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 모티프는 매 시즌 등장하는 단골손님이지만 이번 시즌은 보다 정교한 장식이 더해져 생동감 넘치는 피스로 전개된 것이 특징이다. 하우스의 영원한 코드이자 영감의 원천인 까멜리아를 모티프로 한 샤넬부터 들판에서 막 꺾어온 듯한 플라워 아플리케 드레스를 선보인 미우미우, 마치 예술작품 같은 쿠튀르적인 피스를 선보인 누아 케이 니노미야, 말린 장미 꽃잎을 뿌리고 장미수를 흩뿌리는 퍼포먼스와 함께 사랑스러운 룩으로 관중을 사로잡은 수잔팡까지. 그야말로 매혹적인 꽃향기로 가득했다.
이번 시즌 런웨이에는 지난겨울 세상을 떠난 펑크의 여왕이자 전설적인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향한 경의와 찬사가 가득했다. 파리의 호텔 드 라 마린에서 열린 비비안 웨스트우드 컬렉션은 그의 남편이자 동료 안드레아스 크론탈러가 진두지휘했는데 코르셋, 타탄체크, 펑키 룩 등 아이코닉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버버리에서의 첫 컬렉션을 선보인 다니엘 리 역시 영국적 감성을 바탕으로 모던하게 변형시킨 체크 패턴을 선보였으며, 생 로랑의 우아한 타탄체크, 디올의 화관 드레스와 풀 스커트에 얹혀진 체크, 마르니의 그래픽 체크까지 2023 F/W 시즌은 체크 패턴으로 휘감길 듯하다.
아무리 평범한 아이템이라도 단숨에 정교하게 잘 만든 쿠튀르로 탈바꿈시키는 페더 디테일. 이번 시즌엔 기존과 사뭇 다른 방식으로 런웨이를 지배했다. 가장 눈에 띄는 주인공은 앤 드뮐미스터 컬렉션. 큼지막한 깃털 하나로 가슴의 주요 부위를 가려 미니멀한 관능 룩을 완성했다. 빅토리아 베컴은 하나의 깃털이 재킷 칼라를 감싸는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였고, 발렌티노와 모스키노, 리처드 퀸은 줄기가 긴 깃털을 성글하게 배치해 드라마틱한 율동감을 선사했다.
“빨간색 옷을 입은 여성은 언제나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발렌티노 가라바니.
2023 F/W의 키 컬러를 꼽으라면 단연 레드다. 시선을 사로잡는 올 레드 룩부터 가방, 슈즈는 물론 액세서리까지 런웨이는 온통 빨갛게 물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크, 페이턴트, 샤, 레이스 등 소재에 따라 색다르게 변모하는 레드의 농밀한 자태에 빠져보시라.
영원불멸의 클래식 블랙 앤 화이트는 여전히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샤넬은 런웨이에 등장한 66개의 룩 중 3분의 1 이상에 블랙과 화이트를 활용했으며, 디올은 다양한 실루엣에 하운드투스 패턴을 입힌 룩과 액세서리로 세련된 레이디라이크 룩을 완성했다. 그 외에도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유쾌하고 전위적인 쇼를 선보인 니나 리치와 정제된 컬러의 힘을 보여준 클로에 등이 블랙 앤 화이트의 다채로운 변주를 선보였다. 클래식은 언제나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