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RITY

달라서 또 같은 안보현과 박지현의 유쾌한 시작

TWO COPS

프로필 by 손안나 2024.01.22
안보현이 착용한 재킷, 팬츠, 벨트는 모두 Savage. 선글라스는 Lash. 반지는 Wooyoungmi, Siiiido.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박지현이 착용한 레더 블루종은 & Other Stories. 코르셋 크롭트 톱은 Marc Jacobs. 레더 팬츠는 Salvatore Santoro.

드라마 <재벌×형사>에서 형사 진이수(안보현)와 이강현(박지현)으로 대결 구도를 펼치죠. <유미의 세포들>에서 구웅과 구웅을 짝사랑하는 새이로 마주친 적 있긴 하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건 처음일 텐데요.
안보현 <유미의 세포들>에서는 지현 씨와 부딪히는 장면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본래의 성격은 잘 몰랐어요. <재벌×형사>를 하면서 이 친구가 밝고 수다스럽고 어찌 보면 저랑 참 반대되는 장점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그런지 촬영도 순탄하게 잘 마쳤고요. 사실 촬영이 끝났다는 게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고 좀 어색해요. 첫 방송이 시작되면 그제서야 실감이 날까요?
박지현 저는 <유미의 세포들> 때 이미 눈치챘죠. 오빠가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는 걸.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달까요? 오빠가 겉으로 보면 상남자 같고 마초스러울 것 같잖아요? 이번 작품을 하고 더 느낀 건데, 스스로를 조금 더 챙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려심이 넘치는 사람이더라고요. 1백 명 가까이 되는 스태프 이름도 다 외우고요. 한번은 제가 ‘착한 사람 콤플렉스’ 아니냐고 물어볼 정도였어요.
저는 이번 드라마를 통한 두 배우의 퀘스트랄까요? 각자의 목표가 ‘변신’이 아닐까 추측해봤어요. 지현 씨는 지금까지 <재벌집 막내아들> 같은 시대극이나 정통 사극에 출연했으니 이번처럼 발랄한 작품은 새로운 도전일 것 같고요. 보현 씨는 실제로 작품마다 살을 찌우거나 빼기도 하고 헤어스타일에도 큰 변화를 주면서 변신을 자주 해왔잖아요. 본인을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것 같다는 인상도 받았고 한편으론 스스로 그런 변신에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박지현 저는 항상 재벌이었어요. 전작도 <재벌집 막내아들>이었고 심지어 사극에서도 조선 최고의 부잣집 딸 역할을 많이 했으니까요. <재벌×형사>는 지금까지와 다른 캐릭터이기도 하고 이야기의 톤앤매너도 정반대라서 저에게는 도전 같은 작품이었어요. 사실 재벌의 삶을 우리가 실제로 경험할 일이 얼마나 있겠어요. 조금 더 현실적인 대사, 현실적인 액션을 접했을 때 쾌감을 느꼈죠.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그만큼 배우는 점도 많았던 현장이었어요.
안보현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즐거워요. 전작 <이번 생도 잘 부탁해>의 문서하는 진중하고 어두운 친구였어요. <재벌×형사>는 대본을 읽자마자 작품 안에서 이수가 되어 즐겁게 뛰어놀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한편으론 저에게도 도전이었고요. 부티 나는 재벌 말고, 철부지 아이 같은 재벌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스타일링을 했어요. 제가 해석한 진이수를 처음 꺼내놓았을 때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들 모두 찰떡이라고 칭찬해주셔서 희열을 느꼈고요. 덕분에 자신감을 가지고 변신할 수 있었어요.

안보현이 착용한 재킷은 Jil Sander.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박지현이 착용한 오버사이즈 싱글 재킷, 셔츠는 Bottega Veneta.

이강현과 진이수는 같은 형사지만 냉탕과 온탕만큼 온도 차이가 큰데요. 어떻게 인물에 접근했나요?
안보현 저는 이수가 뽀로로 같은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노는 거 좋아하고, 지루한 거 못 참고 관심 받고 싶어 하는. 자신의 아픔을 감추기 위해 오히려 재력을 과시하고 남용하는. 그래서 멋있는 모습보다는 ‘저런 애가 어떻게 형사를 해?’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여태껏 드라마에서 봤던 형사 캐릭터는 아닌 것 같아요.
박지현 감독님이 저에게 줬던 디렉션은 “너무 귀여우면 안 된다”였어요. 이수가 굉장히 자유로운 캐릭터이기 때문에 반대로 강현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하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그래서 제 평소 모습보다도 덜 귀여우려고 노력했어요.(웃음)
<열혈사제> <천원짜리 변호사> <모범택시> <원 더 우먼> 등 SBS 금토 드라마는 이제 먼치킨 캐릭터 플레이와 권선징악 서사로 하나의 장르가 된 느낌이에요. <재벌×형사>가 설정을 떠나서 방금 언급된 작품들과 어떤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안보현 결론보다도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에서의 통쾌함이 있어요. 아마 시청자분들은 콧방귀를 뀌고 어이없어 하면서 웃으실 것 같아요.

재킷, 톱, 셔츠, 팬츠, 벨트는 Zegna. 반지는 Wooyoungmi.

이를테면 ‘병맛 코드’가 깔려 있단 뜻인가요?
안보현 수사 중에 갑자기 자기 헬기를 동원해버리니까요.(웃음) ‘범인을 잡기 위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플렉스 하겠다’는 마음으로 행동하는 이수를 보면서 사이다적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박지현 전 이수의 그런 점이 오히려 전형적인 재벌 캐릭터와 달리 현실적이라고 느꼈어요.
현실적인 면이 있어요?
박지현 예를 들어 <재벌집 막내아들>의 현민이는 집에서 잠옷도 안 입는 걸요. 하이힐을 신고 집 안을 돌아다니죠. 솔직히 그 모습이 일상적이진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수는 그런 점에 있어서 인간적인 매력이 있어요.

러플 디테일의 데님 드레스는 Moschino. 귀고리는 Golden Goose. 레이스업 부츠는 Jimmy Choo.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과정에 있을 땐 결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이 작품을 통해 어떤 점을 배웠다고 생각해요?
박지현 연기를 오래 하지는 않았지만, 저는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제 연기에 대해 후회해본 적 없어요. 그런데 <재벌×형사>는 처음으로 미련이 남은 작품이에요. 촬영이 끝나고 ‘아, 처음부터 다시 찍으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현장이 너무 따뜻하고 좋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꼭 시즌 2를 하고 싶다는 바람도 생겼어요.
안보현 1백11일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단체 사진을 찍었어요. 그만큼 현장 분위기가 좋았죠. 스태프들이 웃을 수 있는 현장을 만들려면 배우인 제 몫이 크고 앞으로도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라고 항상 기분이 좋을 수는 없겠지만 현장에선 높은 텐션을 가져가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레더 블루종은 & Other Stories. 코르셋 크롭트 톱은 Marc Jacobs. 레더 팬츠는 Salvatore Santoro.

지현 씨가 한 인터뷰에서 “죽을 때까지 연기할 거예요. 너무 재밌어요. 천직이에요”라고 말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어지간한 자기 확신이 없다면 이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없죠.
박지현 배우는 정규직이 아니고 평생 연기를 하려면 평생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매 작품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연기를 계속할 수 없어요. “죽을 때까지 연기할 거예요”라는 말에는 그만큼 계속 선택받을 수 있게끔 성장해나가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아요.
의지의 표현이군요.
안보현 바람이기도 한 거 같아요. 평생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 저도 그래요. 연기를 통해서 배우가 아니었으면 절대 못했을 경험들을 하고 있어요. 의사도 하고, 군검사도 하고, 변호사도 하고, 재벌도 하고. 매번 새롭고 다르죠. 그래서 연기가 재밌어요.

재킷은 Savage. 반지는 Siiiido.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두 사람 모두 아까 말한 그 ‘선택’을 받기 위해 지난하게 오디션을 보러 다닌 시절이 있잖아요. 그 시기를 버틴 자기 자신에게 어떤 점을 칭찬해주고 싶나요?
안보현 포기하지 않은 걸 칭찬해주고 싶어요. 자취방 월세와 부모님께 매달 보내 드리는 생활비를 채우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하고 싶어서 늘 단기 아르바이트와 오디션을 병행했어요. <이태원 클라쓰> 오디션에 죽기 살기로 매달렸던 것도 칭찬하고 싶고요. 그 작품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거고 여기까지 오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테니까요.
2021년 요시모토 바나나 원작의 <막다른 골목의 추억>에서 안보현이라는 배우를 처음 인식했어요. 그 작품을 보고 정말 거기에 그런 사람으로 존재할 것 같은 설득력을 주는 배우라고 생각했고요. 거기엔 연기를 시작하기 전의 다양한 삶의 경험이 작용하는 것 같아요.
안보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다양한 직업군을 겪어본 게 저에겐 좋은 자양분이자 자극제가 됐어요. 사실 마냥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연기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힘든 연기를 하고, 아픈 연기를 하고, 눈물 연기를 하고, 또 제일 좋았을 때를 떠올리며 사랑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안에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도 되고 불안할 때도 있지만요. 조금씩 역할이 커지면서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고 그만큼 제가 노력해야겠죠. 그렇게 무궁무진하고 다채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점프수트는 Nicheforgroom.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현 씨는 어때요? 기다림의 시기를 어떻게 버텼나요? 워낙 긍정적이라 오디션에 떨어졌다고 쉽게 낙담하는 타입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박지현 저는 제 성격을 칭찬해주고 싶어요. 저는 포기할 마음이 전혀 없었거든요. 수없이 많은 오디션을 봤고, 최종에서 떨어지고 그 작품이 대박 나는 경우도 있었죠. 그렇더라도 ‘내가 못하는 게 아니라 나랑 안 맞았던 것뿐’이라는 생각으로 계속 도전했어요. 물론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 시간들을 진심으로 즐겼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오디션 장에서 연기를 할 때도 ‘구경해, 나의 연기를’ 이런 마음 가짐으로 임했거든요.(웃음)
<앵커>를 연출한 정지연 감독이 지현 씨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더라고요. “평소 대화를 나눠보면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그걸 알고 싶게 만든다.” 저도 문득 그 세계가 궁금해요.
박지현 단순하게 말하자면, 저는 제가 눈을 감으면 이 세상도 사라진다고 생각해요. 내가 없으면 상대도 없고요. 제가 여기서 보현 오빠를 보고 있다가도 시선을 돌리면 오빠는 안 보이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죽음이 뭘까, 죽으면 다 끝일까 궁금했거든요. 결론이랄까,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순간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 지금 이 순간, 내가 지금 이 순간 하고 싶은 것. 그게 제 삶의 모토예요.

페더 디테일의 풀오버는 Valentino.

카르페 디엠을 실천하는 삶이군요. 보현 씨는 한 인터뷰에서 “말의 힘을 믿는다”고 말한 적 있어요. 매일 아침 루틴처럼 목걸이를 채우며 잘될 거라고 되뇐다죠. 새해 새 시작을 앞둔 지금, 두 사람은 어떤 말의 힘을 믿고 싶은 가요?
안보현 목걸이를 매일 만지면서 주문을 외우고 그런 건 아니에요.(웃음) 그저 항상 제 몸에 지니고 있는 것 중에 하나여서 끼고 벗을 때마다 혼잣말 하는 거죠. 신념을 가지고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니까 조금은 의지하게 되더라고요. ‘잘될 거야. 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기를.’
박지현 정말 다르네요. 제가 평소에 자주 하는 말은 “어떻게든 되겠지!”거든요. 이미 내 손을 떠났다면 잘될지 안 될지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어요. 모두가 최선을 다했고, 나도 재미있었고, 그러면 된 거니까요.
안보현 그래, 어떻게든 되겠지.
박지현 다 잘될 거예요!

Credit

  • 사진/ 김선혜
  • 헤어/ 조천일(안보현), 케이트(박지현)
  • 메이크업/ 정경화(안보현), 최수지(박지현)
  • 스타일리스트/ 이인우(안보현), 김명희(박지현)
  • 어시스턴트/ 허지수, 조혜원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