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즌 동안 지속된 데님의 존재감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다가올 가을의 새로운 스타일링은 데님에 데님 더하기. 표백하고 해체된 와이/프로젝트의 전위적인 ‘청청 패션’, 카우보이 룩이 연상되는 스텔라 매카트니의 패치워크 데님 수트 그리고 발목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거대한 라운드 데님 팬츠가 돋보이는 알라이아의 데님 룩(사진)을 보라. 우아한 애티튜드는 덤이다.
지난해에 이어 포근하고 풍성한 퍼 액세서리가 존재감을 발휘한다. 머리에 쓰고, 손에 들고, 발에 신고. 이번 시즌 퍼 아이템들은 소재가 주는 독특한 매력 외에도 비비드한 컬러가 포인트 스타일링으로 제격이다. 구찌는 오렌지 미니 백을, 헤론 프레스톤은 그린 백과 힐을 선보였다. 데이비드 코마는 퍼플 시어링이 따뜻해 보이는 빅 백을 허리에 감싸 들었고, MSGM과 버버리는 풍성해서 투박한 느낌마저 드는 모자를 각각 그린·레드, 퍼플 등으로 구현해 발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반짝이는 스팽글, 눈부신 새틴, 빛을 품은 크리스털, 매끈한 금속 등 메가 트렌드로 급부상한 메탈릭 소재. 미래지향적으로 표현했던 이전 시즌과는 달리 2023 F/W 시즌은 보다 우아하다. 파티에서 즐길 법한 파코 라반의 화려한 드레스부터 정교한 테일러링이 느껴지는 드리스 반 노튼의 재킷, 리얼웨이에서도 소화 가능한 구찌의 스커트까지. 올가을, 옷장 속에 실버와 골드 컬러의 메탈릭 피스를 구비할 때다.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접근과 해석을 통해 가죽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소재의 독특한 질감 표현을 위해 플라워 자수 장식과 섬세한 가죽 패드 디테일을 더한 샤넬과 루이 비통, 면과 울, 데님처럼 보이는 눈속임(트롱프뢰유, Trompe-l’œil) 효과가 인상적인 보테가 베네타의 가죽 피스 등. 여기에 드레이핑으로 몸을 타고 흐르는 가죽 재킷과 팬츠를 선보인 앤 드뮐미스터와 어깨 아래로 부드럽게 떨어지는 가죽 와이드 스톨(Stole)을 연출한 생 로랑 컬렉션의 압도적인 스타일링도 주목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