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아름다운 유산 속에서 써내려간 셀린느의 새로운 서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셀린느의 2024 서머 컬렉션이 펼쳐졌다.

프로필 by BAZAAR 2023.11.30
 
 프랑스 국립도서관 내에 위치한 리슐리외(Richelieu) 도서관.

프랑스 국립도서관 내에 위치한 리슐리외(Richelieu) 도서관.

특별한 장소일수록 시간이 흐르고 스토리가 쌓이면 그 아름다움과 가치가 배가된다. 1368년 샤를 5세에 의해 세워진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프랑스혁명 이후 세계 최초의 민간 도서관으로 거듭났다. 1988년에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프랑수아 미테랑의 천문학적 투자 아래 도서 진열대가 3백95km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이후 전시회는 물론 콘서트, 토론회와 같은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지속적인 변화를 모색하며 단순히 책을 보는 장소가 아닌 프랑스 문화와 예술을 아우르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렇듯 프랑스 지식의 근간이자 역사를 대변하는 이곳에서 셀린느 여성 서머 24: 라 콜렉시옹 드 라 비블리오테크 나시오날(La Collection De La Bibliotheque Nationale) 컬렉션이 공개되었다.
 
셀린느가 새롭게 선보인 ‘빅투아르’ 백.
‘톰보이’로 명명된 이번 컬렉션은 가수 LCD 사운드시스템의 ‘Too Much Love’가 시계 초침소리를 뚫고 흘러 나오는 가운데 레오퍼드 패턴의 오프닝 룩이 웅장한 라브루스트 열람실을 가로지르며 등장했다. 인디슬리즈를 외치며 스키니 룩의 정수를 보여주었던 지난 시즌과는 확연히 다른, 보다 현실적인 실루엣이 이어졌다. 또한 가죽 재킷에 레이스 톱과 데님 팬츠를 조합하거나 직선으로 떨어지는 테일러드 재킷에 몸의 곡선을 타고 흐르는 실크 슬립 드레스를 매치했고, 투박한 가죽 보머 재킷에는 크리스털이 촘촘히 박힌 쿠튀르 드레스를 더해 에디 슬리먼이 추구하는 앤드로지너스 테일러링을 실현했다. 그의 관점에서 바라본 톰보이 룩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는 적재적소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액세서리 스타일링 때문. 그 중 단연 돋보였던 것은 백과 선글라스다. 새롭게 선보인 ‘빅투아르’ 백부터 호보 백과 마이크로 미니 백 등을 무심히 걸쳐 시크한 파리지엔 스타일을 연출했고, 총 37개 중 33개의 룩에 다양한 선글라스로 각기 다른 포인트를 주었다. 아울러 에디는 이번 컬렉션을 위해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음향 브랜드인 마스터앤다이나믹(Master & Dynamic)과 함께 셀린느의 로고가 새겨진 가죽 헤드폰을 제작해 액세서리처럼 사용한 것. 여기에 크리스털 장식을 더한 웨스턴 벨트나 가죽 소재로 트랙 팬츠를 완성하는 등 일상적인 제품을 럭셔리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모든 모델들은 셀린느의 ‘당 파리’ 오드 퍼퓸을 뿌리고 런웨이에 선 것으로 전해진다. 비록 영상으로 공개되어 그 향기는 맡을 수 없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큐레이팅을 하는 에디 슬리먼의 열정이 빛을 발한 컬렉션이었다.   

Credit

  • 에디터/ 김경후
  • 사진/ ⓒ Celine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