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리틀 허진호' 이상진 감독의 로맨스 영화, <창밖은 겨울>

영화 <창밖은 겨울>은 상실을 받아들이는 사이에서 느리게 피어나는 사랑의 온기를 담았다.

프로필 by BAZAAR 2023.01.12
 
‘리틀 허진호’라는 입소문 때문에 찾아본 이상진 감독의 영화 <창밖은 겨울>은 이렇게 시작한다. 영화감독을 하다 진해로 내려와 버스기사로 일하는 석우(곽민규)는 대합실에서 고장 난 MP3를 줍는다. 분실물 보관소를 담당하는 버스회사 직원 영애(한선화)는 요즘 누가 MP3를 쓰냐며 버린 것이라 말하지만, 석우는 안에 든 음악이 궁금하고, 날마다 주인이 찾으러 왔는지 궁금하다. 두 사람은 MP3를 고치러 마을 어귀를 돌고 전파사를 수소문하러 다닌다.
서로를 알아가는 전형적인 러브스토리의 진척을 붙잡는 건, 전 애인 수연(목규리)의 존재. 미련으로 가득한 석우는 수연에게 당당하고 싶어 탁구대회를 나간다고 선언한다. 한때 탁구 선수였던 영애와 연습을 강행하고, 마침내 대회 날 수연이 MP3를 두고 간 걸 알게 된 석우의 감정은 무너진다. 끝을 실감하고 나니 계절은 겨울이 된다. 버스를 몰아 집 앞까지 바래다주는 일, 터미널 벤치에 앉아 나눠 먹는 귤 한 조각과 자판기 커피.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소도시를 배경으로 현실적인 일상이 내내 온기를 더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가 떠오르듯 시종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신비로운 전파사를 통한 판타지 장르적인 재미, 열띤 랠리가 이어지며 스포츠영화 같은 박진감도 선사한다. “버리고 싶은데 잃어버린 척하는 게 아닐까요?” 대사처럼 감독은 무언가를 상실한 이들이 내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시작하는 사랑의 순간을 담는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Credit

  • 에디터/ 안서경
  • 사진/ 영화사 진진 제공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