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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쎈여자 강남순>의 히로인, 이유미가 궁금한 것들

장르는 환상 동화. 물음표와 공상으로 가득한, 유미의 세계.

프로필 by BAZAAR 2023.11.21
레더 재킷, 니트는 Prada.

레더 재킷, 니트는 Prada.

오늘 화보 콘셉트는 유미 씨 SNS에서 단서를 얻었죠. 필름카메라를 사랑하는, ‘머리는 헝클어져야 제맛’인 집순이.
아침에 드라마 촬영을 갔다와서 그런지 침대 위에선 정말 나른해지더라고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찍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필름카메라로 찍고 찍히는 걸 너무 좋아해서, 새로 오픈한 스튜디오나 현상소를 찾아가기도 해요.
<힘쎈여자 강남순>이 곧 종영을 앞두고 있어요. 캐릭터를 준비할 때 늘 다큐멘터리 영상을 찾아본다고요. 초인적인 힘을 지닌 강남순이 되기 위해선 어떤 준비를 했나요?
슈퍼파워를 지닌 인물에 대한 다큐를 어디서 보겠어요. 차력 영상을 볼 수도 없고.(웃음) 처음 대본을 읽고 순수하고 맑은 어린아이의 뇌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도 해서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처럼 아무 걱정 없이 볼 수 있는 만화를 내내 봤죠. ‘맑은 정의로움’을 일깨워주거든요. 티없이 맑은 생각을 머릿속에 꽉꽉 채우려고 했어요.
몽골에서 부족장과 힘겨루기를 하던 첫 등장 장면이 충격적으로 사랑스러웠던 기억이 나요. <술꾼도시여자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를 맡은 김정식 PD의 판타지적이고 유머러스한 연출도 돋보였죠. 제작진과의 대화 중 기억에 남는 조언이 있다면요?
몽골에서 한국어를 배운 남순이는 극중 반말을 구사하는데,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반말의 포인트를 살리는 게 관건이었어요. 감독님이 딸이 있는데, 아빠에게 반말을 하지만 사랑스럽고 순수하게 보인다는 말에 힌트를 얻었죠.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가장 솔직하고, 꼼수 쓰지 않는 느낌으로 연기하려 했죠.
 
니트, 쇼츠는 Loro Piana.

니트, 쇼츠는 Loro Piana.

<오징어 게임>의 지영, <어른들은 몰라요>의 가출청소년 세진 등 그동안 연기해온 캐릭터와 남순은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인물이죠. 팬들도 유미 씨가 드디어 밝은 역할을 맡아서 기쁘다는 반응이 많아요. 캐릭터를 마주할 때 자신과 닮은 점과 차이점 중 무얼 먼저 발견하나요?
비슷한 점이 먼저 보여요. 어두운 면이 많은 캐릭터를 맡더라도, 모든 사람 안에는 본인이 숨기고 싶은 면이나 한번쯤 살면서 겪어본 감정이 있잖아요. <힘쎈여자 강남순> 첫 미팅이 끝나고 회사와 주변에서 “너랑 찰떡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연기를 하면서 점점 닮은 점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남순이 덕에 원래 밝은 성격과 긍정회로가 더 발달된 것 같아요.
전작인 <힘쎈여자 도봉순>은 도봉순이 홀로 히로인 역을 하며 극을 이끈 반면, 이번 작품에서는 모계 혈통으로 괴력이 유전된다는 설정이 흥미로워요. 김정은, 김해숙 배우와 함께 세 모녀가 마약 집단에 맞서죠. 두 배우와 현장에서의 호흡은 어땠나요?
만나면 계속 웃었어요. 연기에 대한 심도 있는 얘기보다는 “우리는 힘이 세!” 하고 서로 세뇌하고 의지하면서.(웃음) 현장에서는 그저 재미있었는데, 요즘 모니터링을 하면서 선배님들의 연기가 너무 존경스럽더라고요. “선배님 왜 이렇게 사랑스럽지? 왜 이렇게 예쁘지?” 하고 감탄하면서 좋은 자극을 많이 받고 있어요. 또 현장에서 해숙 선배님의 사소한 한마디가 너무 와닿고 제게 들어왔어요. 한번은 대화 중 “어떻게 일을 안 쉬고 계속할 수 있냐”는 질문에 “쉬어도 봤는데 체질상 일하는 게 좋더라” 하면서 본인의 경험을 말해주셨는데 그 대화를 듣는 게 너무 즐거운 거예요. 슛이 들어갔는데 빠져나오기 어려울 만큼 계속 맴돌았죠.
 
티셔츠는 Ee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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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한 전작의 스핀오프라는 점이 부담되진 않았어요?
도봉순과 비슷하게 보여줘선 안 되고 망치면 안 된다는 생각도 했는데, 그 고민은 감독님, 작가님, 출연하는 모든 배우가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새로운 노력을 하면 된다고 마음먹었죠.
제작발표회에서 유독 와이어 신이 많아 고소공포증을 이겨낸 법에 대해 말할 때도 비슷한 답을 했어요. 고민이 생기면 시야를 넓게 펼치는 편인 것 같아요.
내 고민이 제일 큰 고민이고, 내 아픔이 제일 큰 아픔이라는 생각을 경계하려고 해요. 생각의 폭을 넓히면 심각했던 고민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 성인이 되면서 그 생각을 잘 분리시키는 과정을 배워간 것 같아요. 스스로를 위해 나만 생각해야 하는 순간도 분명 있지만, 어떨 때는 다 같은 고민이라 생각해야 할 때도 있고. 제가 심리적으로 감정을 쏟아야 하는 역할을 많이 했지만 크게 힘들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같아요.
독립영화에 출연하던 예전 필모그래피를 보면서 영화 <박화영> <너는 결코 서둘지 마라> <어른들은 몰라요> 같은 작품에서 연이어 결핍이 있는 인물을 선택했다는 점이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부단히 마음을 다잡은 결과였네요.
평상시 텐션을 너무 올리지도, 너무 낮아 우울해지지도 않게 유지하려고 해요. 정신을 건강한 상태로 만들어야 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건강하지 않아서 이 일을 못하게 되면 너무 슬플 것 같거든요. 오래오래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니까, 지금도 그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죠. 스스로를 잘 위로하면서.
 
카디건, 톱, 스커트, 브리프, 삭스, 뮬은 모두 Miu Miu.

카디건, 톱, 스커트, 브리프, 삭스, 뮬은 모두 Miu Miu.

이젠 많은 시나리오 중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을 거예요. 어떤 캐릭터를 보면 이끌리나요?
어떨 땐 캐릭터가 너무 잘 이해되어서 좋고, 어떨 땐 새로운 용기를 주어서 마음에 들고. 아직 명확히 모르겠어요. 시나리오를 읽다보면 이해되는 친구도 있고, 아무리 읽어도 이해 안 되는 친구가 있는데 계속해서 물음표가 남는 캐릭터가 있어요. 궁금증이 파생되는 인물에 끌리는 것 같아요.
지금 촬영 중인 신작 <Mr. 플랑크톤>에서의 조재미는 불행한 결혼식을 앞두고 다른 남자와 떠나 무한한 사랑을 퍼주는 인물이죠. 재미의 어떤 점이 궁금증을 남겼나요?
이런 사랑을 하고, 이런 삶을 살아온 캐릭터는 어떤 감정으로 살아가는 걸까? 재미 역시 남순이처럼 엄청 솔직하고 강단 있지만, 힘든 과거가 있고 좀 더 세세한 감정을 지닌 인물이에요. 미생물인 플랑크톤처럼 모든 사람들의 감정을 잘 받아들이는 재미를 연기하면서 표현할 때 고민이 깊어져요. 또 지금 제 나이 또래의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더 공감이 되는 것 같아요.
한 작품을 끝낼 때 캐릭터와 잘 이별하는 편이에요?
“알아서 언제든 나가라” 하고 가만히 둬요. 어떻게 아쉽지 않겠어요? 잘 떨쳐내기 위해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는 것 같아요. 작품이 끝나면 다시는 못 만나니까, 미련 없이 보내려 해요.
 
티셔츠는 Ee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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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스스로의 연기에 만족해요?
그건 있을 수 없는 일 같아요. 항상 부족한 면만 보여요. 그래도 새로운 환경을 맞닥뜨릴 때마다 그 상황을 버티다 보면 그래도 이 길이 내 길이 맞구나 생각이 들어요. 연기자 이유미로서 뭔가를 쌓아나간 흔적들이 보일 때.
잠들기 전 상상을 하느라 쉽게 잠들지 못한다죠. 최근에 한 공상을 들려준다면요?
잠들기 전 온갖 생각을 하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누군가는 꿈을 흑백으로 꾸거나 어렴풋한 느낌으로 꾼다고 하던데, 저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이요. 너무 비비드하고 선명한 꿈을 꿔요. 촬영 때는 항상 다음 날 찍을 신을 정리하고 대사를 중얼거리면서 자는데, 그 신을 상상할 때도 흥미진진해요. 원래 대본에 상황을 덧붙이는 거죠. 갑자기 카메라 한 대가 부서지면 어떡하지? 지구가 멸망하면 어디로 가지? 이런 식으로.(웃음) 숙면을 못해 피곤한 상황이 많아서 빠르게 한 바퀴 생각을 돌리고 자요.
 
니트는 The Row. 쇼츠,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는 The Row. 쇼츠,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수년 전 소속사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 단편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생각해본 이야기가 있어요?
장르는 무조건 판타지예요. 싸움은 없는, 살짝 감정을 건드리는 판타지. 남들이 내가 생각한 이야기를 찍기 전에 먼저 찍고 싶은데! 생각만 하죠.
마음에 품고 있는 캐릭터가 있어요?
한번쯤 기억을 잃는 역할을 맡아보고 싶어요. 어릴 때 본 <메멘토>라는 영화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그런 캐릭터를 연기할 때 어떤 제 모습이 나올지 궁금해져요.
유미 씨는 어떤 배우로, 사람으로 각인되고 싶어요?
같이 있으면 즐거운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뭔가 이 사람을 보면 그냥 좀 기분이 좋은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한 것 같아. 딱 그 정도로 느낄 수 있는.
 

Credit

  • 에디터/ 안서경
  • 사진/ 주용균
  • 헤어/ 마준호
  • 메이크업/ 조은정
  • 스타일리스트/ 이하정
  • 어시스턴트/ 허지수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