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신록이 착용한 원피스는 Boyarovskaya by Adekuver. 이어커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이성민이 착용한 재킷, 베스트는 John Varvatos. 셔츠는 Dolce & Gabbana. 팬츠는 Ferragamo. 넥타이는 Brioni. 이학주가 착용한 재킷은 Stu. 베스트는 Ader Error. 셔츠는 Berluti. 팬츠는 Occ. 슈즈는 Balenciaga. 타이는 스타일리스트소장품. 경수진이 착용한 원피스, 재킷은 Alexander McQueen. 귀고리는 Trencadism. 이어커프는 Karot. 반지는 Invisible-Collage.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정진영이 착용한 재킷은 Songzio. 팬츠는 Juan. 목걸이는 1017-alyx-9sm.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는 Dolce & Gabbana.
이성민 한 달 뒤면 〈형사록 시즌 2〉가 공개된다. 주연으로 연기한 작품 중에서도 시리즈 연작은 각별할 것 같은데, 어떤 기분인가?
사실 시즌 1을 보며 만족스러웠기에 부담이 가는 면도 있다. 시즌 2는 형식과 장르적인 측면에서 좀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 내내 추리가 필요한, 시청자가 범인을 계속해서 의심하는 이야기가 시즌 1이었다면 시즌 2는 좀 더 첩보물에 가까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을 미리 보았는데, 시즌 2 속 택록의 감정이 훨씬 절제되어 있더라.
잘 나왔던가?(웃음) 상대해야 할 악이 한 명이 아니라 거대한 세력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택록의 속내를 알 수 없도록 절제했다. 치밀하고, 은밀하게. 소리 없이 접근하는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
가제가 ‘늙은 형사’였다고 들었다. 홀로 수사하는 나이 든 형사의 쓸쓸함이 극대화되어 보인달까.
택록은 누구도 믿지 않는 인물이다. 시즌 1에서 워낙 뒤통수를 세게 맞아서 더욱이.(웃음) 〈형사록〉은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정년을 앞둔 나이의 형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내게 특별하다. 내 나이를 대입하기도 좋지만,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되돌아보며 해결하는 택록의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김택록은 동료를 잃고 가족을 위협에 빠뜨렸다는 트라우마로 괴로워한다. 그럼에도 금오시를 지배하는 악을 쫓기 위해 계속해서 맞서는 인물이다. 정의감도, 복수도 아닌데 택록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죄책감이다. “하늘에 한 점 부끄러움 없기를” 같은 시구절이 딱 맞을 만큼 김택록은 병적으로 죄책감을 느끼는 인물이다. 이 이야기의 매력적인 점은 그런 인물이 과거에 종결됐던 수사를 다시 끄집어내 제자리로 돌려놓는다는 거다. 택록의 과거에서 스쳐 지나간 일들을 이번 시즌에서 새롭게 상기시켜주는 인물이 정진영 선배가 맡은 도형 역이다. 20년 전으로 돌아가 그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찾아내는지가 두고볼 점이다.
“누구나 자기 발등 찧고 사는 법”이라는 극 중 대사처럼 자신이 살아온 무게를 김택록만큼 감내하는 인물이 또 있을까. 배우로서 이성민 또한 택록과 닮은 점이 있나?
어떤 실수를 하면 밤새 고민을 하는 편이다. 가끔 내가 어떻게 배우로 살고 있는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기도 하고. 얼마 전 시상식에서 “되돌아보면 한 명도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그 말은 진짜다. 만남, 이별 같은 것들이 미세하게 영향을 미쳐 지금의 내가 되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인간 이성민에게도 도형처럼 과거를 상기시켜주는 인물이 있나?
예전에는 선배들과 몇 시간씩 그런 주제로 얘길 하고도 남았는데. (웃음) 나이가 들면서 외로워지는 게, 허심탄회하게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머리가 굵어진다는 거겠지.
최근 BTS 슈가와의 유튜브 인터뷰에서 “연기라는 불확실한 게임을 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재미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연기를 즐길 수 있던 동력은 무엇인가?
배우라는 일 자체가 즐기지 않으면 견디기가 어려우니까. 유명해지든 아니든 초심을 잘 유지하려는 게 긴 세월 버텨온 나만의 비결 같다. 지금도 무명 시절 때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이 일을, 현장을 좋아한다. 최선을 다하기 위해 지치지 않으려 했다.
시즌 2를 본 시청자들에게 바라는 반응이 있나?
시즌 1을 본 지인들이 자기는 “범인이 누군지 처음부터 알았다” 그러더라. 다들 우리 작품에 호기심이 많았다는 방증이었던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시즌 2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더 의심해봐라.
김신록이 착용한 톱, 재킷, 팬츠는 모두 Eenk. 이어커프는 Soorium. 정진영이 착용한 셔츠는 Berluti. 팬츠는 Juan. 재킷,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톱, 코트, 스커트는 모두 Bottega Veneta.
김신록 시즌 2에 새롭게 합류하게 됐다. 금오경찰서 여성청소년계 팀장 연주현 역을 맡았다. 시나리오에 대한 첫 인상이 어땠나?
업계에서 작품에 대한 반응이 좋았던 터라 관심이 갔다. 주현은 나이는 어리지만 택록보다 직급이 높고 상호 견제하는 역할이다. 이성민 선배님과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부녀 사이로 만났을 때와는 또 다른 합을 맞췄다. 연기라는 게 배우라는 자연인들의 에너지가 만나기도 하지만 극 중 인물에게 주어진 구체적 서사나 정보가 부딪히는 것이기도 하니까. 굉장히 새로웠다.
넷플릭스 〈지옥〉의 박정자,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화영 역처럼 그간 결핍이나 욕망이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연주현은 어떤 인물인가?
금오서에 새로 부임한 팀장이자 원리원칙주의자다. 대본에는 속을 알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캐릭터라 언급되기도 했다. 처음 4회차까지의 시나리오를 먼저 받았는데 주현이 지닌 비밀을 무척 궁금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시즌 1도 그렇지만 시즌 2 역시 시나리오가 스릴과 미스터리를 가지고 빠르게 추동한다. 재밌게 읽혔다. 인물을 해석할 때 이야기가 어떻게 풀리든 내 안에서 주현에 대한 정당성이 만들어져야 하니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자 했다. 현실에서도 그렇지 않나? 세상만사 천태만상.(웃음)
연주현의 꼿꼿해 보이는 모습이 김신록의 반듯함과 겹쳐 보이더라. 연주현과 닮은 점이 있나?
정반대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는 모르지만 스스로는 비밀이 없고 투명한 스타일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인물이 가진 앞뒤 낙차가 크게 설계된 부분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어렵기도 했고.
새 다이어리에 그 해 바람, 소망을 적는다고 들었는데, 올해는 무얼 적었나? 한 해의 반이 지난 지금 얼마나 이루었나?
사적인 것들은 비밀에 부치겠다.(웃음) 음, ‘너그러운 사람이 되자’라고 적었는데 완전 실패다.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 기준도 많이 생기고 좋고 싫음도 명확해진다. 취향까지 선명해지니까 너그러워지기가 진짜 힘들다. 이런 목표를 세운 것 자체가 점점 기준이 많아진 나를 발견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와 싸우기가 가장 쉽지 않다.
그런 자신을 자각하는 순간 변화하고 있는 것 아닐까? 최근 배우로서 김신록에게 변화를 일으킨 사건은 무엇인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하반기엔 진짜 열심히 노력해보고 싶다. 지난 몇 달간 공연을 많이 봤는데 팬데믹 이후 주제나 방식이 참 다양해졌다는 걸 느꼈다. 세계가 한번 뒤집어지는 시간 동안 무대의 막이 열리지 못하면서 배우, 연출가들도 ‘예술이란 무얼까?’ ‘연극은?’ ‘연기는 뭐지?’와 같은 본질적 질문을 많이 던진 듯했다. 그 결과물들과 마주하니 연기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막 솟구쳤다. 굉장한 자극이었다.
매체, 장르 불문이다.(웃음) 다만 최근에 다음 작품 준비 때문에 액션 스쿨에 다니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몸을 액티브하게 사용하는 장르에 도전하니 정말 좋다는 생각을 했다.
청포도 사탕을 챙겨 다니며 힘들 때 꺼내 먹는다고 들었는데 섭취량이 늘었겠다.(웃음)
최근에 주위에서 청포도 사탕을 너무 많이 선물해주셨다. 그만큼 열심히 살라는 뜻이겠지. 주력 사탕을 당 함량이 적은 것으로 바꾸긴 했는데, 그래도 주신 마음만큼 뭐든 잘해내고 싶다.
세트업은 Bottega Veneta. 목걸이는 Saint Laurent. 시계는 Longines. 이너,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학주 선배들과의 화보 촬영이 긴장되었을 법한데, 어땠나?
선배님들과 촬영하는 건 처음이라 부푼 기대를 안고 촬영장에 왔다. 전날 점심을 먹은 게 체해서 끼니를 계속 걸렀는데, 본의 아니게 화보를 더 열심히 준비한 격이 되었다.(웃음)
필모그래피를 보니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배역과 비중을 가리지 않고 50편 이상 출연한 다작 배우더라. 그간 참여한 촬영 현장과 〈형사록〉 현장의 차이점이 있었나?
선배님들의 연기를 넋 놓고 볼 때가 자주 있었다. 고수와 고수의 에너지가 충돌하는 연기를 보고 있으면 무아지경에 이른다. 그게 후배로서 큰 자극과 동력이 되었다. ‘더 좋은 신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가진 기량 이상을 해내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래서 더 긴장되는 현장이기도 했고.
그만큼 신입형사 손경찬에 대한 애착도 클 듯하다.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경찬의 모습을 꼽아본다면?
경찬은 롤모델인 택록과 함께하기 위해 금오경찰서까지 자진해서온 인물이다. 시즌 1의 경찬은 큰 사건사고를 겪으면서도 진실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궁금했던 것 같다. 시즌 2에 이르러서는 사람을 믿지 못하고 시니컬한 성정의 캐릭터로 변모한다. 의심도 많아지고. 주위에 일어나는 일들이 이해되지 않으니까 ‘저 사람은 지금 왜 저러는 거지?’라며 짜증이 솟구치는 거지. 경찬이라는 캐릭터를 큰 틀에서 파악하려 하기보다 그때의 감정에 몰입하는 데 집중했다. 경찬의 어떤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선하게 또 누군가에게는 악하게 보일 수 있는 거니까, 개인적인 가치 판단은 최대한 배제했다.
과거 인터뷰에서 “막연히 방송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수능 점수 맞춰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고 밝혔다. 이 세계 속 무엇이 이학주를 계속 배우로 살아가게 하나?
단순하다. 좋은 작품을 많이 찍어보고 싶다는 열망. 재밌는 작품들을 볼 때면 ‘나도 이런 작품을 최대한 많이 찍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런 열망이 자꾸 이 길 위에 나를 세운다. 종종 “악한 역할 위주로 주목받아서 걱정되지 않냐?”는 질문도 받는데 배우로서 대중에게 조금이라도 각인될 수 있다면 그 어떤 역할이든 상관없이 감사하다.
그럼에도 힘든 순간이 있었으리라 짐작한다. 이따금 막막한 상황에서 이학주를 붙드는 힘은 무엇인가?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내 안에 단단한 뿌리처럼 자리한다. 그들이 나를 올곧게 세우는 듯하다. 쉴 때는 주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편인데 반려견 모카를 데리고 공원으로 산책을 간다. 무엇보다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경수진이 착용한 셔츠는 Moont. 베스트는 Juun.j. 귀고리는 Off-WhiteTM. 반지는 Ilyand.이성민이 착용한 코트, 셔츠, 팬츠, 넥타이는 모두 Ferragamo.이학주가 착용한 스카프는 Chanel. 시계는 Romanson. 반지는 Chrome Hearts, Hyend.팬츠, 스커트, 셔츠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원피스는 Loewe. 재킷은 Wooyoungmi. 귀고리, 반지는 Trencadism.
경수진 작품이 끝나고 어떻게 지냈나? 예능 〈나 혼자 산다〉 속 경반장의 모습처럼 동네와 집의 안녕을 먼저 묻고 싶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이성민 선배님 따라 취미로 골프를 시작했거든. 서로를 감독님, 경프로라 부르며 종종 필드도 함께 나간다. 물론 선배님은 구력이 있는 분이라 매번 배우러 간다. 골프랑 연기랑 굉장히 닮은 부분도 있고. 한 샷, 한 샷에 엄청난 집중을 요한다. 손, 머리, 다리의 위치나 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오늘 화보 촬영장 역시 무척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형사록〉 촬영장은 어땠나?
성민 선배님께서 항상 현장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도맡으셨다. 후배들에게 “밥은 먹었냐” 물으시며 먼저 다가오셨다. 감사할 뿐이다. 극의 분위기와 달리 현장은 행복했던 기억밖에 없다.
시즌 1부터 택록의 든든한 후배, 형사 이성아 역을 맡았다. 캐릭터를 해석할 때 특별히 준비한 점은 무엇인가?
성아는 내면이 깊고 사연도 있는 친구니까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형사는 선과 악을 넘나들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사람이니 어느 누구에게도 빈틈을 보이고 싶지 않은, 날 선 방어기제가 있었으리라 생각했다. 더 강단 있게 보이려 노력했다. 또 택록은 결코 쉬운 선배가 아니다. 외길을 가는 선배 옆에서 성아도 감정이나 생각을 감추는 게 몸에 배지 않았을까.
같은 캐릭터일지라도 시즌에 따라 다르게 표현하고 싶은 지점을 꼽아본다면?
시즌 1에서는 성아가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로 인해 어떤 성정의 어른이 되었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이번엔 성아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리는 데 주력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 꼭 〈형사록 시즌 2〉를 통해 확인해주길 바란다.
지난 몇 년간 〈트레인〉 속 검사 한서경, 〈마우스〉의 PD 최홍주 역까지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물의 주연으로 연기해왔다. 비슷한 장르를 선택하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작품을 선택할 때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매력으로 다가갈 지를 먼저 살핀다. 비슷한 장르일지라도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히스토리가 달랐고 또 상대 배우와 만들어낼 조화도 분명 다른 지점이 있으리라 판단했다. 〈형사록〉은 택록을 위해 조력하는 모습이 좋았다.
성격이 활발해 보여서 밝은 분위기의 작품도 잘 어울릴 것 같다.
내가 좀 사랑스러운 구석이 좀 있다.(웃음) 요즘은 배우로서 정형화된 모습이 아닌 날것 그대로의 나를 꾸밈없이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커진다. 독립영화, 단편영화라도 뭐든 좋다.
배우는 기다림을 즐기는 법을 누구보다 잘 터득해야 할 것 같다. 촬영 기간보다 쉴 때 더 바쁘지 않나?
운동이나 공부,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는 건 모든 배우가 비슷할 듯싶다. 다만 나는 내 행동이나 감정을 속이지 않으려 애쓴다. 스스로에게 어떠한 거짓말도 용납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땐 그것을 충분히 곱씹어 받아들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래야만 궁극에 긍정적인 감정과 나 자신만의 생각으로 승화가 가능하다. 어떤 일이든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작품도, 연기도, 취미도. 매 순간 깊이 빠져들어 단단하게 무르익으면 좋겠다.
재킷은 Tonywack. 이너는 HmXmugler. 목걸이는 1017-alyx-9sm.
정진영 카메라 앞에서 무척 자유분방하더라. 맨 처음에 어떤 무드로 찍을지를 묻고, 그 뒤론 자연스럽게 툭툭.
피사체가 되는 일이 사실 연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생각한다. 어떤 역할을 맡아 몰입하는 거니까. 스태프들 중 한 분이 젊은 배우들도 힘든 일인데 어떻게 그렇게 편안해 보이냐고 묻더라. 잘하려고 해서 어려운 일인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버리고 흐름대로 찍었다.
<형사록 시즌 2〉에서 최도형 역으로 새롭게 합류하게 됐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어떤 인상을 받았나?
시청자들과 게임을 하는 방식의 극. 제작진이 인물의 구성과 전개를 다중적으로 볼 수 있게 배치했다고 느꼈다. 모든 것이 의심스러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이 재미있었다. 하나의 용광로 안에서 모두의 욕망이 다 끓으며 녹는 그런 이야기다.
도형은 젊은 시절 택록과 함께 형사 시절을 보냈던 인물이자, 고향인 금오시에서 새로운 복지 재단을 운영하는 인물이다. 쉽사리 선한 캐릭터인지 악인인지 구분이 안 되더라.
앞서 말했듯 도형 역시 한 면으로 생각하면 안 되는 인물이다. 늙은 형사 택록과 아픔과 애환을 공유하는 사람이다. 택록이 힘들 때 대화를 나누고, 그의 현재가 슬기로운지, 어리석은지를 이야기 해주는 역할이다.
“다 내 탓이야 하는 버릇 못 고쳤냐, 가뿐하게 살자.” 도형은 택록에게 말한다. 은퇴 이후 과거를 털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 도형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인가?
우리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때 결국은 자기 자신에게 조언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내면의 소리이지 않았을까.
인간 정진영 역시 도형처럼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편인가?
후회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성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이미 벌어진 일을 통해 교훈을 얻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다.
몇 해 전 처음 연출한 영화 〈사라진 시간〉에서도 형사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다루었다. 당시 탐구하던 캐릭터의 모습과 〈형사록〉 속 인물들이 겹쳐 보이는 순간이 있었나?
영화를 보셨는지? 내 영화를 잘 봤다는 말이 제일 듣기 좋다.(웃음) 형사라는 직업은 생과 사를 오가며 평범한 사람이 겪을 수 없는 상황에 끊임없이 놓인다. 그 자체가 극적이다. 사람들이 낯선 이야기를 보고자 하는 심리를 자극하지 않나. 다만 연출을 하며, 나는 좀 이상한, 모두가 아닌 누군가를 만족시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10대의 어느 무렵, 눈이 오던 날 첫 연극 공연을 했고 예술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한 적 있다. 배우, 그리고 연출가로서 지금 정진영이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
경력이 쌓이면서 스스로 안전한 상황에서 배우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다. 비유하자면, 나는 농부의 마음으로 연기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봄이 되면 씨를 뿌리듯 자연스럽게 배우로 살아왔다. 그러나 연출 작업은 두려움 속에서 시작하는 사냥꾼의 일처럼 느껴진다. 맹수를 사냥하기 전, 많은 결심과 두려움이 뒤따른다. 영화를 만들며 평가를 받는 순간도 괴롭고, 임하는 순간도 힘들고. 불안을 감내하는, 예술을 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죽기 전에 영화 한 편 정도 더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매일 시나리오를 쓴다. 끝내 한 편 더 만들고 죽을 수도 있지만. 농부와 사냥꾼 사이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잘 조정하는 것이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