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되고 싶은 ‘나’도, 사랑받고 싶은 마음도 많은 나이. 7월 개봉을 앞둔 영화 〈비밀의 언덕〉은 열두 살 소녀 명은의 예민하고 섬세한 감정을 다룬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가 가훈인 지극히 현실적인 가족. 시장의 젓갈가게에서 일하는 부모님이 창피한 명은은 친구들에게 가짜 부모님을 소개할 정도로 맹랑하다. 꼬리를 무는 거짓말에 제동을 걸게 만드는 건, 전학 온 쌍둥이 자매의 존재. 엄마의 직업도, 아빠의 부재도 뭐든 솔직한 혜진 자매가 글짓기 대회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투명하게 써서 수상하는 모습을 보고 명은의 생각은 조금씩 변화하게 된다. 한번쯤 보여지고 싶은 내 모습 때문에, 그 기묘한 추동에 이끌려 거짓말해본 경험이 있을 터. 영화는 그 순간의 우리와 명은의 고민을 포개며 마음을 위안한다. 지난해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영한 〈비밀의 언덕〉은 이지은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10대 여성 캐릭터를 단지 순수한 성정의 어린이의 세계에 머무르지 않고 복잡한 내면을 가진 인물로 그려낸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