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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해시태그2023 이라는 미래적 상상

지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볼 수 있는 전시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3》은 아카이브 신문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프로필 by 안서경 2024.03.25
무엇이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이 유구한 질문에 올해 4회째를 맞이한 국립현대미술관의 개방형 창작 플랫폼 ‘프로젝트 해시태그’는 고정관념을 비트는 새로운 시선을 선보여왔다. 언더그라운드 클럽 음악에서부터 NFT, 퀴어 컬처와 서울의 지역, 웹소설에 이르기까지. 형식과 주제에 한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창작자들의 실험을 지원해 왔다. 프로젝트 해시태그가 이번에는 한껏 친근하고 재기발랄한 물음을 던진다. “우뭇가사리와 강냉이도 예술이 될 수 있나요?”
해마다 두 팀을 선정하는 올해 공모의 최종 우승자는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Rice Brewing Sisters Club)’과 ‘랩삐’(lab B). 두 팀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우뭇가사리와 옥수수라는 사소한 대상에서 예술적 발상을 확장했다. 전시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우선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손혜민, 유소윤)’은 비인간-인간-공동체의 협업에 기반해, 예술적 실천을 이어가며 ‘사회적 발효’라는 개념을 제안하는 팀이다. 부산 앞바다의 해초와 해양미생물에 대해 연구해온 이들은, <공생체은하수>라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우뭇가사리로 만든 ‘우무피막’을 전시장의 건축 요소로 활용하고, ‘우무덩이’를 배치했다. 전시장이라는 환경 안에서 자연적으로 건조, 발효되는 자연물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공생’에 대해 돌아보게 만들며, 우뭇가사리를 채취하는 해녀들의 나잠어업 방식까지 이야기를 엮어낸다.

또 다른 팀 ‘랩삐(강민정, 안가영, 최혜련, 제닌기)는 동시대 기술 문화에서 촉발된 사회적 현상에 주목하는 시각예술 콜렉티브다. 이들은 전시장을 한바탕 옥수수를 기르는 게임 속 장면으로 탈바꿈시켰다. <강냉이 털어 국현감>은 앱을 켜고 화면을 터치하며 홍보 마케팅을 펼치는 한 금융 회사의 행사를 보고 착안한 프로젝트다. 휴식 시간에도 놀이를 가장한 노동(아무리 스크린 터치일지라도)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현대 사회에서 만연해진 ‘놀이노동’을 미술관 안으로 옮겨 실험한 시도인 것. 전시의 주요 콘텐츠는 모바일 게임 ‘원 클릭 쓰리 강냉이’다. 게임의 콘셉트는 바로 옥수수를 수확해 강냉이를 생산하는 일. 사람들은 밭 갈기, 잡초 뽑기 등 농사에 필요한 스테이지마다 클릭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가상 화폐를 얻어야만 실물 강냉이 한 봉지를 받을 수 있다. 관객은 게임에 몰두하며 오늘날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우리 일상에 침투해 노동이라 인식하지 못한 채 비가시화된 노동을 요구하는지 돌아볼 수 있다. 특히 랩삐는 직접 옥수수 모종을 심고, 수확하는 경험을 거친 점이 흥미로운 대목.

한편 지난해 전시 아카이브를 바이닐 형태에 담아 냈던 프로젝트 해시태그 아카이브는, 올해 신문 형태로 예술계를 너머 다양한 관객들을 만나고자 한다. 총 1, 2호로 발간한 신문에는 전문 필자들의 글뿐만 아니라, 미생물을 연구하는 박사, 강화도 농부 등 전시 협력자들의 목소리도 담겼다. 한 장씩 부담없이 페이지를 넘기며 각양각색의 이야깃거리를 한눈에 담기에 최적의 방식인 것. 미로 찾기, 퍼즐 게임처럼 구성된 일러스트, 메이킹 과정을 담은 사진 등 풍성한 이미지를 유연하게 배치해 한층 친숙하게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는 점도 특징이다. 차분히 관심사를 취사선택해 읽다 보면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과 랩삐, 두 창작자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선명히 다가올 것이다. 신문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MMCA 미술책방을 포함해 전국 곳곳의 로컬 스토어와 문화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다시, 무엇이 예술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떠올려본다. 기후 위기와 고도로 발전하는 테크놀로지. 변화하는 사회를 마주하며, 종종 우리는 예술을 통해 미래에 나타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예측해보게 된다. 창작자들에게서 앞으로 살아갈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거나,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해주는 위안을 얻기도 한다. 현재를 비추어 미래를 상상하는 전시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며, 이전에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시각을 체득하는 것이다. 작디작은 미생물과 공생하는 삶, 지배적인 기술의 영향으로부터 주체적인 삶. 신문을 가볍게 들고 다니며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3》 전시를 관람하고 나면, 자연스레 다음과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멀지 않은 미래에 당신은 어떤 삶을 살 것이냐고. 지금 당신이 상상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이냐고.

*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3》 전시는 4월 7일까지 MMCA 서울관에서 열린다.
* 국립현대미술관과 현대자동차 아트랩의 파트너십으로 이루어지는 《프로젝트 해시태그》는 공개 모집을 통해 매년 두 팀을 선정한다. 각 팀에 창작 지원금과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내 작업실을 지원하며 창작 결과물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발표할 기회를 제공한다.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projecthashtag.net) 및 현대자동차 아트랩 아카이브 웹사이트(https://artlab.hyundai.com)와 인스타그램(@hyundai.artlab)을 살펴보면 된다.


Credit

  • 사진 / 김래영
  • 현대자동차 아트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