요’라는 말을 듣기보다는, ‘이게 도대체 뭐지?’라는 반응이 더 좋습니다. 관람객이 제 작품을 보고 예상치 못한 감정을 느끼고 반응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피셔의 말대로 전시장은 다양한 감정과 감각이 충돌하는 장이 된다. 입구의 네온사인과 1~2층에 설치된 가지각색 조각들이 공간과 맺고 있는 공생관계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이 특별한 전시가 끝나고 나면 어떤 새로운 변화가 이루어질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진다.


남산이나 이태원에서 유유히 산책을 즐기고 싶은 이들이라면 소월로의 한적한 모퉁이에 자리 잡은 쾨닉 서울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갤러리 이름보다 도로 위의 ‘막다른 길’이란 표시가 방문객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곳이다. 2002년 베를린에서 출발한 쾨닉은 2021년 청담동 MCM 스토어가 자리한 건물에 쾨닉 서울을 개관한 이래 융복합적이고 개념적인 예술을 추구하는 차세대 작가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해왔다. 2024년 9월 이태원으로 이전한 후 쾨닉의 모토를 재점검하듯 새로운 공간에서의 첫 전시로 아티스트 25인이 참여한 그룹전 «INNER SPACES»를 10월 12일까지 선보였다. 지하 전시장으로 가는 입구에 설치된 조아나 바스콘셀로스의 아기자기한 작품이 나침반처럼 관람객을 깊숙한 내부 공간으로 이끈다. 도시의 소란이 미처 도달하지 못하는 정적이고 아늑한 공간에서 만나는 각양각색의 작품들. 쾨닉은 이질성이나 혼종성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그룹 쇼에 능하다. 최근 국내 개인전을 열어 친숙해진 아야코 록카쿠, 에르빈 부름 등을 포함해 앤디 덴즐러, 아미르 파탈 등이 신작을 통해 쾨닉만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생산한다. 푸른 가을 하늘과 맞닿은 루프톱에는 아야코 록카쿠의 청동 조각이 햇살을 머금고 있었다. 다음 전시는 10월 26일부터 11월 30일까지 진행되는 클레디아 포르니오 개인전.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은 회화 작가로 색채의 리듬감이 돋보이는 추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같은 건물에는 박여숙화랑이 자리해 전통과 성격이 다른 두 갤러리의 전시가 대구나 호응을 이루는 광경을 보게 되리라는 기대를 자아낸다.

해외 명문 갤러리가 한국에 진출하는 사례가 하나둘 늘고 있다. 아트 바젤의 선정 위원으로도 오랜 기간 활동해온 설립자 요흔 마이어(Jochen Meyer)가 이끄는 독일 기반 갤러리 마이어 리거가 최근 국내에 상륙했다. 마이어 리거는 서울에 지점을 두고 있던 에프레미디스 갤러리를 인수합병하는 형태로 삼성동에 자리를 잡았다. 아시아의 첫 거점으로 서울을 낙점한 마이어 리거는 미술을 통해 한국과 독일 두 문화 사이의 대화를 이끌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즉 서울을 기반으로 아시아에서 활동 저변을 넓힌다. 9월 갤러리를 열고 서울에서의 첫 전시로 호르스트 안테스 개인전을 10월 12일까지 선보였다. 1936년생인 안테스는 독일 전후 모더니즘에서 중요한 구성 작가로 손꼽힌다. 작가의 대표작 중에서 하우스 페인팅(1986~2023)과 데이트 페인팅(2015~2016)을 전시로 구성했다. 전자는 간결한 건축 디자인으로 오래된 이탈리아식 농가를 연상시키고, 후자는 날짜의 아라비아 숫자를 매일 겹겹이 쌓아 올리는 과정을 통해 숫자들이 무수히 겹쳐져 결국 날짜 인식이 불가능해지는 것을 의도했다. “마이어 리거는 미리엄 칸, 캐롤라인 바흐만, 셰일라 힉스, 카틴카 보크 등 세계적인 작가들을 오랜 기간 지원하면서 동반 성장한 갤러리입니다. 마이어 리거 서울은 오픈과 동시에 국내 좋은 작가들을 발굴하는 데 매진하고 있으며, 내년 초 미리엄 칸을 위시한 갤러리의 대표 작가와 국내 작가의 그룹전을 베를린과 서울에서 차례로 선보임으로써 유럽과 아시아 간의 진정한 소통을 끌어내고자 합니다.” 김주영 디렉터는 마이어 리거의 궁극적인 목표와 방향성을 설명했다. 11월 초에 열릴 마이어 리거 서울의 두 번째 전시는 불혹의 나이에 요절한 지미 데사나(1949~1990)의 개인전이다. 데사나는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1970~80년대 뉴욕 펑크 아트의 대표적인 사진작가로서 최근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과 베를린 KW 현대미술관에서 그의 작업 세계를 주목하면서 재평가받고 있다. 향후 마이어 리거를 통해 어떤 한국 작가가 발굴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종혁은 프리랜스 에디터다. 청량한 가을을 벗삼아 서울 곳곳으로 전시 나들이를 떠났다. 느긋한 마음과 지칠 줄 모르는 발걸음, 기후동행카드는 필수다.
Credit
- 사진/ 각 갤러리
- 글/ 전종혁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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