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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솜의 두 가지 얼굴

빛과 어둠, 행복과 슬픔, 천진난만함과 진중함이 공존하는 얼굴을 가진 이솜에게 'LTNS'의 우진, 그리고 진짜 솜에 관해 물었다.

프로필 by 손안나 2024.01.19
체크 패턴의 크롭트 톱은 Marni.


하퍼스 바자 최근 드라마 촬영을 마쳤죠. 무엇을 하면서 지냈어요?
이솜 감독님도 자주 뵙고 후시 녹음도 하고 최근까지 빠듯하게 드라마 후반 작업을 했어요. 개인적인 시간에는 스노보드를 타러 다녔고요. 배운 지는 얼마 안 됐는데 정말 좋아요. 아직 잘 타지 못해서 열심히 강습을 받으러 다니고 있습니다.(웃음)
하퍼스 바자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부가 공개되기도 했는데, 1월 19일, 드라마 <LTNS>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고요. 부부의 권태를 우울하게만 그리지 않았다는 호평이 많더라고요.
이솜 삶에 치여 관계마저 소원해진 부부가 돈을 벌기 위해서 함께 불륜 커플을 뒤쫓는데요, 그 과정에서 망가진 관계를 회복하고 서로를 마주 보게 되는 이야기예요. 전체적으로 인간으로서의 성장 서사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다만 부부의 이야기를 코믹한 쪽으로만 그린 건 아니고, 현실적이고 적나라하게 그 관계를 보여줘서 오히려 유쾌하다고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네요.
니트 비니, 프린트 티셔츠는 에디터 소장품.



하퍼스 바자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어떤 느낌이 들었어요?
이솜 사실 이런 적은 처음인 것 같은데, 읽으면서 소리내 웃었던 기억이 나요.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말장난이었어요. 대사들이 입 안에서 착착 감긴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제가 그 대사를 하는 걸 상상했을 때도 그림이 바로 그려졌고요. 감독님이 저를 잘 아시니까 처음부터 저를 떠올리며 쓰신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는데 그건 아니고, 어쨌든 처음 보자마자 말투가 무척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하퍼스 바자 어떤 말투인지 기대되네요. ‘우진’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해석했어요?
이솜 우진에겐 두 가지 얼굴이 있어요. 사회적인 얼굴과 집에 있을 때 얼굴이 다르죠. 이런 우진이의 이면이 잘 보여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회적인 우진이는 밝고 비즈니스적인데, 집에서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나태한 얼굴을 가지고 있죠. 제가 우진이를 연기하면서 초반에 느꼈던 점은, 제 예상보다 화가 많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화를 좀 끌어올리려 애썼던 것 같고요, 실제로도 화가 많아졌던 것 같아요.(웃음)
하퍼스 바자 캐릭터에 동화되면, 실제로 닮아가기도 하잖아요. 우진이와는 어떤 점이 가장 비슷한가요?
이솜 우진이는 굉장히 가부장적이라고나 할까요?(웃음) 물론 저는 집에서 막내이긴 한데요, 가족들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는 점에서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비즈 디테일 데님 셔츠, 팬츠는 Valentino.



하퍼스 바자 이번 드라마를 통해 영화 <소공녀>에 이어 전고운 감독, 안재홍 배우와 또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됐죠. 작품을 택하는 기준이 이야기나 캐릭터가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함께하는 사람들이 그 이유를 만들어주기도 해요.
이솜 하고 싶은 장르이기도 했고, 글도 좋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할 수 있다는 것, 이 세 가지 합이 완벽하게 맞았죠. 전고운 감독님과 재홍 오빠와는 여러 번 하는 작업인데,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신중했던 것 같아요. 긴장도 많이 했던 현장이었고요.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잘 나와야 하고. 그래서 현장에서 똘똘 뭉쳐 작업했어요. 뻔한 장면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매 장면마다 공을 많이 들였죠. 그런 부분에서는 정말 실망하지 않으실 테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
하퍼스 바자 스킨십 수위가 꽤 높은 장면이 많다고요. 감독님이 배우들의 용기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고요. 이전에 여러 번 호흡을 맞춰봤으니, 밀도 있는 의사 소통을 할 수 있었을 듯해요.
이솜 맞아요. 사전에 가능한 범위를 물어보시기도 했고, 많은 대화와 리허설을 거쳐 장면을 만들었죠. 감독님이 이 정도면 됐다고 말씀하셔도 “아니에요, 더 해야 해요!”라고 했던 기억이 나요. 그냥 어영부영 넘어가기 싫었어요. 그리고 여러 번 작업했으니까 상대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업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감독님과 재홍 오빠에 대해 알게 된 느낌도 있어요. 현장에 가서 감독님이나 재홍 오빠의 얼굴을 보면 어떤 상태인지 딱 알겠더라고요.(웃음) 뭔가 힘들구나, 좋구나, 그래서 많이 놀리기도 했어요.
니트 미니 드레스, 슬리브리스는 Bottega Veneta.



하퍼스 바자 영화 <마담 뺑덕>의 ‘덕이’, <소공녀>의 ‘미소’,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정유나’ 등 정말 다채로운 캐릭터를 맡아왔는데,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도 많아요. 본인의 성향이 자연스레 묻어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이솜 사실 캐릭터들의 이미지를 그려보고 작품을 선택한 적은 없고요, 선택했던 작품의 캐릭터가 주체성을 지닌 역할들이라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시도이거나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선택하는 편이에요. 앞으로는 더 다양한 여성상을 만나보고 싶어요. 주체적이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어요. 하지만 저를 통해 주체적인 캐릭터가 많이 보여지고 있다면, 제게 사랑을 주시는 분들이 저를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그런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그렇다면, 스스로 생각할 때 배우로서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이솜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아, 이번 드라마 <LTNS>를 보면 아시겠지만 얼굴을 막 쓸 수 있어요. 사리지 않습니다!(웃음)
하퍼스 바자 지나온 캐릭터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캐릭터가 있다면요?
이솜 <소공녀>의 ‘미소’는 현실에 있을 수 없어서 더 닮고 싶은 캐릭터였던 것 같고요, 최근 작품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번 ‘우진’이에게 애착이 많이 가네요. 제 마음을 많이 주기도 했고요. 그리고 우진이가 굉장히 단단해 보이지만 여린 면도 많거든요. 그런 점에서 더 끌렸어요.
비즈 드레스는 Prada.



하퍼스 바자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으면서 배우의 길을 잘 걸어왔지만, 시행착오나 혼란의 시기도 있었나요?
이솜 사실 매 순간이 그래요. 그러다 한 번씩 <LTNS> 같은 작품을 만나는 것 같아요. 매번 넘어지고 혼란스러운 순간들이 있지만 바쁘게 일을 하면 금방 극복하는 스타일이에요. 걱정이나 두려움이 커질 때는 저라는 사람을 더 챙기고 잘 돌보려고 해요.
하퍼스 바자 그런 순간에 가장 자신을 편안하게 만드는 일이 있다면요?
이솜 취미생활을 할 때 가장 평안함을 느껴요. 최근에는 스노보드에 재미를 붙였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고요, 자연을 느끼려고 여행을 떠나기도 해요. 맛있는 것도 먹고, 쉬어가는 시기를 최대한 잘 보내려고 해요.
하퍼스 바자 지나온 2023년은 본인에게 어떤 해였나요?
이솜 지금 많은 작품들이 공개되고 있는데, 사실 2023년에 일을 다 한 건 아니에요. 공개 시기가 2023년과 2024년에 맞춰져서 그런데, 곧 공개를 앞둔 <LTNS>는 저에게 아주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재미있는 소재로, 또 그간 보여드리지 못했던 캐릭터로 인사 드릴 수 있어서 내년 초가 정말 기대돼요.
스팽글 장식 톱은 Recto. 데님 팬츠는 Blumarine. 벨트는 에디터 소장품.


하퍼스 바자 2023년이 3일 남았는데, 특별한 계획이 있나요?
이솜 저는 연말이 되면 무조건 더 집에 있거든요. 그리고 1월 2일에 건강검진을 앞두고 있어서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요.(웃음)
하퍼스 바자 새해에 이루고 싶은 사소한 버킷리스트가 있다면요?
이솜 어디로든 혼자 여행을 길게 해보고 싶어요. 2023년 초에 남해에 다녀왔거든요. 혼자 밥도 하고 고기도 구워 먹었는데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2024년에는 그 고독함을 좀 더 오래 느껴보고 싶네요.(웃음)

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이경은
  • 사진 / 신선혜
  • 글/ 황보선(프리랜서)
  • 헤어/ 이선영
  • 메이크업/ 조은정
  • 어시스턴트/ 김민
  • 김민지
  • 손영우
  • 디지털 디자인 /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