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포어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모시모 지아눌리.
무척 마음에 들어 살고 싶을 정도다. 깨끗하다. 내가 사는 L.A와 달리 그래피티가 없다.(웃음) 사람들이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다.
파티 준비가 한창이다. 인터뷰 장소로 초대한 이곳은 어디인가?
지포어의 새로운 스니커즈 컬렉션 ‘G.112’를 론칭하는 파티 현장이다.
글로벌 론칭을 예정한 6월에 앞서 한국에서 ‘G.112’를 최초로 공개한다. 세계 첫 플래그십 스토어 또한 지난 2021년 지포어 코리아 론칭과 동시에 서울에 열었다. 여러모로 지포어가 한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방증이다.
한국이 트렌드를 선도하는 나라 중 하나라는 점에서 서울은 매우 중요한 거점이다. 그런데 막상 겪어보니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스타일을 중시하는 나라다. 소비자들은 아주 민감하고 똑똑하며, 품질이 좋은 제품을 선호한다. 가치를 느끼면 구매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고객들이 지포어를 긍정적으로 봐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신제품을 준비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하고 싶었다. 브랜드 슬로건인 ‘파괴적 럭셔리(Disruptive Luxury)’는 무슨 뜻인가?
상식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 자사와 타사를 총망라해 기존에 선보인 제품과 완전히 다르게 만들고자 하는 목표다. 스니커즈는 더더욱 그렇다.
이런 목표를 둬도, 한편으론 너무 특이해 아무도 신고 싶어하지 않을 만큼 과감해져서는 안 된다. 매번 머릿속 아이디어를 사람들이 갖고 싶어할 만한 제품으로 다듬는다. 골프에 적합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G.112’의 파괴적 면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자.
‘G.112’는 골프화지만 필드 밖에서도 신을 수 있도록 목표하는 브랜드 DNA를 잘 담은 제품이다. 기발하고 현대적이며, 지포어가 색을 중시하는 브랜드인 만큼 다채로운 컬러 팔레트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외형 디자인은 아디다스 스탠스미스 등 여타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제품처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시도했다. 기능적으로는 가벼운 착화감을 위해 합성 소재를 활용했다. 브랜드 애티튜드는 밑창에 담았다. 독특한 스파이크 디테일에 말이다.
‘G.112’가 기존 라인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
스파이크 모티프가 펑키한 무드를 자아내 골프화의 전형에서 벗어났다. 그래픽을 가미해 젊은 감각이 돋보이며, 폭넓은 컬러 팔레트가 지포어 개성을 잘 드러내 신선하다.
아까 잠깐 브랜드 애티튜드를 언급했는데, 지포어의 개성은 그야말로 폭넓은 컬러 팔레트다. 특히 채도 높고 위트 있는 시즌 캠페인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한다.
지포어를 표현하려면 모던하지만 너무 무겁고 진지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컬러감이 잘 드러나야 한다. 수영장에 카트를 몰아 돌진하는 장면처럼 약간은 아이러니하고 유머러스한 상황이 바로 그 예다. 촬영한 포토그래퍼는 내 오랜 친구다. 첫 캠페인도 그가 찍어줬다. 그의 12년 전 사진은 어제 찍은 것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됐다. 이게 바로 훌륭한 브랜드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행사장 전광판에서 흘러나오는 것처럼 서로 다른 시즌 캠페인 이미지를 연달아 나열해도 조화롭다. 오랫동안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의미니까.
물론이다. 동료들도 모르지만 제품명 등 모든 요소에 남몰래 메시지를 담곤 한다. 그게 뭔지는 밝힐 수 없다.(웃음)
그렇다면 이번 ‘G.112’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
1,1,2를 더하면 지포어의 ‘4(four)’가 된다. 이외에도 다른 의미가 숨어있지만 비밀이다.(웃음)
시작점으로 돌아가보자. 지포어는 2011년 형형색색의 골프 장갑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필드 위에서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아이템으로 장갑을 특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 브랜드를 론칭할 때 골프 의류는 이미 차고 넘쳐 더 필요 없다고 느꼈다. 사실 난 원래 옷을 만들던 사람이기 때문에 의류 브랜드를 론칭하는 쪽이 더 쉬운 선택지였을 수 있겠지만, 포켓스퀘어처럼 접근하기 쉬운 액세서리류를 만들고 싶었다. 이를테면 컬러가 부담스러운 장년층 남성이라도 장갑 하나 정도는 스타일리시하게 착용하고 싶지 않을까 생각해본 것. 핑크 장갑 하나 끼는 게 핑크 팬츠를 입는 것만큼 과감한 도전은 아닐 테니까.
L.A에 있는 한 골프장에서 70세 정도 돼 보이시는 노신사가 “지난번 그 핑크 장갑을 다시 구매할 수 있나?” 물었을 때, 내 예상이 적중했다고 생각했다.
장갑이 점점 대중적 인기를 얻자 지포어는 슈즈로 사업을 확장했다.
당시만 해도 골프화 시장은 틀에 박힌 스타일로 한정돼 있었다. 완전 스포티한 스니커즈 또는 묵직한 전통 골프화, 두 가지로 양분화된 것. 나는 전형적인 골프화 스타일의 외형에 스니커즈처럼 가볍고 편안한 착화감을 주는 제품으로 첫선을 보였다. 전통과 스포츠 기능을 동시에 잡은 전략이었다. 이후로도 지포어는 그간 시도되지 않은 것들을 우아하지만 다소 특이한 방향에서 접근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길 건너에서 봐도 지포어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정체성이 확고한 슈즈를 만드는 것이다.
기존 골프웨어 디자인을 벗어나고자 어떻게 노력하는가?
패션 하우스는 눈여겨보되 골프웨어 브랜드는 절대 보지 않는다. 그들은 지루하고 멋이 없다. 또 출장이나 여행 중에는 현지인과 건축물을 유심히 관찰한다. 나는 시각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람이라 주변의 모든 것에서 끊임없이 영감을 받는다. 당장 인터뷰를 하는 지금도 이 공간은 물론 방문객까지, 다양한 요소가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태슬과 프린지 등을 탈부착해 제품 하나로도 다채롭게 스타일링할 수 있는 디자인이 지포어 슈즈의 특장점이다. 이 같은 액세서리를 별도로 출시하길 기다리는 마니아도 많을 듯하다. 계획은 없는가?
워낙 컬러가 다양해 한국에 모든 재고를 보유하긴 어렵지만, 한국 소비자 스타일을 고려하면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지포어 코리아가 출시해주면 좋을 것 같다.
디자인 외 기능성을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하는가?
테스트를 수없이 반복한다. 골프는 스윙할 때 엄청난 다운포스를 만들어낼뿐더러 필드 위에선 계속 서 있고 움직여야 한다. 때문에 신발은 안에서 발이 흔들리지 않도록 탄탄히 잡아주는 구조여야 하는데, 신제품 디자인이 나오면 테스트를 거듭해 안정적이고 편안한지 확인한다.
지포어는 현재 30~40대에게 크게 사랑받고 있다. 당신은 1986년 처음으로 선보였던 ‘모시모(Mossimo)’ 브랜드를 전개하며 10~20대를 타깃으로 한 바 있는데, 이들을 위한 지포어의 전략이나 계획은 없는가?
특정 연령대를 위한 라인을 만들기 전에 필요한 단계가 있다. 바로 그들에게 지포어가 ‘옳다’고 느껴져야 하는 것. 조만간 스파이크 디테일이 없는 스트리트 슈즈를 출시할 예정인데, 기존보다 낮은 연령대의 고객이 지포어를 접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지포어는 비교적 가격대가 높다. 이는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다.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좋지만 부모님이 돈을 내주지 않으면 구매로 이어지기 어려우니까. 그렇다고 가격 정책을 바꿀 계획은 없다. 그들이 지포어를 충분히 멋있게 느낀다면 여타 럭셔리 하우스처럼 높은 가격을 지불해서라도 구매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 또한 지포어를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
지포어 특유의 컬러를 담은 새 스니커즈 컬렉션 ‘G.112’ 캠페인 이미지.
국내외 골프 웨어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지포어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한국에서는 코오롱이 큰 역할을 해준다.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적절한 매니징이 관건인데, 현지 시장과 소비자에 대해 탁월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전략을 제안한다. 우리 두 회사 간 협력 관계가 매우 잘 형성돼 있다.
늘 제품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제품이 좋으면 사람들이 알아서 이를 찾아낼 것이라고 믿기 때문. 지난 판매 보고서를 읽고 잘 팔린 제품을 더 만들자는 기조의 회의를 정말 싫어한다. 그건 지난 시즌일 뿐이고, 나는 또 다른 미래로 향한다.
지포어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당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
사람. 내겐 ‘재미’있고 ‘멋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 내 머릿속 어딘가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시작될지언정 끝내 이뤄내는 건 나 혼자가 아니다. 나의 비전을 이해하고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동료가 열정을 쏟아주기 때문에 멋진 제품이 탄생한다.
지포어를 이끄는 데 향후 더욱 집중해 발전시키고자 하는 요소가 있다면?
단순하다. 멋진 것을 만드는 것(make cool shit). 그뿐이다.
이번 출장에 가장 친한 친구 한 명이 동행했다. 한국계 미국인인데 여가 시간에 서울을 구경시켜주기로 했다. 함께 골프도 칠 계획이다. 또 미국에서 야구선수로 활동했던 박찬호 선수와도 친분이 있는데, 이번에 오랜만에 그를 만나기로 했다. 나보다 먼저 서울을 여행해본 적 있는 아내가 내가 이곳을 마음에 들어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의 말이 맞았다.
마지막으로 〈바자〉 독자에게 골프 아이템을 선택하는 팁을 준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의 브랜드로 입을 필요는 없다. 다양한 브랜드에서 고르고 골라 스타일링하면 된다. 현재 골프웨어 업계는 여성복이 취약하다고 생각한다. 지포어가 옵션을 제안할 테니 마음에 드는 방식대로 조합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