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내 피부에 맞는 파운데이션 컬러를 도저히 모르겠다고?

컬러가 많으니 더 헷갈리는 파운데이션 컬러 찾기 꿀 팁

프로필 by 정혜미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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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까지 우리는 완벽한 파운데이션의 조건을 다음 정도로 꼽았다. 뛰어난 커버력, 오랜 유지력, 깔끔한 밀착력. 하지만 그보다 먼저 고려해야 하는 건 피부톤에 맞는 베이스 컬러. 파운데이션에서 느끼는 좌절감은 때로 최적의 컬러를 찾는 것으로 해결된다.

컬러 선택이 더 어려워진 건에 대하여
다양한 인종이 존재하는 해외에서는 베이스 컬러가 곧 뷰티의 포용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2017년 ‘Beauty for All(모두를 위한 뷰티)’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무려 40가지의 파운데이션 컬러를 선보인 리아나의 펜티 뷰티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여러 브랜드에서 컬러를 세분화하며 포용적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셰이드를 단종하거나 교체하는 것만으로 뭇매를 맞는 브랜드가 생겨나는 이유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시장에서도 비슷하게 엿볼 수 있는데, 모두가 하얀 피부를 추종하며 21호를 정답으로 여기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룩이 지지를 받으며 얼굴색을 위한 선택지도 늘어나고 있다. 해외 시장에 비하면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컬러 차트를 꾸준히 추가하고 색을 믹스하거나 맞춤 제작하는 방향으로 성장 중이다.
하지만 모든 걸 다 떠나서 이러한 과정은 결국 21호는 밝고 23호는 어두운 애매한(!) 피부색도 찰떡같이 어울리는 베이스 컬러를 찾기 위함이 아닌가. 그런데 문제는 선택지가 너무 많아 맞춤 색 찾기가 더 까다로워진 것. 게다가 N, M, 001, 1C2와 같이 복잡한 숫자와 알파벳은 도통 무얼 의미하는지. 마치 수학 공식을 풀 듯 파운데이션 컬러를 찾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리학자 시너 세티와 마크 래퍼는 식료품점에서 수행한 연구를 통해 이런 결론을 내놓았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소비자는 선택하지 않는 선택을 한다.” 그가 식료품점이 아닌, 화장품 매대에서 이런 실험을 했다면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소비자는 잘못된 (컬러) 선택을 한다”라는 결론을 냈을지도. 수많은 선택지로 여전히 ‘톤팡질팡’을 겪고 있는 ‘톤망진창’ 당신을 위해 메이크업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했다.
먼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말하는 최적의 베이스 컬러란 무엇일까? 컬러가 세분화되기 시작한 6~7년 전만 해도 한 톤 밝은 파운데이션으로 피부를 화사하게 표현하라는 의견이 지배적.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대다수의 아티스트는 자신이 가진 피부색과 일치하는 컬러라고 말한다. “여전히 피부 톤과 완벽히 어우러지는 컬러를 어둡게 느끼는 분들이 많아요. 또 핑크톤은 화사하고, 옐로 베이스는 칙칙하다는 인식이 높죠. 그러나 밝은 파운데이션은 피부를 화사하게 만들기보다 얼굴을 넙데데하고 평면적으로 보이게 할 뿐이에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오미영의 설명. 랑콤 시니어 내셔널 메이크업 아티스트 백경하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 역시 동일한 의견인데, 엄밀히 말하면 피부톤을 밝히는 건 파운데이션의 역할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파운데이션의 임무는 피부톤을 바꾸는 게 아닌 균일하게 정돈하는 데 있다.

언더톤을 파악하되 집착은 금물
이제 파운데이션은 명도, 즉 밝기만으로 색을 구분하지 않는다. N, W, C 나 Y, P 등이 붙은 컬러명은 알다시피 웜톤, 쿨톤, 뉴트럴톤을 의미한다. 즉, 내 피부 고유 컬러인 언더톤을 파악하는 것이 컬러 찾기에 첫 단계이다.
“한국 여성들은 자신의 피부가 노랗고 어둡다고 느끼지만 전 세계 피부색 지도에 따르면 북유럽, 중유럽 다음으로 밝은 편에 속합니다. 예전 논문에선 여름 쿨 타입이 가장 많다고 조사됐으나 현재는 가을 웜톤이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어요.” 컬러 전문 기업 피엘컬러 대표 박예영의 말.
손목의 핏줄 색을 통해 언더톤을 진단하는 게 예전부터 알려진 방법이지만 실제로는 한계가 있다. 파랑과 초록을 육안으로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메이크업 전문가들은 블러셔나 립스틱을 이용한 셀프 진단법을 제안한다.(물론 세분화되고 정확한 판단은 퍼스널 컬러 전문가에게!)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피부에 보랏빛이 도는 핑크 블러셔(또는 립스틱)와 오렌지 블러셔(또는 립스틱)를 발라 미세하게 화사해진 톤을 관찰할 것.
하지만 피부 언더톤은 참고사항일 뿐, MBTI로 인간상을 단정하듯 베이스 컬러를 확정해선 안 된다. “피부에는 고유톤과 표면톤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고유톤은 웜톤이지만 표면에 붉은기나 잡티 등으로 색이 균일하지 못한 경우가 생기죠. 웜톤 피부라고 무조건 옐로 베이스가 어울리는 건 아닌 이유입니다.” 나스 시니어 메이크업 트레이너 오현정의 설명. 오미영도 크게 공감하는데 피부에는 웜톤과 쿨톤이 공존하기 때문에 이분법적으로 색을 분류해선 안 된다고 첨언한다.
또 과거에는 대비되는 색을 이용해 피부를 보완했다면 현재는 동일한 톤으로 고유의 색을 살리는 것이 추세. 노란 피부를 보완하고자 강한 핑크톤을 사용하면 표면톤도 커버가 되지 않으면서 고유톤에도 어우러지지 않아 베이스가 들떠 보인다. 또 시간이 갈수록 잿빛으로 변해 칙칙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베이스 메이크업 역시 취향의 영역. 자신의 노란 피부가 너무 싫다면? 뉴트럴 핑크나 피치처럼 쿨톤을 쓰되 믹스된 색을 바르자. 웜톤의 따스함은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보정할 수 있다. 반대로 홍조가 있는 쿨톤은 뉴트럴 셰이드가 적합하다. 그렇다면 피붓결이 거칠거나 여드름 피부가 피해야 할 파운데이션 컬러가 따로 있을까? 컨실러나 프라미어 등으로 커버한 후 (앞에서 설명한) 피부색에 맞는 파운데이션을 바르는 게 정석이다. 이런 피부는 컬러보단 제형이 중요하다.

볼부터 목까지 바르고 1분
웜톤 피부임에도 옐로 베이스가 안 맞을 수 있다니! 따라서 전문가들은 반드시 피부에 테스트할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때 지켜야 할 몇 가지 필수사항을 전한다.
첫째, 목의 피부 컬러까지 고려할 것. 가장 흔한 실수는 얼굴에만 맞는 컬러를 고르는 것이다. 자외선 차단에 소홀한 목 피부는 상대적으로 어두우며 우리는 목과 얼굴을 따로 떼서 바라보지 않는다.
둘째, 파운데이션이 마를 때까지 기다릴 것. 일부 파운데이션은 피부에 닿으면 산화되며 처음보다 어두워질 수 있다.
그때 보이는 컬러가 진짜다. 셋째, 자연광 아래에서 확인할 것. 어느 부위에 바르냐 만큼 어디에서 확인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넓은 파운데이션 브러시로 아래 볼부터 목까지 세로로 길게 선을 그어주세요. 양 끝을 얇게 펴 바른 후
1분 정도 기다리면 파운데이션이 피부에 밀착되죠. 큰 거울로 확인해 얼굴은 물론 목에도 자연스럽게 컬러가 스며드는지 확인합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홍현정과 오미영이 공통적으로 제안하는 방법. 더불어 에스티 로더 교육팀 김수진은 이마에 테스트하기를 권하는데 얼굴 중 피부톤이 가장 어둡기 때문에 여기서도 들뜨지 않는다면 합격이다. 마지막으로 파운데이션 샘플을 얻어 자연광 아래에서 발색을 확인한다.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된 현대사회에 시대착오적인 방법 아니냐고? 이때만큼은 클래식이 정답이다. 그럼에도 파운데이션을 온라인에서밖에 구매할 수 없다면 수많은 블로그와 카페 글을 통해 현실감 있는 발색 후기를 확인하자.

글로보다 선명한 매트
지속력과 커버력을 높인 매트 파운데이션은 글로 베이스보다 색소 파우더의 비율이 높다. 따라서 같은 컬러라도 피부 위에서 더 선명하게 표현되며 밝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파운데이션의 제형을 갈아탈 경우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과 컬러를 비교해볼 것. 매트한 제형일수록 피부톤과 일치하거나 반 톤 낮은 컬러를 추천한다.

완벽하게 바르지 않아도 괜찮아
아무리 완벽한 손기술로 완성한 메이크업이라 해도 피부 본연의 색과 결, 개인이 가진 골격과 특징을 묵살한다면 성공적인 메이크업이라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우리도 대부분은 긍정한다. 베이스 메이크업이 피부 결점과 단점을 가리는 데에만 목표를 두어서는 안 되는 이유. 완벽한 한 컷을 위해 세팅된 조명과 각도에서는 괜찮을지 모르나 렌즈보다 정교한 눈으로 바라보는 카메라 밖에선 어색하고 불편할 뿐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 사람의 피부에는 웜톤과 쿨톤이 공존하며 부위마다 피부색도 다르다. 따라서 한 가지 컬러만으로 베이스를 완성하는 건 욕심일 수 있다. 두 가지 톤 이상의 파운데이션을 부위마다, 혹은 계절마다 번갈아 쓰거나 그때 그때 다른 비율로 믹스해 바르는 것을 권하는 이유다. 실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선보이는 여배우 메이크업이나 화보 베이스는 이렇게 완성된다.
베이스 메이크업을 파운데이션으로만 끝내려는 생각도 얼굴이 하얗게 뜨거나 칙칙해지는 ‘베이스 참사’를 불러온다. 모든 제품엔 주어진 역할이 있다. (물론 커버를 원할 경우) 눈, 코, 입이 모인 삼각 존 안은 하이라이터로 밝히고 눈 밑, 코 옆, 입 주변의 어두운 부분이나 잡티, 홍조를 컨실러로 꼼꼼히 커버하면 파운데이션의 컬러를 올리지 않고도 화사하고 투명한 베이스를 연출할 수 있다. 컨실러는 파운데이션을 농축해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 동일한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하면 컬러를 맞추기가 수월하다. “메이크업 베이스나 파우더는 다크닝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으니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세요.” VDL 마케팅팀 서민희의 제안.
얼굴 전체에 동일한 양으로 꼼꼼히 바를 필요도 없다. 특히 반 톤이나 한 톤 밝은 파운데이션을 선호한다면 더더욱. “이목구비 중심으로 커버하되 얼굴 외곽으로 갈수록 파운데이션의 사용량을 줄여주세요. 헤어 라인이나 목과 연결되는 턱 라인은 거의 바르지 않아야 한 가지 컬러로도 입체감을 더할 수 있어요.” 디올 인터내셔널 프로팀 메이크업 아티스트 손민기의 조언. 홍현정은 전체적으로 바른 후 바깥 부분을 원을 그리듯 닦아내는 것도 자연스러운 베이스 컬러를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또 피부 조직이 얇은 이마나 눈가, 입가는 소량만 사용한다.

파운데이션을 샀다, 그런데 컬러 찾기에 실패했다면?
컬러가 어둡다면 프라이머나 크림을 섞어 사용해보자. 색소가 없는 제형을 추가하면 투명해져 색상과 커버력이 줄어든다. 셰이딩을 대신해 얼굴 윤곽에 발라도 좋다. “실패한 베이스를 버리지 말고 구비해두세요. 다른 색과 믹스해 빛을 발할 순간이 곧 찾아올 거예요.” 오미영의 말.

#맞춤 파운데이션
해외 브랜드에 비하면 국내 브랜드의 파운데이션 컬러는 아직 한정적이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을 필두로 파운데이션 맞춤 서비스를 선보이며 보다 세분화되고 최적화된 컬러를 제공하고 있다. 헤라의 ‘실키 스테이 커스텀 매치’는 1백25가지의 셰이드를 공급하며, 라네즈의 네오 쿠션은 1백50가지 중 자신에게 맞는 색상을 고를 수 있다. 톤워크는 AI를 기반으로 컬러를 제안하는 맞춤 메이크업 브랜드이다. 아모레퍼시픽 넥스트뷰티 2팀은 이러한 서비스 개발 배경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자사는 국내외 고객의 피부색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분석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넓고 세분화된 셰이드에 대한 니즈를 발견하였습니다. 이를 토대로
2백 개가 넘는 파운데이션 셰이드를 출시하였고요. 이는 단순히 선택지를 넓힌 것을 넘어 개개인의 피부색에 맞는 제품을 제공하는 것에 목표를 둡니다.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는 다양성과 개인화 트렌드, 누구나 고유한 아름다움을 존중받을 수 있다는 포용의 메시지를 전달하죠.” 더불어 선주문 후 생산 방식으로 재고 부담과 폐기 문제를 최소화하여
지속 가능의 가치를 실현한다.
피부보다 베이스 컬러를 밝게 바르거나 어둡게 사용하는 등의 행태에는 개인적 취향은 물론 트렌드가 반영되어 있다. 현재는 누구나 전문적인 메이크업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만큼 무조건 밝은 제품을 고르기보다 본연의 피부톤과 유사한 베이스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맞춤 서비스를 통해 일차적으로 제안하는 컬러 역시 피부와 가장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색. 이러한 매칭 컬러를 시작으로 메이크업 취향을 반영하여 밝기와 톤을 상세 조정한다. “무조건 하얗게, 무조건 핑크톤을 고집하던 데서 벗어난 트렌드 변화가 참 반갑습니다. 고유의 빛과 톤을 살려주는 메이크업의 재미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생각해요.” 헤라 MC팀 송은지는 말한다.

Credit

  • 사진/ 장기평
  • 모델/ 제이
  • 메이크업/ 오미영
  • 헤어/ 권도연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