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영지 알민 레쉬의 창립자를 만나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Art&Culture

예술의 영지 알민 레쉬의 창립자를 만나다

파리 3구 튀렌가의 수많은 파란 대문 사이에 크게 다를 바 없는 무심한 모습으로 자리한 알민 레쉬(Almine Rech). 지난 25년, 자리를 옮기고 여러 국가로 영지를 넓혀나가는 동안 갤러리가 지켜온 유산은 꼿꼿하다. 프리즈의 서울 진출과 함께 우리나라 아트 신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알민 레쉬에 대하여.

BAZAAR BY BAZAAR 2022.10.10
 
알민 레쉬의 창립자 알민 레쉬. Courtesy of Almine Rech. Photo: Léa Crespi

알민 레쉬의 창립자 알민 레쉬. Courtesy of Almine Rech. Photo: Léa Crespi

파리라는 도시에서 예술과 호흡하며 자랐고 본인의 이름을 딴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운명 같은 길이었음을 깨달은 순간이 있나?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다. 드로잉과 페인팅 수업을 부지런히 다녔고 아티스트가 되는 건 나의 꿈이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아티스트라는 직업에 외로움이 동반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자신이 만족할 만한 작업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 분야에 남기로 선택했지만, 결국 완전히 다른 포지션인 갤러리스트의 길을 걷기로 택했다. 
 
Oliver Beer, 〈Little Gods(Chamber Organ)〉, 2022, 32 vessels, 32 microphones, speakers, plinths, audio equipment. © Oliver Beer Courtesy of the Artist and Almine Rech

Oliver Beer, 〈Little Gods(Chamber Organ)〉, 2022, 32 vessels, 32 microphones, speakers, plinths, audio equipment. © Oliver Beer Courtesy of the Artist and Almine Rech

첫 전시에서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소개했다. 제임스 터렐은 당시 유럽, 특히 프랑스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작가였다. 막 시작하는 갤러리로서는 무모하고 용감하기도 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 나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현대미술이 과거보다 훨씬 덜 세분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 점이 가장 흥미롭게 느껴진다. 20세기에는 미술이 지금처럼 인정받지도 않았고 컬렉터의 수도 훨씬 적었다. 작가들의 작업 방식이 예술적 유행에 따라 정해지는 분위기이기도 했고.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함께 뭉쳐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들로 제임스 터렐과 함께 일하기로 결심했고 아직까지도 그와 함께하고 있다. 첫 전시로 제임스 터렐의 빛 설치작품(light installation)을 선보였을 때 주위에서는 페인팅 작품을 고르지 않은 것이 위험하다고 했다. 하지만 전시는 성공적이었고 개인적으로 그때도 지금도 그가 진정한 천재라고 생각한다. 
 
John McCracken, «Plastic Show», Installation view, 2017, Almine Rech London, Grosvenor Hill. Courtesy of the Artist and Almine Rech. Photo: Melissa Castro Duarte

John McCracken, «Plastic Show», Installation view, 2017, Almine Rech London, Grosvenor Hill. Courtesy of the Artist and Almine Rech. Photo: Melissa Castro Duarte

존 매크라켄, 제프 쿤스 같은 대형 작가뿐 아니라 신진 작가들의 전시를 활발하게 연다. 작가로서의 경력을 떠나 알민 레쉬 갤러리와 함께하는 작가들에게 어떤 공통점이 있나?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과의 만남은 모두 내 인생에 있어 하이라이트였다. 존 매크라켄과 제프 쿤스와의 만남 역시. 이들에게 형식적인 측면 또는 특정한 재료를 사용하는 공통점 같은 건 없다. 작품의 특이성 또는 작가로서의 작품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공통점이다. 예술이 있는 공간은 표현의 자유가 깃든 곳이다. 이는 어쩌면 현대사회에서 유일하게 진실된 장소일지도 모른다. 우리 작가들은 이 공간에서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Jeff Koons, Installation view, 2012, Almine Rech Bruxelles. Courtesy of Almine Rech. Photo: Marc Domage

Jeff Koons, Installation view, 2012, Almine Rech Bruxelles. Courtesy of Almine Rech. Photo: Marc Domage

유럽에 뿌리를 두지만 세계 여러 나라의 작가를 만나고 전시를 연다. 이 지면을 빌어 꼭 언급하고 싶은 빛나는 작가는 누구인가?
프리즈 서울에 소개하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아티스트는 화가다. 이들 중 다수는 한국에서 처음 전시를 하거나 이전에 선보이지 않았던 신작들로 참여한다. 이들의 이름을 여기 남기면 좋을 것 같다. 페어가 끝나더라도 꾸준한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스콧 칸(Scott Kahn), 제니브 피기스(Genieve Figgis), 브라이언 캘빈(Brian Calvin), 케니 샤프(Kenny Scharf), 튀르시&윌프리드 밀(Ida Tursic & Wilfried Mille). 파리 알민 레쉬에서 7월까지 전시한 톰 웨슬만(Tom Wesselmann)의 철로 된 작품이나 탈리 레녹스(Tali Lennox)도 주목하기를.
서울에서 열린 프리즈에 참여하며 어떤 접근 방법을 떠올렸는가? 한국 시장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나는 한국인이 굉장한 감정가라고 생각하며 20세기, 21세기 예술애호가라고 생각한다. 폭넓은 지식과 예술에 대한 깊은 조예가 있다고 보기에 우리 아티스트의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James Turrell, 〈Prado[Red]〉, 1968, Light projection piece. © James Turrell Courtesy of the Artist and Almine Rech. Photo: Rebecca Fanuele

James Turrell, 〈Prado[Red]〉, 1968, Light projection piece. © James Turrell Courtesy of the Artist and Almine Rech. Photo: Rebecca Fanuele

알민 레쉬에는 한국 작가 김창렬, 하종현, 김민정이 소속되어 있다. 조금씩 세대는 다르지만 한국적인 정체성을 지키는 서양화가라는 점이 흥미롭다. 그들과 함께한 여정을 이야기해준다면?
개인적으로 ‘단색화’라는 예술운동에 매우 감명받았다. 아시안 작가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와중에 서양 미술 추상화 아이디어를 포함시키는 것 말이다. 언급된 세 명의 거장들은 내면의 평화와 차분함을 추상화에 대입시킨다. 우리는 이미 파리와 런던에서 하종현의 전시를 여러 번 열었고 뉴욕과 런던에서는 김창렬 전시를 열었다. 그리고 내년 봄에는 뉴욕에서 김민정의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이들의 작품은 아트페어 알민 레쉬 부스에 자주 전시되었는데 컬렉터들은 몹시 감명받아 자신의 컬렉션에 이들의 작품을 포함시켰다. 성공적이고 뜨거운 반응을 누렸고 지난 몇 년 동안 프레스와 여러 기관 등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중이다.
파리, 런던, 브뤼셀 등 많은 도시에 여러 지점의 갤러리를 보유하고 있다. 새로운 지점은 시대와 도시의 상황에 따라 각각의 특징을 갖고 있을 텐데.
1997년 파리 13구에 처음 문을 열었다. 캘리포니아 미니멀, 퍼셉추얼 아트, 컨셉추얼 아트라는 축을 기반으로 설립하였고 제임스 터렐, 존 매크라켄, 조셉 코수스 등과 함께했다. 2006년, 마레 구역에 있는 더 큰 2층 공간으로 이사했고 2008년 브뤼셀에 1천m² 공간의 갤러리를 열었다. 2013년에 파리의 지금 공간(64, rue de Turenne)에 자리 잡았다. 2014년 6월, 런던의 첫 번째 공간이 메이페어의 새빌로(Savile Row)에 문을 열었다. 그리고 2년 후 그로스베너 힐에 있는 더 큰 공간으로 이전했다. 제프 쿤스가 개관전이었다. 동시에 맨해튼의 어퍼이스트사이드에 «Calder - Picasso»전과 함께 문을 열었는데 미국 내 첫 번째 전시 공간이었다. 2023년 봄, 뉴욕 트라이베카(Tribeca)에 두 번째 공간이 생길 예정이다. 2019년에는 상하이에 아시아 처음으로 갤러리를 열었다. 2021년 1월에는 두 번째 알민 레쉬 파리가 8구역의 마티뇽 애비뉴(avenue Matignon in the 8th district)에 미국의 상징적인 작가 케니 샤프의 전시와 함께 문을 열었다. 이 인터뷰가 나올 즈음이면 두 배 정도 커져 있을 것이다. 어떤 공간에 어떤 전시로 시작했는지가 우리의 진실성을 말해준다.
 
Minjung Kim, 〈The Street〉, 2022, Mixed media on mulberry Hanji paper, 91x140cm, 36x55 1/2 in. © Minjung Kim Courtesy of the Artist and Almine Rech. Photo: Hyun Jun Lee

Minjung Kim, 〈The Street〉, 2022, Mixed media on mulberry Hanji paper, 91x140cm, 36x55 1/2 in. © Minjung Kim Courtesy of the Artist and Almine Rech. Photo: Hyun Jun Lee

예술이 있는 공간은 표현의 자유가 깃든 곳이다. 이는 어쩌면 현대사회에서 유일하게 진실된 장소일지도 모른다.
 
Tom Wesselmann, 〈Monica Sleeping with Matisse〉, 1988, Enamel on cut-out steel, 118.1x218.4cm, 46 1/2x86in. © Courtesy of the Estate and Almine Rech © 2022 The Estate of Tom Wesselmann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Photo: Nicolas Brasseur

Tom Wesselmann, 〈Monica Sleeping with Matisse〉, 1988, Enamel on cut-out steel, 118.1x218.4cm, 46 1/2x86in. © Courtesy of the Estate and Almine Rech © 2022 The Estate of Tom Wesselmann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Photo: Nicolas Brasseur

기존 공간보다 확장될 파리 마티뇽가의 두 번째 갤러리는 개관전으로 알렉산더 칼더전을 준비 중이다. 이 공간의 방향성은 어떤 것인가?
마티뇽가는 늘 예술과 함께였다. 그랑팔레와 프티팔레, 옥션 하우스 등이 있는 국제 아트 시장의 중심지에서 우리의 입지를 넓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파리 마티뇽가 지점의 갤러리 확장으로 프랑스 자본과 아트 지역사회를 확장시키는 것이 우리가 가진 야망이다. 1997년 처음 공간을 만들 때부터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이다. 공간을 확장함으로써 우리가 대표하고 있는 작가들에게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10월 13일부터 11월 12일까지는 알렉산더 칼더의 전시회가 열린다. 많은 이들이 직접 본다면 좋겠다.
남편이자 파블로 피카소의 공식 후계자인 베르나르 루이즈 피카소(Bernard Ruiz-Picasso)가 설립한 자선단체 FABA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역량 있는 젊은 작가들에게 갤러리 외 국제적인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후원 단체인데.
FABA(Fundacion Almine Y Bernard Ruiz-Picasso Para El Arte)는 2002년에 설립한 아트 파운데이션이다.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컬렉션과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 컬렉션이 있다. FABA는 시각예술, 음악, 시네마, 글쓰기 등 영역 안에서 동시대 예술을 서포트한다.
 
Scott Kahn, 〈Sunset Over Longboat Key〉, 1995, Oil on linen, 111.8x137.2cm, 44x54in. © Scott Kahn Courtesy of the Artist and Almine Rech. Photo: Hyun Jun Lee

Scott Kahn, 〈Sunset Over Longboat Key〉, 1995, Oil on linen, 111.8x137.2cm, 44x54in. © Scott Kahn Courtesy of the Artist and Almine Rech. Photo: Hyun Jun Lee

후원의 일종이며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병행 전시로 갤러리 소속 작가 중 클레어 타부레와 올리버 비어의 개인전이 열렸다. 두 작가의 전시는 최근 한국에서 열리기도 했다. 클레어 타부레는 회화의 아름다움을(베니스 전시에서는 조각도 선보였지만), 올리버 비어는 소리를 매개체로 작품을 만드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이 둘의 전시만 놓고 보아도 알민 레쉬의 스펙트럼이 느껴지더라.
알민 레쉬 리스트에는 많은 젊은 작가들이 있다. 그들의 재능을 발전시키고 국제 아트 시장에 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들의 신선하고 흥미로운 아이디어로 현재 아트 신에 도전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도록 한다. «I am Spacious, Singing Flesh» 전시에서 클레어 타부레는 다양한 변환을 탐구한다. 자아, 타인, 집단정체성, 투쟁 , 석방, 도피처에 관해. 올리버 비어는 «Uncombed, Unforseen, Unconstrained»에서 물활론적인 특징을 지닌 관과 움푹 꺼진 구멍이 난 오브제를 선보였다. 
 
Leelee Kimmel, 〈The Mountain〉, 2022, 203.2x177.8cm, 80x70in. © Leelee Kimmel Courtesy of the Artist and Almine Rech. Photo: Hyun Jun Lee

Leelee Kimmel, 〈The Mountain〉, 2022, 203.2x177.8cm, 80x70in. © Leelee Kimmel Courtesy of the Artist and Almine Rech. Photo: Hyun Jun Lee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갤러리 신에서도 여성 대표의 수는 비교적 적다. 지난 25년 동안 갤러리 신에서 여성으로서 자리를 지켜왔다. 그 경험들을 서술해주자면? 그리고 비슷한 꿈을 꾸는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국 미니멀 아트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해 구상화 및 다른 종류의 작업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코 스스로를 특정 분야에 가두고 싶지 않았다. 나는 항상 젊은 작가들을 선보인다. 왜냐하면 탐사를 무척 좋아하니까. 갤러리 오너가 과거보다 훨씬 덜 보수적이 되었다고 믿는다. 세상의 현실과 진보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예술에 대해 정말 열정적이어야 한다. 아트 딜러나 갤러리스트는 직업이라기보다 삶의 방식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아티스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24시간 동안 이야기할 때도 있고 그들의 스튜디오를 방문하기도 한다. 컬렉터들과도 시간을 보낸다. 항상 예술에 몰두해야 해서 열정이 없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한국에는 아직 알민 레쉬 갤러리가 없다. 만약 문을 연다면 어떤 종류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싶은가?
나는 서울이 예술계에서 매우 강력한 위치에 서 있다고 믿는다. 20세기와 21세기, 현대미술 지형을 반영하는 인정받을 수 있는 갤러리가 되고 싶다. 아티스트들의 예술에 대한 헌신과 예술로서 갖는 자유, 그리고 시대에 대한 비전을 항상 목격할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언젠가는 가능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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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박의령
    사진/ 알민 레쉬 제공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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