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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의 공중목욕탕에서 공개된 불가리의 새로운 하이주얼리

로마를 향한 불가리의 세레나데가 울려 퍼진, 어느 여름밤 이야기.

프로필 by 서동범 2024.07.02
고대 로마 온천탕의 웅장함을 보여주는 불가리 ‘에테르나(Aeterna)’ 쇼룸.

고대 로마 온천탕의 웅장함을 보여주는 불가리 ‘에테르나(Aeterna)’ 쇼룸.

최초의 미술사가로 불리는 조르조 바사리는 고대 로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로마는 메아리의 도시, 환상의 도시, 그리고 갈망의 도시!” 르네상스와 바로크 문화의 발상지인 로마는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잔 로렌초 베르니니와 같은 위대한 예술가를 낳은 도시로 예술의 고향이자 정점인 곳이다. 그들이 만들고 융성시킨 예술은 조각과 회화, 오페라 등에 머물지 않는다. 먹는 것, 입는 것, 대화하는 것, 생각하는 것 이 모든 것에 예술적인 접근법을 만들어냈다. 그 중 하나가 고대 로마의 시작과 끝을 아우르는 그들의 목욕 문화다. 로마인의 메아리가 담겨 있는 공중목욕탕, 그들의 환상과 갈망이 예술적으로 승화되던 그곳은 몸을 씻는 곳 이상의 역할을 했다. 로마 변두리에 위치한 디오클레티아누스 욕장(Terme di Diocleziano)은 서기 298년에서 306년 사이에 지어진 고대 로마에서 가장 큰 공중목욕탕이다. 한 번에 3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이 목욕탕은 욕탕은 물론이고 정원, 운동장, 육상 트랙, 도서관, 음악실 등을 갖춘 종합문화공간이었다. 이곳에서 로마인들은 명상과도 같은 목욕 시간을 즐기고, 때때로 열띤 토론을 펼치기도 하면서 외적·내적 수양을 했다. 역사가이자 문명비평가인 루이스 멈피드는 로마의 공중목욕탕에 대해 “공동체의 중심지로서 로마인이란 누구인지 규정하는 일상적인 의식(儀式)의 장소”라고 했다. 노예부터 귀족까지 모두 자유로이 이용하던 디오클레티아누스 욕장은 또 다른 광장이었다.(그리고 그 어느 광장보다 진솔하고, 또 뜨거웠다!) 요즘 같은 성과 위주의 사회에선 그 시간을 ‘잉여의 시간’이라 부를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진 못하지만 그 시간은 영혼의 생산성을 높이는 시간이었다. 목욕탕에서 반짝이게 닦인 영혼는 분명 보다 더 빛나는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그게 바로 먼 과거지만 여전히 현재와도 같은 고대 로마의 문화다.

‘에테르나 세르펜티’ 네크리스.

‘에테르나 세르펜티’ 네크리스.

목욕탕의 물이 마른 지 천년이 넘게 지난 디오클레티아누스 욕장에 지난 5월 20일, 열기로 그득했던 과거의 시절처럼 사람들이 모였다. 로마를 위한, 로마에 의한, 로마의 하이주얼리 하우스 불가리가 이날의 호스트다. 올해로 창립 140주년을 맞이한 불가리는 디오클레티아누스 욕장에서 새로운 하이엔드 컬렉션인 ‘에테르나(Aeterna)’를 공개했다. 이날 저녁 디오클레티아누스 욕장은 가장 활기찼던 그 시절처럼 음악이 흐르고 공연이 있는 사교의 장이 되었다.

불가리 창립 140주년을 기념하는 새로운 하이주얼리 컬렉션 ‘에테르나’.

불가리 창립 140주년을 기념하는 새로운 하이주얼리 컬렉션 ‘에테르나’.

오랜 복원 공사를 마치고 최근 일반에 다시 개방된 디오클레티아누스 욕장. 그곳 내부의 대형 야외 수영장 위에 지어진 비밀스럽고 아름다운 공간인 루도비시 회랑에서 불가리의 화려한 하이주얼리 쇼가 열렸다. 쇼가 시작되기 전, 너무나도 로마스러운 애피타이저가 쇼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사덱 베라바와 로마 국립 오페라 극장의 디렉터인 발레 무용수 엘레오노라 아바냐토가 선보인 특별하고 시적인 듀엣 퍼포먼스가 바로 그것. 클래식과 현대 무용을 결합한 공연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융합하여 영원한 예술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불가리의 정신을 기념했다. 곧 까만 로마의 밤을 배경으로 쇼가 시작됐다. 모델 마리아칼라 보스코노, 블레스냐 미너, 엘리자베타 데시를 비롯해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이사벨라 로셀리니, 모델이자 가수인 카를라 브루니 그리고 지아코모 카발리 등이 카린 로이펠트가 스타일링한 여신 같은 드레스와 불가리의 에테르나 컬렉션을 걸치고 등장했다. 완벽한 장소와 드라마틱한 스타일링, 그리고 웅장한 에테르나 컬렉션은 고대 로마의 어느 저녁 시간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그 자리에 참석한 불가리 홍보대사 앤 해서웨이, 프리앙카 초프라 조나스, 유역비, 서기, 히카리 모리 등을 비롯한 수많은 게스트들은 디오클레티아누스 욕장이 풍기는 장엄함과 불가리 하이주얼리가 품은 시대를 초월한 영원함, 그리고 최첨단의 예술적 정신을 담은 이벤트 퍼포먼스를 통해 시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영원으로의 여정을 즐겼다.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사덱 베라바와 로마 국립 오페라 극장의 디렉터인 발레 무용수 엘레오노라 아바냐토의 특별하고 시적인 듀엣 퍼포먼스.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사덱 베라바와 로마 국립 오페라 극장의 디렉터인 발레 무용수 엘레오노라 아바냐토의 특별하고 시적인 듀엣 퍼포먼스.

앤 해서웨이가 착용한 ‘사파이어 에테르나 웨이브’ 하이주얼리 네크리스.

앤 해서웨이가 착용한 ‘사파이어 에테르나 웨이브’ 하이주얼리 네크리스.

무한한 창의력과 놀라운 장인정신이 더해진 에테르나 컬렉션은 그 자체로 영원의 소중한 조각이자 과거의 증거이며 미래를 위한 전제였다. 불가리의 모든 것을 투사한 컬렉션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 ‘에테르나 세르펜티’ 네크리스다. 불가리 브랜드 홍보대사 프리앙카 초프라 조나스가 착용한 이 모델은 하우스의 본질과도 같은 획기적인 정신과 가치를 완벽하게 구현한다. ‘에테르나 세르펜티’ 네크리스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장인들이 약 2천4백 시간, 즉 1백 일 이상을 작업해야 한다. 영원을 상징하는 동시에 항상 새로운 한계를 뛰어넘고 놀라움을 선사하는 메종의 소명을 강조하는 이 네크리스는 컬러 젬스톤 없이 오직 다이아몬드만을 재료로 했다. 불가리는 2백 캐럿이 넘는 다듬어지지 않은 러프 다이아몬드를 커팅하여 140년 브랜드 히스토리를 의미하는 총 1백40캐럿의 다이아몬드 드롭 7개를 제작하는 용감하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완수했다. 그들은 단순히 캐럿에 집중하는 대신 레이아웃의 아름다움과 조화로운 균형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여기에 또 다른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플래티넘 소재의 입체적인 물결 구조는 5개월에 걸쳐 세팅한 바게트 다이아몬드로 장식됐으며 전략적 배치를 통해 마치 물방울이 물결치는 듯한 디자인과 함께 특별한 광채를 더한다. 이 매혹적인 구조는 불가리의 아이코닉한 모티프 중 하나인 세르펜티의 유연함이 더해져 완성된다.

불가리의 아이코닉한 투보가스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투보가스 플라워 오브 타임’ 하이주얼리.

불가리의 아이코닉한 투보가스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투보가스 플라워 오브 타임’ 하이주얼리.

1980년대의 아이코닉한 불가리 찬드라 라인을 재해석한 ‘아우레아 찬드라’ 하이주얼리 네크리스.

1980년대의 아이코닉한 불가리 찬드라 라인을 재해석한 ‘아우레아 찬드라’ 하이주얼리 네크리스.

영원한 생명력의 섬세한 감성을 자아내는 ‘시퀀스 오브 이터니티’ 이어링.

영원한 생명력의 섬세한 감성을 자아내는 ‘시퀀스 오브 이터니티’ 이어링.

시대를 초월하면서도 현대적인 매력을 지닌 ‘불가리 로터스 카보숑’ 네크리스.

시대를 초월하면서도 현대적인 매력을 지닌 ‘불가리 로터스 카보숑’ 네크리스.

창백한 앤 해서웨이의 목 위에 얹혀진 사파이어 ‘에테르나 웨이브’ 하이주얼리 네크리스 역시 불가리의 예술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의 정교한 조합이 돋보이는 플래티넘 소재의 사파이어 에테르나 웨이브 네크리스는 유려한 역동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38.93캐럿의 웅장한 쿠션 컷 사파이어는 원산지인 스리랑카의 파도 치는 바다를 연상시키듯 신비로운 광채를 발산한다. 펜던트는 분리가 가능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2년에 걸쳐 수집한 진귀한 보석들로 구성된 ‘사파이어 브로케이드’ 네크리스와 이어링, 대담한 디자인과 궁극의 가벼움이 조화를 이루는 ‘아우레아 찬드라’ 네크리스, 불가리의 아이코닉한 투보가스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투보가스 플라워 오브 타임’ 네크리스, 조약돌을 연상시키는 흥미로운 텍스처의 ‘불가리 로터스 카보숑’ 네크리스, 로마로부터의 기원과 유산을 기념하는 ‘모네테 에테르나 아우구스투스 에메랄드’ 네크리스, 만화경처럼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어스송’ 네크리스 등 로마의 역사와 빛을 담은 작품들이 공개됐다.
문화를 향유하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로마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는 도시다. 로마 태생의 불가리 역시 귀한 것을 찾고, 이를 공유하고, 또 기릴 줄 아는 브랜드다. 이번에도 역시 불가리는 공유하는 문화에 대한 그들만의 철학을 주얼리 컬렉션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행위로 보여줬다. 특히 불가리는 이번 에테르나 컬렉션 론칭을 기념하며 네덜란드 디자이너 사빈 마르셀리스가 제작한 몰입형 설치작품 <비스타 에테르나(Vista Aeterna)>를 불가리 재단의 후원으로 로마시에 기증했다. 5월 19일부터 6월 15일까지 로마의 대표적인 광장인 스페인 광장에 전시된 작품은 아름다운 로마의 도시 풍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영원한 도시 로마와 그곳의 건축 유산을 기념하는 작품으로, 다채로운 빛의 컬러를 반사하는 컬러 거울로 장식된 12개의 석회암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둥들은 하루 종일 끊임없이 회전하며 새벽부터 해 질 녘까지 태양의 경로를 따라 움직이면서 빛을 포착하고 굴절시켜 태양에서 영감을 받은 따뜻한 톤의 스펙트럼을 주변 환경에 투영한다. 그리고 만인에게 평등하게 그 아름다운 순간을 공유한다. 마치 디오클레티아누스 욕장에서 목욕을 즐기듯 말이다.
도시는 단순한 공간에 대한 정의가 아니다. 도시는 역사와 함께 살아 숨 쉬는 유기체이며 그 안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메마르지 않는 옹달샘 같은 도시. 불가리가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를 주얼리에 담을 수 있는 것도 그들이 로마, 그 복잡미묘한 도시를 기원으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Credit

  • 글/ 김민정(프리랜스 에디터)
  • 사진 / ⓒ Bvlgari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