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즌, 디자이너들은 지극히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후디드, 레깅스, 화이트 탱크톱과 진 등 일상성이 녹아든 실용적인 룩들이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물론 패션이 그저 현실을 비추는 거울에 안주할 리 없다. 1980년대를 추억하는 파워풀한 실루엣은 자연스레 강인한 여성의 이미지를 그려냈다.
넉넉한 수납력을 자랑하는 빅 백이 바야흐로 메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패션계 트렌드가 보다 실용적인 방향으로 회귀한다는 것이 증명됐다. 구찌, 디젤, 버버리, 앤 드뮐미스터, 발렌시아가는 랩톱도 충분히 넣을 수 있을 만한 사이즈의 숄더백을 선보였으며, 질 샌더, 레오나드, 로에베는 한 팔로 다 감싸기 힘들 정도로 큰 토트백을 무대에 올렸다. 토트백을 손잡이로 드는 것이 아닌, 품에 안는 착용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시즌, 클러치 백이 대세다. 페라가모나 질 샌더, 스텔라 매카트니에서 선보인 것처럼 커다랗고 유연한 형태의 빅 사이즈 클러치 백은 품에 쏙 안긴다. 또한 미우미우의 스트랩이 달린 스퀘어 백, 발렌티노의 핸들 백 등 어떤 가방도 겨드랑이 사이에 끼어 드는 것이 핵심! 마치 클러치 백처럼 말이다.
2000년대 잇 걸들의 필수 아이템이자 세기말 감성이 담긴 슬라우치 백이 다시 돌아왔다. 다채로운 사이즈와 컬러, 소재로 모던하게 변모한 채 크림 컬러의 위빙 가죽이 섬세한 보테가 베네타부터 그래픽이 더해진 마린 세르의 유니섹스 백, 실용적인 모왈롤라의 거대한 숄더백까지. 새로운 시즌, 더욱 유연해진 슬라우치 백의 매력에 빠져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