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STAINABILITY

30년 후 맞이하게 될 초밥의 모습?

오염수 방류로 인해 미래에 마주할지도 모를 초밥 ‘Sushi from 2053’

프로필 by BAZAAR 2023.11.08
성게알초밥이 껍질과 알이 뒤바뀌고 초밥의 색깔이 변모하는 등 괴이한 초밥 ‘Sushi from 2053’을 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오염수 방류는 사회적으로 큰 화제가 됐지만 방류 직후 오히려 그 관심이 점차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8월까지만 해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던 오염수 관련 글들이 두 달이 지난 지금은 많이 잠잠해지지 않았는가? 잊혀지는 순간 우리가 우려하는 미래가 다가올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오염수의 세슘과 스트론튬을 제거해오곤 했는데 이 설비가 과거에 여러 차례 고장이 났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지속적으로 숨겨왔고 8건이라던 고장 건수는 실제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더 커지면서 오염수 방류의 불확실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궁극적으로 초밥을 매개체로 나의 의구심을 표현하고자 했다. 미래 세대가 겪게 될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오염수 방류 종료를 목표로 하는 30년 후의 시점에서 작품을 제작했다.
총 아홉 가지의 초밥 디자인은 어떻게 착안하게 된 것인가?
오로지 인공지능의 상상력에 맡겼다. 최근 미드저니(Midjourney),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과 같은 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생성 툴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미지를 만들 때 똑같은 프롬포트를 작성해도 매번 예상치 못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 돌연변이의 특성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이유로 초밥의 형태를 직접 상상하여 모형을 만드는 것보다 예측불가한 인공지능의 시각을 빌려보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았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러한 접근 방법은 기존의 상상력과는 다른 시각을 제공해주었으며 예측할 수 없는 창의적인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었다.
‘Sushi from 2053’이 공개된 이후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
다행히 여러 매체를 통해 작품이 퍼져나가며 많은 대중에게 메시지가 전달되어 젊은 연령층도 오염수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을 몸소 느꼈다. 영국에 거주하면서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낮은 관심을 목격하며 나의 작업을 통해 오염수 방류 문제를 널리 알려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주변 지인들과 함께 더 나은 해결책에 대해 의논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오염수 방류를 대화의 주제로 하는 것 자체가 문제 해결의 기폭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오염수 방류의 불확실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며, 투명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문제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굴 껍데기 폐기 문제와 태국의 소라게 껍데기 부족 현상을 고심하며 바이오 소재를 제작하는 등 후쿠시마 오염수 외에도 환경에 관심이 크다. 최근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환경 문제가 있다면?
지난 7월 우루과이에서는 2천여 마리의 마젤란 펭귄이 집단 폐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환경단체는 불법 조업으로 인한 먹이 부족과 생태계 파괴를 지적했으나 현지 당국은 펭귄들의 집단 폐사가 이례적인 사건이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다. 사회가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서식지 보호와 생물다양성을 추구한다면 미래 세대에게 더욱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인간중심주의에 의한 활동으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를 가속하는 문제에 관심이 크다. 지금 당장은 동물들이 피해를 입지만 결국에는 인간이 감당해야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당신의 작업물을 통해 세상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일으키길 바라는가? 당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환경의 모습은?
나의 작업물들이 직접적인 해결책을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문제 의식과 공감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에 공감하며 지속해서 관심을 두기를 바란다. 이렇게 모이는 대중의 관심과 의식은 사회적 움직임으로 이어져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백세리
  • 사진/ ⓒ 팽민욱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