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 다카르에서 공개된 샤넬 2022/23 공방 컬렉션.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가
“여러 날에 걸쳐 깊이 있고 정중한 대화를 통해 이뤄졌습니다.”라고 전했 듯 조화롭게 섞인 다양한 문화와 예술의 결과물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시간이었다. 샤넬 SAS와 le19M을 지휘하는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역시 샤넬 2022/23 공방 컬렉션을 두고
“만남에서 피어난 이야기”라고 덧붙이며 소회를 전하기도.
샤넬은 2002년부터 매년 샤넬 하우스의 과거 또는 현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도시를 선정해 컬렉션 테마로 담는 공방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서아프리카 세네갈에서 쇼를 개최했다. 쇼를 진행한 세네갈 다카르의 구법원은 샤넬이 컬렉션을 진행했던 곳들 중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꼽히기도 했다. 이곳에서 단순한 런웨이를 넘어 춤과 음악이 뒤섞인 아티스틱 한 쇼가 펼쳐진 것. 버지니 비아르가 3년이란 시간 동안 고민해온, 예술적 모험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쇼는 아프리카의 전통과 현대 무용을 가르치는 에콜 데 사브레(École des Sables)와 슬로우 쇼(Slow Show)로 유명한 디미트리 샹블라(Dimitri Chamblas)의 춤으로 시작됐다. 가수 오브리 다만과 그의 합창단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은 쇼 시작 전 기대감을 높이며 진귀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이번 공방 컬렉션은 버지니 비아르에게 주요 영감이 되었던 1970년대 정신이 컬렉션 전체를 관통했다. 폭발적인 에너지를 상징하는 자유와 팝, 소울과 훵크(Funk), 디스코와 펑크(Punk)의 시대를 환희에 넘친 여성으로 구현한 것.
몸에 핏되는 롱코트, 타이트한 플레어 팬츠, 자수 장식을 넣은 컬러풀한 오버사이즈 스웨트셔츠, 플랫폼 슈즈 등으로 샤넬만의 섬세한 매력을 어김없이 드러냈다. 식물 모티프와 라인, 기하학적인 형태, 따뜻한 컬러, 스팽글 펜던트 가운데 레이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룩들이 눈길을 끈 것. 더불어 샤넬 하우스가 사랑하는 플로럴 패턴, 다발을 이룬 까멜리아, 촘촘하게 엮은 진주, 주얼리와 함께 녹아든 눈부신 시퀸과 레이스 자수로 완성한 버튼 등 생동감 넘치는 룩들이 가득했다. 특히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무드가 드러난 주얼리와 다채로운 컬러의 트위드, 자수 장식은 샤넬 하우스와 세네갈의 문화가 완벽히 어우러진 모습으로 대변됐다.
한편, 쇼의 피날레는 DBN 고고의 공연으로 마무리되었는데, 영화 또한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몽페르메유와 다카르의 쿠트라즈메 학교와 협업해 컬렉션이 탄생한 파리에서부터 다카르의 쇼까지 진행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한 것. 패션과 예술을 결합하고, 다른 이들을 만나고, 꿈꾸고, 함께 만들어 나가는 버지니 비아르의 작업 방식을 한껏 풀어낸 2022/23 샤넬 공방 컬렉션은 모두에게 깊은 영감을 주며, 다음 컬렉션마저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