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을 분석하면 노화의 원인을 알 수 있다고?

인간에게는 세 번의 노화 변곡점이 있다고 한다. 34살, 60살, 78살. 그 첫 번째 시기가 얼마 전 지났기 때문일까. 최근 들어 유독 선명해진 목주름, 얼룩덜룩한 기미, 깊어진 모공이 신경 쓰여 안티에이징 제품을 화장대 앞줄에 세웠다. 그러던 중 운명처럼 내 눈에 ‘모발 분석을 통한 나의 노화 원인 분석’이라는 카피가 들어왔다. 단 0.1g의 머리카락만 제공하면 내 피부가 나이 드는 원인을 알아내고 체계적인 안티에이징 케어를 위한 플랜까지 세워준다고 하니 어떻게 못 본 척할 수 있을까. 즉시 모발 검사 키트를 구입했다.

노화의 원인을 해석하다
집으로 배송된 모발 검사 키트는 모발을 채취해 반송하기 용이한 패키지로 되어 있었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0.1g의 모발이 필요하다. 두피에 가까운 모발이 가장 최근 기록을 담고 있어 모근에 가까운 쪽을 기준으로 3~4cm 길이로 잘랐다. 자른 모발을 봉투에 넣고 수거 신청을 한 뒤 자가 문진을 통해 모발 상태, 피부 습관, 식습관, 수면 등에 대한 정보를 입력했다. 2주 정도 지나 검사 결과가 도착했다. 노화 유니버스에 진입했다는 인사말(?)과 함께 피부에 염증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경고가 떴다.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만성염증이 피부노화를 가속하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 만성염증은 피부 면역세포의 기능을 저하해 장벽을 약화시키고 이로 인해 콜라겐, 엘라스틴, 히알루론산 같은 피부 조직이 파괴될 수 있다는 설명이 뒤를 이었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에 맞서는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코르티솔 호르몬을 분비해 혈압과 혈당 수치를 높이는데 이때 알도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생성된다. 알도스테론은 칼륨과 나트륨을 조율해 혈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역할을 하는데, 급성 스트레스일 경우 나트륨이 칼륨보다 많아지고 만성 스트레스일 경우 비율이 반대가 된다. 이런 원리로 내가 어떤 스트레스에 취약한지 모발 검사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유전자 검사가 타고난 성질을 분석한다면 모발은 세 달간의 대사 산물(영양소를 분해하고 합성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을 담고 있어 최근 변화를 간파할 수 있죠.” 뷰티 브랜드 최초로 모발 검사를 도입한 케어드 디렉터 김현주의 설명. 또한 모발 검사는 질병 상태나 자각 증상으로 발현되기 전 조직이나 세포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미네랄 측정이 가능해 노화 관리에 용이하다고 덧붙인다. 원인을 토대로 스트레스 해소와 피로 회복을 위해 최소 7시간 이상의 수면 시간을 확보하라는 처방이 내려졌다. 수면 시간을 늘릴 수 없다면 규칙적인 패턴을 유지하거나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조언이 덧붙었다. 뒤이어 자가 문진을 토대로 항염과 진정작용에 효과적인 제품 추천도 이어졌다. 습관을 개선해 내 몸에 부족한 것을 채워 건강한 피부에 이르게 하고 현재 피부 상태를 완화할 수 있는 제품을 함께 처방해 노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만든다는 의미다.
뷰티 브랜드에서 안티에이징 케어 방법으로 모발 검사를 도입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내 노화의 원인이었던 염증노화, 당화노화(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로 생성된 당이 콜라겐 사이에 결합돼 피부 조직을 누렇게 만들고 결을 거칠게 하는 것), 산화노화(활성산소 제거에 필요한 항산화 효소를 만드는 아연, 망간, 구리 등이 부족해서 생긴다) 등 노화 원인을 파악해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단순히 피부에 화장품을 발라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노화의 원인을 분석하고 부족한 것을 채우며 궁극적으로 건강한 아름다움을 되찾는 방향으로 안티에이징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