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아트러버 5인의 인생 리플릿
리플릿을 간직하는 행위는 어떤 의미일까?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회화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 작은 조각 모델을 만든 후 정물화와 풍경화로 담는다. 자연과 인공, 과거와 미래, 액체와 고체, 정지와 운동 등 이것과 저것 ‘사이’에 있는 장면을 그리며 작업 세계를 펼쳐나간다.
당신이 간직하고 있는 리플릿에 대해 소개해달라.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 칼 나브로(Karl Nawrot)가 디자인한 LIG아트홀 공연 포스터가 담긴 리플릿이다. 칼 나브로는 2014년 LIG문화재단 협력 아티스트들의 공연 포스터를 시리즈로 제작했는데, 학교 게시판에 새로운 공연 포스터가 붙을 때마다 그 앞에 서서 한참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포스터는 구하지 못해, 대신 LIG아트홀 재단에서 만든 포스터 이미지가 담긴 잡지 한 권과 리플릿을 챙겨두었다. 리플릿은 총 세 가지로, a5 크기 엽서 형태 2종, 1단 a4 사이즈 리플릿 1종이다.
왜 이 리플릿을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는가?
모아 놓은 리플릿을 뒤적거리다가 잡지 사이에 보관해둔 이 리플릿을 오랜만에 발견했다. 평소 전시나 공연에서 받은 대부분의 인쇄물을 바로 버리지 않고, 한동안 작업실에 보관해두는 편이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 더 보관할 것과 버릴 것을 분류하곤 하는데, 사실 이 리플릿은 고민의 대상이 된 적이 없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멋지다고 생각한다.
이 리플릿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하는 요소는?
2014 LIG아트홀 칼 나브로의 포스터 작업들을 다 좋아한다. 흰색과 검정, 각각 1개의 이미지와 텍스트로 구성된 간결한 레이아웃의 포스터이다. 매우 회화적인 동시에 건축적인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각각의 이미지에는 각기 다른 공간과 움직임이 담겨있다. 조각, 사진, 드로잉 등을 디자인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칼 나브로 작업의 특징이다. 드로잉과 모델링을 그림의 도구로 활용하는 나의 작업 과정과 칼 나브로의 작업 과정은 닮아있다. 그의 미학을 더욱 이해하기 위해 같은 시기에 발간된 재단 계간지, 그리고 디자이너 칼 나브로의 책을 구매했다.
주로 어떤 리플릿을 수집하는가?
대부분 미술관, 갤러리 등에서 만든 전시 관련 리플릿이다. 글과 도면이 담긴 종이가 제일 많다. 기억하고 싶은 전시의 인쇄물은 시기별로 정리해 파일에 넣고, 디자인이 흥미로운 인쇄물은 따로 모은다. 그 외에도 어린이, 청소년을 위해 제작된 미술관 워크북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
디지털 세상 속에서 당신에게 리플릿이란?
쌓여있는 종이를 정리할 때마다 환경을 생각하며 반성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여전히 무게와 질감을 가진, 손에 잡을 수 있는 것들을 선호한다. 더 잘 기억하고 경험하기 위해서 눈으로 보고 읽는 것 외에도 들고, 보고, 펼치고, 접는 물리적인 경험이 계속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

한남동에 있는 갤러리 파운드리 서울의 홍보 담당이다. 음악, 영화, 미술작품 등 창조하는 사람들의 작업 비하인드 스토리를 궁금해하며 찾아보거나 상상하곤 한다.
당신이 소유한 리플릿에 대해 소개해달라.
2021년 한남동에 개관한 파운드리 서울의 전시공간 바이파운드리 개관전 ≪REPEAT≫의 리플릿이다. 디자인 듀오이자 패션 레이블 이름인 ‘강혁’의 두 디자이너 최강혁, 손상락이 아티스트로서 첫걸음을 시작한 전시이며 강문식 디자이너가 그래픽 디자인을 맡았다.
이 리플릿을 버리지 않고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이유는?
한남동이 아트 디스트릭트로 급부상하기 시작하던 2021년, 구찌가옥 건물에 파운드리 서울이 새로 개관했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하게 되었을 때 신진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방향성과 공간의 구석구석까지 신경 쓴 듯한 디테일이 신선했다. 더불어 최강혁, 손상락 두 작가가 산업재료의 심미성을 탐구하며 자유롭게 작업에 구현해낸 모습이 좋았다. 전시를 관람한 이후 갤러리도, 작가도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졌기에 꼭 소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정말 신기하게 우연한 기회로 파운드리 서울에 근무하게 되어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이 리플릿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
전시된 작업과 맥락을 같이하는 리플릿의 커버 디자인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공장에서 찍어내 대량생산된 산업재료처럼 계속해서 반복되는 작가 이름과 전시 제목들, 두 작가의 작업에 사용된 색상인 빨간색, 파란색 실이 리플릿을 제본하는 데 사용된 것이 특히 그랬다. 도트 패턴 모양의 형압을 줘서 패턴처럼 올록볼록한 커버의 표면도 흥미로웠다. 해당 전시가 소개된 공간인 바이파운드리는 신진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업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바닥을 제외한 삼면이 화이트 큐브가 아닌 철공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러한 전시 공간이 떠오르기도 했다.
리플릿을 보관하는 장소는?
사진첩을 열어보듯 전시를 회상하며 전시를 보러 간 즈음의 추억과 사건들도 함께 떠올리곤 하는데,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장에 꽂힌 사진첩 옆에 보관하게 되었다. 요즘은 사진을 잘 인화하지 않고 또 전시를 보러 가도 전시 관련 텍스트들을 QR코드로 한 번에 볼 수 있게 준비해둔다. 너무 많은 자료와 정보를 지나치다 보니 실물의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잊어버리게 된다. 지금 이 순간도 놓쳐버린 소중한 기억들이 분명히 생기고 있을 텐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기억하고 싶을 때는 실물의 형태로 보관하게 된다.
디지털 세상 속에서 당신에게 리플릿이란?
기억하고 싶은 좋은 전시들을 잊지 않게 해주는 고마운 기록. 특정 시기에 애용하던 향수를 뿌리면 그 당시의 추억이 떠오르듯이 내겐 리플릿이 그런 기록이다.

현재 (재)송은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비영리 문화공간 송은에서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시야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배우는 일에 매력을 느낀다.
당신이 간직하고 있는 리플릿에 대해 소개해달라.
2018년 1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안토니 타피에스 미술관과 한네프켄 재단이 스페인에서 선보인 에르칸 오즈겐(Erkan Ozgen)의 개인전 리플릿이다. 지난 2020 부산비엔날레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작가인데, 스페인에서의 첫 개인전이었던 «Giving Voices» 전시는 총 4개의 영상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작품은 전쟁, 폭력, 트라우마와 같은 주제를 정치적인 경계 너머 개개인의 사적인 영역에서까지 다루며, 직접적이고 원색적인 전쟁과 폭력의 이미지 없이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왜 이 리플릿이 소중한가?
솔직히 말하자면 전시를 보러 가지는 못했다. 간직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자면 어떤 경로로 해당 리플릿을 얻게 되었는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현재 송은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기관과 출판사 그리고 매체의 서적을 마주한다. 그러한 출판물은 모든 직원이 돌려본 후에 송은 수장고/아카이브(archive)로 들어가게 되는데, 가끔 중복되는 서적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것들은 마음에 들면 직원들이 가져갈 수 있다. 그런 와중에 2019년에 한네프켄 재단에서 주최한 에르칸 오즈겐의 전시 리플릿을 알게 되었고, 처음으로 아카이브 파일 더미에서 빼내와 자리로 돌아온 기억이 있다. 평소 좋아하는 푸른 계열의 색감과 펼쳐서 보는 리플릿의 방식, 그리고 다 펼쳤을 때 나오는 작품의 이미지를 보고 나니 절로 리플릿을 손에 쥐게 되었다. 자리에 앉아 다시 열어보니 그저 예쁘고 아기자기한 전시의 아카이브가 아님을 알아챌 수 있었다. 요소들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내며 가보지 않았지만 이렇게 얻게 된 이 전시의 리플릿이 내 인생 리플릿이라고 단번에 직감했다.
이 리플릿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미디어/비디오 아트 분야의 작가를 지원하는 비영리 재단이라는 것도, 예술이 지닌 본연의 가치를 사랑하고 인정하며 영리를 취하지 않아서 좋았다. 이런 재단에서 제작한 리플릿은 누구나 마음이 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평소 리플릿을 모으는 기준은 무엇인가?
주로 전시가 흥미로웠을 때에 집으로 돌아가 기획 의도에 대해서 시간을 갖고 읽고 싶어서 가져오게 된다. 가끔 출품작을 다 못 보거나 현장에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가 있으면, 편안한 장소에서 다시 한 번 내포하고 있는 개념을 체화하려고 노력한다.
디지털 세상 속에서 당신에게 리플릿이란?
종이에 과감하고 편하게 밑줄을 그어가며 오래 간직하고 싶은 문장, 맘에 드는 내용을 곱씹을 수 있으니까.

서울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 지역과 커뮤니티에 대한 다큐멘터리 작업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2020년 사진집 <Sikkim>을 출간하였다. 매거진과 아티스트, 다수의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두 번째 사진집을 준비 중이다.
당신이 소유한 리플릿에 대해 소개해달라.
2021년 파리 포토 (Paris Photo) 리플릿들이다. 파리 포토 페어는 총 나흘 동안 진행되는데,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무척이나 많다. 한편에서는 사진 도서전을, 다른 한편에서는 갤러리 페어를, 또 다른 곳에서는 아티스트 토크를 선보인다. 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서 ‘오프 프린트’와 같이 연계된 행사들도 진행한다. 당시 파리 포토는 에펠탑 앞 큰 건물에서 주최했고, 오프프린트는 작은 도서전 느낌으로 야외에서 선보였다. 곳곳에서 리플릿을 갖고 왔다.
왜 이 리플릿을 각별하게 생각하는가?
주로 사진전과 관련된 리플릿을 소유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 리플릿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사진 페어를 경험한 적이 많이 없는데, 2021년 두 달 정도 유럽에 출장이 있었을 때와 일정이 겹쳐 파리 포토 페어를 방문할 수 있었고 많은 동기부여가 되었다. 사진 출판사들의 북페어와 전시, 아티스트 토크 등 여러 프로그램이 열리는 와중 업계 사람들과 사진작가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운이 좋게도 지인을 통해 페어에 참여했던 사람들과 뒤풀이도 같이 하는 등 그 당시 나에게는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되었다. 그때의 추억들이 소중하여 아직까지 리플릿을 보관하고 있다.
이 리플릿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오프프린트’ 리플릿의 지도. 이 리플릿을 가이드 삼아 부스를 찾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평소 리플릿의 어떤 점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가?
작업 설명에 대한 요소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사진집 같은 경우에는 설명이 하나도 없고 완전히 이미지 중심 아닌가. 그러다 보니까 내용을 조금 더 알고 싶을 때가 많다. 리플릿에는 자세하게 관련 내용을 써주는 게 좋더라. 파리 포토가 끝나면, 페어에 참석한 작가들의 순회 전시를 선보인다. 파리 포토 어워드에 수상한 책들이 그대로 한국에 들어와 전시를 여는 형식이다. 보통 작품마다 조그만 책갈피 형식으로 작품 설명을 적어두는 리플릿 같은 게 있는데 가끔 꺼내서 보기도 한다. 결국, 텍스트가 중요한 것 같다.
디지털 세상 속에서 당신에게 리플릿이란?
주변에 연도별로 리플릿을 모으는 지인도 있는데 그가 모으는 것과는 개념이 조금 다를 것 같다. 나는 소중한 추억이 담긴, 개인적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리플릿만 간직한다. 파리 포토 리플릿 같은 경우는 일종의 초심 간직용이랄까.

<하퍼스 바자>의 피처 디렉터. 일 년에 두 번 <바자 아트>를 만든다.
당신이 간직한 리플릿에 대해 소개해달라.
얼마 전, 아트 바젤 취재차 스위스 바젤에 갔다가 쿤스트뮤지엄 바젤에서 열린 지나 폴리(Gina Folly)의 사진전 ≪Auto Focus≫를 관람했다. 작가는 은퇴한 노인들로 구성된 소규모 서비스 업체 ‘콰지 투토(Quasi Tutto)’의 회원들을 팔로하며 그들이 정원을 관리하고 오래된 가전제품을 수리하고 어린이들의 등하교를 돕는 모습을 아날로그 카메라로 포착했다. 사진에 스민 작가의 시선이 워낙 따스하고 유머러스해서 ‘일의 기쁨’을 새삼 상기했달까. 충만한 마음으로 전시장을 나서다가 종이 박스에 무심하게 담겨있는 리플릿 더미 중에 하나를 덥석 집어왔다. 흡사 리플릿의 디스플레이조차 작품의 연장선같이 느껴져서 슬쩍 웃음이 나더라.
버리지 않고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이유는?
일의 기쁨과 슬픔, 일상의 소중함, 삶이 계속된다는 것. 요즘 내 머릿속에 맴도는 세 가지 명제에 긍정적인 기운을 더하는 전시라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원고를 쓰다가 힘을 내고 싶을 때 보고 싶어서 서재방 책장 한쪽에 꽂아놓았다.
이 리플릿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요소는 무엇인가?
장식적 요소 없이 작품 사진과 간단한 캡션으로만 이루어진 점과 병풍처럼 쫙 펼치면 미니 전시장을 연출할 수 있는 점.
평소 리플릿을 모으는 기준은 무엇인가?
좀 더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낀 전시의 리플릿은 일단 챙겨 온 다음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정독한다.
디지털 세상 속에서 당신에게 리플릿이란?
수집 본능.
백세리는 프리랜스 에디터다. 10년 동안 수집한 리플릿 중에서 ‘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 구절이 표지를 장식한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리플릿을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
Credit
- 글/ 백세리
- 사진/ 이현석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Celeb's BIG News
#스트레이 키즈, #BTS, #엔믹스, #블랙핑크, #에스파, #세븐틴, #올데이 프로젝트, #지 프룩 파닛
이 기사도 흥미로우실 거예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하퍼스 바자의 최신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