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하우저앤워스 홍콩에서 만난 작가 장엔리

하우저앤워스 홍콩의 새로운 갤러리 공간에서 중국 작가 장엔리를 만났다.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다차원적 의미를 발생시키는 ‘선’ 위에서.

프로필 by 안서경 2024.02.07
Art Museum Director, Oil on Canvas, 250 x 200 cm, 2022

Art Museum Director, Oil on Canvas, 250 x 200 cm, 2022

A Guest from Afar, Oil on Canvas, 200 x 400 cm, 2023

A Guest from Afar, Oil on Canvas, 200 x 400 cm, 2023

A Man Reading 'The Castle', Oil on Canvas, 200 x 180 cm, 2023

A Man Reading 'The Castle', Oil on Canvas, 200 x 180 cm, 2023

지난 1월 23일, 기자간담회가 시작되기 조금 일찍 전에 갤러리에 도착한 나는 ‘미술관 디렉터(<Art Museum Director>)’와 ‘멜론을 재배하는 농부(<Melon Farmers>)’, ‘두꺼운 화장을 한 여자(<Woman Wearing Heavy Makeup>)’ 사이에서 빙빙 돌며 작품을 감상했다. 서술적인 제목을 지닌 추상회화 작품들이 느낌표를 동반한 물음표를 떠올리게 했다. “<Art Museum Director> 같은 제목은 모두 그림을 완성한 후에 붙였는데요, 특정 얼굴을 묘사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본질을 표현한 것에 가까워요. 개념적인 초상화라고 해야 할까요?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한 인간의 성격은 실로 복잡하고 다중적이잖아요. 저는 살면서 한 문장으로 명확하고 간단하게 묘사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하우저앤워스 홍콩 갤러리 전경. 장엔리 개인전 《Faces》 전경. 장엔리 개인전 《Faces》 전경. 장엔리 개인전 《Faces》 전경.
홍콩에서 작가를 직접 만나기 전까지 사실 그에 관한 나의 정보는 2000년대 초반에 머물러 있었다. 앞서 그가 말했듯이 ‘전선이나 파이프, 밧줄처럼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것’을 그리던 시절 말이다. 어릴 적 중국 전통 붓 그림을 배웠던 장엔리는 유화 물감을 중국화 물감 다루듯이 희석해 사용하고 의도적으로 뚜렷한 원근감을 표현하지 않으며 마른 붓으로 그은 듯한 선들을 통해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나는 작가에 관한 배경지식 없이도 그의 그림에서 소외와 고독이 밴 대도시의 연약한 현실을 느꼈다. 특히 검은 화면 한가운데 입구가 열려 있는 골판지 박스를 그린 그림 <Container>(2004년)를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다고 작가에게 전하자, 그가 말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Container> 시리즈를 여러 점 그렸어요. 모두가 자신들만의 이야기, 감정, 경험을 품고 있는 박스라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에요.” 1965년 북한과 면한 중국 지린성에서 태어난 장엔리는 상하이와 가까운 우시라는 도시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졸업 후에는 상하이에 정착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고향에서 2천km 떨어진 도시에서 전업 작가로 활동한 지 10여 년쯤 되었을 때, 그는 하우저앤워스의 공동대표 아이반 워스, 마누엘라 워스 부부와 연이 닿았다.

“오늘 이 자리에 서니 약 20년 전 테이트 모던 큐레이터에게 장엔리 작가를 소개받은 기억이 떠오르네요. 갤러리와 작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물론 작품이지만 우리는 언제나 인간 대 인간으로서 먼저 가까워지고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오랫동안 갤러리를 운영하며 삶의 태도가 그대로 작품에 드러난다는 사실을 확인해왔기 때문입니다.” 기자간담회에서 장엔리와 나란히 선 아이반 워스가 소감을 전했다. 당시 마흔 살로 하우저앤워스를 “스위스 갤러리 정도로만 알고 있던” 작가는 그때를 회상하며 오랜 생각을 들려주었다. “때론 작품이 가격으로 평가받기도 하고, 작가의 위치가 명성과 파워에 의해 판단되기도 하죠. 하지만 작품의 퀄리티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어떤 작가가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는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나 정확하게 깨달을 수 있을 거예요.”

* 장엔리 개인전 《Faces》은 하우저앤워스 홍콩에서 3월 9일까지 열린다.

Credit

  • 글/ 안동선(컨트리뷰팅 에디터)
  • 에디터/ 손안나
  • 사진/ 하우저앤워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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