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나일 로저스(Nile Rogers)를 수식하는 단어는 무수히 많다. 천재, 전설, 역사, 기타리스트, 싱어송라이터 등. 평소 선글라스를 즐겨 쓰는 것으로도 유명한 그가 이번 시즌 샤넬의 새로운 아이웨어 캠페인을 위해 모델 비비안 로너, 신현지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포토그래퍼 카림 새들리(Karim Sadli)는 예술의 용광로이기도 했던 나이트클럽의 전성기이자 나일 로저스의 전설이 시작되었던 1970년대 열기 가득한 파티 나이트와 활기 찬 대 낮 그리고 신나는 디스코 등 당시를 닮은 관능적이고 시크하며 즐거운 분위기를 표현했다. 비비안과 신현지는 프레임의 다리 부분에 퀼팅 패턴을 넣거나 체인 장식을 단 타임리스한 디자인의 블랙 선글라스부터 레트로 스타일의 애비에이터, 펄감이 돋보이는 크림, 핑크 컬러의 오버사이즈 프레임 선글라스까지 다채롭고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준다. 샤넬의 커스텀 베레를 착용한 나일 로저스의 선글라스는 다리 부분에 블랙 트위드가 장식되어 런웨이부터 파티의 댄스 플로어, 세계적인 도시 등 수세대에 걸쳐 샤넬을 정의해온 상징적인 샤넬 수트를 연상케한다. 이는 샤넬의 데카당스 정신과도 연결된다.
━
나일 로저스와 비비안 로너, 신현지의 대화.
비비안 로너와 신현지가 질문하고 나일 로저스가 답하다. Vivien Rohner(이하 V): 존 리 후커(John Lee Hooker)가 당신에게 절대 선글라스를 벗은 채로 사진을 찍지 말라고 했다던데 사실인가?
Nile Rogers(이하 N): 맞다. TV 쇼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가 게스트로 출연해 노래를 불렀다. 끝나고 날 끌어당기더니 “쿨함의 법칙은 선글라스 없이 절대 사진을 찍지 않는 거야!”라고 했다. 이후 나는 늘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Shin Hyunji(이하 S): 침대에서도?
N: 도수가 있는 선글라스라 침대에서도 끼지만 물론 잘 때는 벗는다.
V: 나일의 노래를 통해 르 프리크(Le freak)가 시크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그 밖에 또 다른 시크한 것들이 있다면?
N: 나의 밴드, 친구들, 목표, 그리고 대부분의 아티스트. 주위 모든 스타일리시한 사람들이 내게는 시크한 존재이다. “유행은 사라져도 스타일은 남는다”라고 가브리엘 샤넬도 말하지 않았나!
S: 자신의 곡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세 곡은?
N: ‘Good Times’, ‘I’m Coming Out’, ‘Le Freak’.
N: 오바마 대통령의 마지막 백악관 파티와 버킹궁에서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플래티넘 주빌리.
V: 무엇이 좋은 노래를 만들게 한다고 생각하나?
N: 듣는 사람의 마음, 정신, 영혼, 그리고 발. 춤추는 발을 사로잡아야 한다.
S: 요즘 특히 영감을 주는 뮤지션이 있다면?
N: 비욘세, 닐 나스, 더 드림, 썬더캣, 그리고 콜트레인부터 니나, 돌피와 마일스, 모차르트, 맨시니까지 내 마음, 정신, 영혼을 평생 사로잡은 뮤지션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V: 샤넬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 그리고 이번 캠페인의 얼굴이 된 소감이 어떠한지.
N: 모나코에 있는 칼 라거펠트 별장 라 비지에서 샤넬 파티가 열려 공연한 적이 있는데, 사운드 체크와 쇼 사이에 ‘Dress Up’을 연주했었다. 그때 누군가 내가 얼마나 편안하게 나만의 샤넬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지 알아본 것 같다. 그러다 다음 아이웨어 캠페인의 얼굴이 되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말문이 막혔다. 영광스럽고… 솔직히 쇼킹했다.
V: 개인적으로 데이비드 보위의 엄청난 팬인데, 당신도 함께 작업한 적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N: 데이비드는 내 삶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정말 환상적이었다. 우리 둘은 겁도 없이 이 불안정한 예술계를 헤쳐 나가 그의 일생 최대의 앨범이자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곡을 만들었다. 고작 17일 만에 말이다.
N: 가장 권위있는 최고의 럭셔리 패션 하우스라고만 생각했는데, 2022/23 공방 컬렉션을 위해 12월에 다카르에 가서 샤넬의 또 다른 면을 발견했다. 미와 예술에 대한 헌신, 그리고 자신만의 스타일, 편안함 등 신념을 옷과 액세서리를 통해 표현하는 모든 사람의 능력에 대한 존중을 확인할 수 있었다.
V: 다카르에서 이런 경험의 일부가 된 기분은 어땠나?
N: 복받치는 감정을 느꼈다. 고레(Goree)섬에서 창 밖으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수백만 명의 노예들이 팔려나갔던 ‘노예의 집(The House of Slaves)’과 ‘돌아올 수 없는 문(The Door of No Return)’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고. 동시에 그 여행으로 힘을 얻기도 했다. 내가 만났던 현지인들은 다정하고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점심을 먹으며 미래를 축복했다. 내가 섬을 방문한 건 과거를 한탄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S: 그래미상 수상을 축하한다! 앞으로의 프로젝트가 궁금하다.
N: 고맙다. 평생 공로상을 포함해 그래미상 3개를 수상한 건 역사적인 일이었다. 너무 많은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 다 소개하기는 힘들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네덜란드 출신 재즈 아티스트 캔디 덜퍼(Candy Dulfer)의 곡이 1위를 차지했고 비욘세의 ‘Cuff It’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나일 로저스 질문에 비비안 로너와 신현지가 답하다. S: 오전 6시. (시차 때문에.) V: 정확히는 6시 10분에 일어났다. 긴 파리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 반려견 스킵을 아주 오랫동안 운동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일어나는 시간은 불규칙한데 중요한 건 나는 하루에 10시간은 자야 한다는 거다.
V: 나는 뉴욕 어퍼이스트사이드를 돌아다니길 좋아한다. 전 세계를 돌아다녀봐도 업타운에서보다 더 시크한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진정한 올드스쿨 시크다. S: 다이애나 왕세자비. 언제나 시크했고 스타일링할 때 올바르게 믹스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S: 어두운 갈색. V: 아빠를 닮아 녹색이다.
N: 왜 선글라스를 착용하는가? 가리기 위해? 보기 위해? 아니면 보여지기 위해서?
N: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음악이 있다면?
V: 데이비드 보위의 ‘Wild is The Wind’. 14살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들을 때마다 울고 싶어지면서 동시에 살아있다는 기분이 든다. 이런 감정을 느끼고, 그저 멜로디만으로 감동할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이다. 소리 하나, 구절 하나, 문장 하나만으로 꿈을 꾸거나 추억을 회상할 수 있다. S: 지금은 타이 베르데스(Tai Verdes)의 모든 곡이 좋다.
N: 클럽 입장을 거절당해본 적이 있는지? 아니라면 도어맨을 구슬리는 비결이 있을까?
S: 솔직히 없다. 내겐 도어맨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 V: 19살에 뉴욕으로 이사와서 클럽 입장을 여러 번 거절당해봤다. 나이 때문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미국에서 법적으로 음주가 가능한 나이는 21세). 정말 엄격했다.
N: 시크 곡과 관련해 특별한 기억이 있을까?
S: 당신이 바로 내 앞에서 ‘Dance, Dance, Dance’를 기타로 연주하다 내게 기타 픽을 건너줬을 때다! V: 시크는 디스코를 발명했다고 할 수 있다. 시크 하면 디스코가 생각나니까.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1950년대에서 90년대 초반까지의 디스코, 펑크, 포크, 록이다. 데이비드 보위를 비롯해서 수많은 뛰어난 뮤지션들의 히트곡과 베스트셀링 곡을 당신이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시크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었다.
N: 언제 어디에서 우리가 처음 만났는지 기억하는지?
S: 마이애미였고, 영광이었다. 나일, 당신은 전설이다. V: 지금까지 두어 곳에서 마주쳤다. 처음은 작년 샤넬 크루즈 쇼가 열린 모나코였고 마이애미에서 다시 만났다. 나는 ‘Le Freak’를 적어도 천 번은 들었는데 질리지가 않는다. 이번 광고 캠페인의 분위기에 빠져들게 하는 곡이었다. 앤디 워홀이 밤에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외출하던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정말 즐거운 시절이었을 것 같다.
N: 모델 일을 하지 않을 때 하고 싶은 것.
S: 새로운 장소로 여행을 떠나고 영화를 보고 필라테스를 하고 골프를 치겠다. 그렇지만 가장 좋은 건 엄마와 강아지와 함께 노는 것. V: 뉴욕 몬토크의 동부 연안을 따라 새 차로 드라이브하고 싶다.
N: 실내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V: 모든 사람이 세상에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나도 선글라스를 많이 쓰는 편인데, 훨씬 편안한 기분이 든다. 첫만남에서 모든 걸 말하고 드러낼 필요는 없다. S: 밝은 빛, 특히 플래시 라이트를 피할 수 있어 눈에 이롭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쿨해 보이는 것도 좋다.
N: 샤넬이 당신에게 다른 패션 하우스와 다른 점은?
S: 샤넬은 특별하다. 항상 따뜻한 분위기에 내가 매우 소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준다. 가족이라 할 수 있다.
N: 현지, 지난 11월 샤넬 크루즈 쇼의 오프닝을 했는데 하우스의 얼굴이 된 기분이 어땠는지?
S: 샤넬의 모델이 되어 영광이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영원히 샤넬과 함께이고 싶다. 칼 라거펠트가 처음으로 내가 샤넬 쇼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그 다음 캠페인에 발탁되었다. 그렇게 내 여정이 시작된 거다. 그 이후 버지니도 나를 잘 돌봐주었고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런웨이에 설 때 항상 가장 예쁜 옷과 선글라스를 줘서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