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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코의 신곡 '말버릇'에 담긴 사랑 이야기

에두를 것 없이 곧은 마음으로. 싱어송라이터 히코가 조건 없는 사랑에 대해 노래하는 방식.

프로필 by 고영진 2024.01.19
잘 몰랐던 뮤지션의 라이브 무대를 보고 푹 빠졌다면 대개 둘 중 하나다. 재치 있는 멘트와 화려한 무대 매너에 홀려버렸거나, 음악에 심취해 무대를 꽉 채우는 모습에 압도당했거나. 히코의 경우는 후자에 가까웠다. 어느 여름날의 페스티벌에서 처음 본 그는 긴 설명 없이 곡을 만들고 부르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하고는 곧장 노래를 불렀다. 편안하고 세련된 멜로디의 전주가 흘렀다. 제목은 ‘날 사랑하는 너에게’. 이어지는 첫 소절을 부를 땐 수줍어하던 좀 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관객의 존재는 아득해진 듯 눈을 꼭 감고 자기 노래를 부를 뿐. 그 무대를 보며 생각했다. 히코는 자기 노래를 닮은 사람 같다고.
어린 시절, 아빠의 차 안에서 처음 들었던 나얼의 <Back to The Soul Flight>는 히코에게 음악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심어준 앨범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음악에서 무수한 영감을 받아왔다. 새 싱글 ‘말버릇’에서도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코러스 화음 플레이와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은 히코만의 방식으로 재해석됐다. 사실 이 곡은 그가 일 년 전쯤 만들어두었던 노래다. 편곡의 방향성을 고민하던 중 프로듀서 박문치를 만났다. 노래에서 2000년대 초반 한국의 알앤비, 발라드 분위기가 느껴지는 건 옛 한국 음악의 감수성을 사랑하는 두 뮤지션의 취향이 반영된 덕이다. 발매가 한 달도 더 남은 시점에서, 히코에게 신곡에 대한 질문 몇 가지를 보냈다. 지금도 작업 중이라는 답변을 남기고 사라지더니 며칠 뒤 데모 곡과 함께 담백한 편지 같은 글을 보내왔다. “스물일곱 살의 제가 할 수 있는 사랑에 대해 생각하다 노트에 가사 몇 줄을 적어두었어요. 시간이 지나 비로소 그 말들이 딱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습니다.”
그의 말처럼 ‘말버릇’은 명백한 사랑 노래다. 수식어를 붙이자면, 어떠한 조건도 없는. 그는 선배 가수 윤상과 김현철이 함께 부른 ‘사랑하오’를 듣던 어느 날 가사 한 줄이 콕 박혔다고 했다. “그대가 나를 모른다 해도/ 그러다 날 버린다 해도/ 바보처럼 그 자리에서 사랑하오”. 그때 생각했다. 나를 몰라주고, 심지어 버린대도 우직하게 사랑을 줄 수 있는 마음은 어디서 생기는 걸까. 나는 과연 그런 마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가. 부유하는 단상들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쓰인 노랫말과 함께 얽히고설켜 있다가, 이내 새로운 노래가 되었다. “내게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내 곁에만 있어 주면/ 언제나 내 말버릇처럼/ 사랑한다 말해줄게”. 20대의 소란한 시절을 지나는 히코가 생각하는 조건 없는 사랑이란 이런 것이다.
※ 히코의 '말버릇'은 3월 3일 발매 예정이다.

Credit

  • 사진/ © EMA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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