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재밌는 영화 <파묘> 비하인드 7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가 개봉 약 일주일만에 누적 관객 수 330만 명을 돌파했다. 사전에 알려진 손익분기점을 가뿐히 넘어선 '파묘'는 앞서 개봉한 <웡카>와 <듄:파트2>를 제치고 당당히 2024년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알면 알수록 더 재밌는 양파 같은 '험한 것', <파묘> 비하인드 전격 공개!

장재현 감독은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장례 지도사 자격증을 딴 것으로 알려졌다. 무려 3년 동안 장의사·지관에게 자문하고 실제 이장에도 약 15차례 참여했다는데. 전작 <사바하>, <검은 사제들>부터 장 감독은 오컬트에 진심인 덕후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집념으로 완성된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유니버스, 그 한계는 과연 어디일지.


수많은 관객의 극찬을 자아낸 김고은의 ‘혼 부르기’ 장면. 극 중 화림이 외는 경문은 무려 3-4장에 달하는 분량으로 알려졌다. 김고은은 음을 타는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자문한 무속인의 실제 음성 전체를 녹음했다. 이후 마치 노래하듯 경문을 통째로 외우는 방법을 택한 것. 화림이 휘파람을 부는 장면 역시 꼼꼼한 관찰력에서 비롯된 김고은의 즉흥 애드리브다.


김상덕(최민식), 이화림(김고은), 고영근(유해진), 윤봉길(이도현)·· ‘파묘’의 등장인물 대부분이 실제 항일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사용한 것은 이미 유명한 사실. 주연배우 이외에도 무당 역의 오광심(김선영), 어린 무당 박자혜(김지안) 또한 조선을 대표하는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름이다. 영화 초반 성이 밝혀지지 않은 채 ‘봉길’로 칭해지던 이도현. 그 역시 ‘윤 서방’으로 불린 도깨비 놀이 장면을 통해 윤봉길 의사와 이름이 같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타오르는 불길로 모두를 압도한 바로 그 장면. 장재현 감독은 도깨비불 장면에 가장 많은 제작비를 들였다고 밝혔다. 크레인 두 대와 각종 와이어 장치가 동원된 해당 장면은 CG가 아닌 실제 연출이기 때문. 불 색깔까지 맞춘 당신, 디테일 장인으로 임명합니다.


“여기도 명당이네” <파묘>에 등장한 더 플라자 호텔은 과거 ‘지천사’가 있던 자리. 지천사는 하늘에서 별이 떨어지거나 변고가 있을 때 조선 왕이 친히 제례를 지내던 절이다. 태조 때에는 팔만대장경이 강화도 선원사에서 해인사로 이동할 당시 2년간 지천사에 보관되었고, 태종 8년에는 태평관이 가까워 중국 사신의 수행원 숙박소로도 이용하였다.


오컬트라 쓰고 항일이라 읽는다. <파묘> 속 숨겨진 이스터에그는 등장인물의 이름뿐만이 아니다. 나라를 지킨다는 뜻 ‘보국’에서 유래된 ‘보국사’, 그런 보국사를 창건한 스님의 법명 역시 의열단장 김원봉을 연상시키는 ‘원봉’이다. 유해진이 연기한 장의사 고영근이 일하는 곳의 간판은 ‘의열 장의사’. 1945·0815(광복절)·0301(삼일절), 독립운동의 역사적인 기념일을 암시하는 등장인물의 차 번호판까지.


묘지나 택지를 선정할 때 지질과 길흉을 판단하는 ‘지관’. 극 중에서는 토양의 느낌을 감별하고 묘터를 정하는 상덕이 흙을 찍어 먹는 장면이 여러 번 포착된다. 그러나 상덕이 먹는 흙은 쿠키와 콩가루로 만들어진 ‘최민식 전용’ 식용 흙이라는 사실. 최민식은 기자간담회 및 인터뷰를 통해 “촬영 내내 실제 흙을 먹었다면 맹장이 힘들었을 수도 있다. 다행히 집어 먹는 흙은 (소품팀이) 맛있게 만들어줬다”며 리얼한 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