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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계일주> 시즌4를 앞두고 만난 김지우 PD
최적화된 경로 대신 조금 돌아가도 괜찮아.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를 연출한 김지우 PD가 말하는 우리 삶에 모험 한 스푼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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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우 몇 달 만에 해가 떠 있을 때 퇴근했다. 인터뷰 오는 길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웃음) 이번에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스핀오프가 생겼다는 것. 스핀오프 시리즈가 먼저 나오고, 그 다음 시즌 4를 순차적으로 방영한다. 스핀오프에서는 기안84가 어릴 때부터 꿈꿔온 자기만의 도전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주가 되고, 시즌 4는 명확한 여행기가 될 거다.
하퍼스 바자 지난해 기안84의 MBC 연예대상 수상에 이어 올해는 한국PD대상에서 올해의 PD 대상, 60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예능 작품상까지 탔다. PD에게 입봉작은 영화감독들의 첫 영화와 비슷한 의미일텐데, 9년 차에 내놓은 프로그램이 흥행작이 된 소감이 어떤가?
김지우 오래 품고 있던 기획이 빛을 봐서 기쁘다. 세상이 볼거리가 많아지다 보니 점점 방송사 파일럿 프로그램 제작도 줄어들고 단 한 번의 기회가 소중한 환경이 됐다. 첫 회에서도 밝혔듯이 퇴짜를 많이 맞았다. <나 혼자 산다>의 조연출과 공동 연출을 꽤 오래 맡으면서 기안84 씨와 같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서 시트콤을 준비하기도 하고 OTT를 노려도 봤는데, 막판에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삼고초려 후 여행 예능 프로그램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하퍼스 바자 시즌 1의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 시즌 2의 인도 갠지스강, 시즌 3에서 작살 낚시를 하는 부족이 사는 마다가스카르 어촌까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의 세계관은 기안84의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시작된다. 당신에게 그는 뮤즈 같은 존재인가?
김지우 <나 혼자 산다>에서 오이도까지 56km를 마라톤 하는 에피소드를 찍으며 부쩍 가까워졌다. 누군가는 기안84 씨를 보고 태어난 김에 대충 사는 것 같다고 하지만, 태어난 김에 뭐든 열심히 해보는 형이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 유머 코드가 잘 맞는다. 무엇보다 세상을 보는 시각 자체가 흥미롭다. 예를 들면 노래를 들어도 “어릴 때 엄마 아빠와 탔던 마을버스 냄새가 나” 하고 표현하는 등 말과 시선에서 어떤 현상을 본다. 옷이 뜯어지면 보통 사람들은 수선을 맡기는데 옷보다 비싼 재봉틀을 사서 이어붙인다거나. 그런 모습들을 대중과의 접점을 맞춰 보여주고 싶었다.
하퍼스 바자 <태계일주>는 여행지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거나 타이트한 예산을 활용해 도장 깨기 하듯 관광지 랜드마크를 경험하는 기존 여행 예능 프로그램과 다른 결을 선보였다는 평을 받는다. 기안84가 여행 크리에이터처럼 1인칭 촬영을 하는 등 방송 문법보다는 유튜브 브이로그와 접점이 많아 보인다.
김지우 여행을 무척 좋아하는데 팬데믹 기간 동안 여행 크리에이터들이 주목받는 현상을 보면서 사실 충격 받았다. 카메라 한 대만 들고 가서 찍는데 재미있을 수 있다니. 방송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인력과 오랜 사전 준비 기간 없이 능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게 신기했다. 적극적으로 타인의 삶에 뛰어드는 방식을 담고 싶었고 그걸 방송 포맷에 맞춰 90분의 러닝타임 동안 몰입할 수 있도록 조화를 시키고자 고민했다. 여행의 처음과 끝은 정하되 그 사이를 날것의 재미로 채우고자 했고, 여행이 끝나고 친구들끼리 무용담을 나누는 경험을 살리고자 VCR을 도입했다.
하퍼스 바자 무계획 여행에 제작진은 어느 정도의 선까지 개입하나?
김지우 하루 전날 출연자가 ‘뭘 하고 싶다’라고 말하면 동선이나 위험성을 체크하는 수준이다. ‘정해진 날짜에 지역을 이동한다’ 정도의 계획만 있다 보니 변수가 많다. 시즌 1에서는 볼리비아 광부 시위 때문에 수도가 봉쇄될 뻔한 적도 있다. 새벽에 도시를 탈출하지 않으면 3~4일 이상 갇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어 급히 스태프들을 깨워 짐을 싼 적이 있다. 그때도 기안84 씨는 천연덕스럽게 짐을 싸며 촬영을 했다. 나중에 촬영본을 보니 홀로 느긋한 채 그 긴박한 순간이 되게 잘 담겼더라.(웃음)
하퍼스 바자 방송을 보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기안84가 여행 전문 크리에이터가 아닌데도 무척 개방적인 태도와 현지 적응력을 갖고 있는 것이었다. 절친으로서 예상한 지점이었나?
김지우 현지인에게 그 정도로 친화력을 발휘할지 몰랐다. 한국에서는 때로 너무 털털하게 받아들여지던 모습이 현지에서는 편견 없이 타인을 대하는 것으로 보이더라. 기안84 씨에게 순수한 열망이 있었던 것 같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 말이다. 사실 기안 씨는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데 종종 여행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듣고 놀랄 때가 많았다. 시즌 2에서 인도라는 목적지가 알려졌을 때 ‘기안의 위장 vs 인도의 위생’ 누가 이길지 궁금해하는 댓글이 많아서, 나중에 인터뷰 컷을 찍을 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여행은 싸우러 가는 게 아닙니다. 하나가 되는 거죠”라고 답을 하더라. 갠지스 강물을 마시게 된 계기도 현지 뱃사공이 “난 대대로 뱃사공의 삶을 살고 있고, 이 강은 내게 어머니의 강이기에 예의를 표하기 위해 이 물을 마신다”는 말을 하자마자 마신 거다.
하퍼스 바자 프로그램을 구상하면서 궁극적으로 그려온 점은 무엇이었나?
김지우 ‘거창함’과 ‘얼렁뚱땅스러움’이 공존하는 것. 세계일주라는 말은 거창한데, 태어난 김에 떠난다는 뉘앙스는 얼렁뚱땅 떠나는 것 같지 않나. “우유니 사막에 가고 싶어. 인생의 꿈이야”라고 엄청 큰 주제를 말하지만 막상 팬티 두 벌, 바지 한 벌을 챙겨서 갑자기 떠나는 것. 모두가 한 번씩 떠올리는 즉흥적인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과 지내는 경험을 그저 스치듯 바라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서 교류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 프로그램에는 현지 사람들이 좀 더 잘 보인다.
하퍼스 바자 배경음악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다. 비디오게임 <대항해 시대>나 <원피스> OST 등이 나오는데, 모험을 떠나는 정서를 녹이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
김지우 맞다. 어릴 때 느꼈던 향수를 가져오고 싶었다. 요즘은 여행은 흔해졌지만 모험은 귀해진 시대라 생각한다. 정보량이 너무 많고 갈 곳과 안 갈 곳을 구분하기도 너무 쉽고, 가성비 좋고 편하고 익숙한 여행지를 찾기도 좋고. 하지만 그만큼 도식화가 된 것 같다. 잘 닦인 길은 많아도 그 바깥 길을 가기는 어려워졌다. 예전에는 론리플래닛 한 권을 들고 사람들이 어디든 떠났는데.
하퍼스 바자 촬영하면서 가장 각인된 순간을 꼽아본다면?
김지우 마다가스카르 촬영 당시 비가 엄청나게 많이 오던 밤, 출연자들이 갑자기 비를 맞으면서 뛰어다니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청춘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웃음) 직전까지 짐이 도착하지 않아 모두 기분이 다운된 상태이고, 물에 들어가야 하는데 장비도 없어서 머리가 복잡하던 때에 빗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모두 이 순간을 진심으로 즐기고 싶어한다는 걸 느꼈다. PD로서 촬영을 하다가도 불쑥 찾아오는 민낯 같은 순간들을 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그때가 출연자들의 날것의 모습을 보여주는 진짜 같은 순간이었다.
하퍼스 바자 아까 촬영 스태프 중에서도 <태계일주> 팬이 많았는데 방송을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 부모님 안 계신 날 친구들과 노는 기분”이 든다고 말하더라. 같이 고생을 해서 그런지 멤버들끼리의 자연스러운 케미도 인상적이다.
김지우 시즌 1이 방영하기 전 ‘망한 여행’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PD들은 프로그램이 끝나면 갑자기 휴가를 얻게 되는 때가 많은데, 며칠 휴가가 생겨서 갑자기 친한 친구와 대만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3일 내내 비가 왔다. 그것도 억수 같은 장대비. 그런데 그 여행이 인생에서 손꼽히게 재미있었다. 관광지가 문을 닫으면 닫은 대로 즐겁고, 사진이 하나도 안 찍히면 “아무것도 안 나와!” 하면서 웃고.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훠궈집이 너무 맛있었는데 그걸 두고두고 얘기한다. 우연이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길 거라 믿고 있고, 계획대로 안 풀리고 망하는 그 경험 자체를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혼자 가면 청승맞고 외롭지만 함께하면 그런 지점까지 재미있으니까.
하퍼스 바자 “왜 친구랑 여행 가면 재밌는 일도 연인이랑 가면 짜증날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데 답을 듣다 보니 ‘망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서 그랬던 것 같다. 망하고 싶지 않은 여행을 해야 할 때 팁이 있다면?
김지우 공감한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여행도 마찬가지다. 가장 좋은 팁은 한국 사람들의 추천 루트를 따르는 것. 한국인은 최적화의 신이다. 어디든 한국인 리뷰가 좋은 곳에 가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나 역시 모험 같은 여행을 지향하지만 필요에 따라 최적화된 루트를 따를 땐 다 이유가 있다는 걸 느낀다. 단, 우연한 행운이나 새롭게 발견하는 순간은 상대적으로 적을 거다.
Credit
- 사진/ 김형상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 헤어&메이크업 / 장하준
- 스타일리스트 / 이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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