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빈 마커스의 초록색 연구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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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빈 마커스의 초록색 연구

데이비드 코단스키 갤러리는 프리즈 서울에서 캘빈 마커스(Calvin Marcus)의 단독전으로 이목을 끌었다. 7점의 정방형 회화 에서 느껴지는 강박적일 만큼 세밀한 묘사는 재현을 뛰어넘는 언어적 표현이다. 그 으스스한 감각이 넌지시 질문한다. 당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하여. 안다고 믿는 것에 대하여. 진실과 사실의 경계에 대하여.

BAZAAR BY BAZAAR 2022.10.08
 
Calvin Marcus, 〈Untitled Grass Painting〉, 2022, Oil and emulsified gesso on linen/canvas blend, 60x60x1 1/8inches(152.4x152.4x2.9cm). Copyright The Artist. Courtesy of the Artist and David Kordansky Gallery

Calvin Marcus, 〈Untitled Grass Painting〉, 2022, Oil and emulsified gesso on linen/canvas blend, 60x60x1 1/8inches(152.4x152.4x2.9cm). Copyright The Artist. Courtesy of the Artist and David Kordansky Gallery

서울에 온 걸 환영한다. 이 도시에 대한 첫인상을 말해달라.
초록색이 자주 보이고 깨끗하다. 아름다운 도시다.
초록은 당신의 색이지 않나. 녹색을 전면으로 다룬다는 측면에서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선보인 〈Untitled Grass Painting〉 시리즈는 과거 〈Green Calvin〉을 떠올리게 한다.
초록색은 내 작업에 우연히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필요에 의한 것일 뿐 의도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원래 잔디는 녹색이고 어떤 물고기는 녹색 빛을 띠기도 하니까. 〈Green Calvin〉의 녹색은 디지털 이미지를 대체하는 크로마키의 색을 참조했다.
〈Dead Soldier〉 같은 예전 작품이라면 배경으로 쓰였을 잡초와 작은 잎사귀를 전면에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사는 마을의 도로 주변에는 방치된 작은 밭이 있다. 원래는 동네 주민들이 식물도 심고 조경에 신경 쓰도록 남겨둔 땅인데 지금은 잡초와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다. 본질적으로 ‘야생’인 진부한 그 녹지대를 매일 몇 시간씩 산책하면서 지난다. 우연적으로 형성된 듯 보이는 녹지대를 통해 생물의 다양성에 대해 의식하기 시작했고 나에겐 그것이 흥미롭고 매력적인 만큼 상당히 우울한 양상으로 다가왔다.
 
Calvin Marcus, 〈Untitled Grass Painting〉, 2022, Oil and emulsified gesso on linen/canvas blend, 60x60x1 1/8inches(152.4x152.4x2.9cm). Copyright The Artist. Courtesy of the Artist and David Kordansky GalleryCalvin Marcus, 〈Untitled Grass Painting〉, 2022, Oil and emulsified gesso on linen/canvas blend, 60x60x1 1/8inches(152.4x152.4x2.9cm). Copyright The Artist. Courtesy of the Artist and David Kordansky GalleryCalvin Marcus, 〈Untitled Grass Painting〉, 2022, Oil and emulsified gesso on linen/canvas blend, 60x60x1 1/8inches(152.4x152.4x2.9cm). Copyright The Artist. Courtesy of the Artist and David Kordansky GalleryCalvin Marcus, 〈Untitled Grass Painting〉, 2022, Oil and emulsified gesso on linen/canvas blend, 60x60x1 1/8inches(152.4x152.4x2.9cm). Copyright The Artist. Courtesy of the Artist and David Kordansky GalleryCalvin Marcus, 〈Untitled Grass Painting〉, 2022, Oil and emulsified gesso on linen/canvas blend, 60x60x1 1/8inches(152.4x152.4x2.9cm). Copyright The Artist. Courtesy of the Artist and David Kordansky GalleryCalvin Marcus, 〈Untitled Grass Painting〉, 2022, Oil and emulsified gesso on linen/canvas blend, 60x60x1 1/8inches(152.4x152.4x2.9cm). Copyright The Artist. Courtesy of the Artist and David Kordansky Gallery
강박적일 정도로 세밀한 묘사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언어적으로 느껴진다. 묘사란 당신의 작업에서 어떤 지위를 갖나?
페인팅을 시작했을 때 나의 첫 도전 과제는 사실적 묘사였다. 유기적이고 자연스러운 재료를 조금이라도 실제에 가깝게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는 정해놓은 패턴이나 규정을 깨고 초반의 단계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미묘하게도 그림이 그만의 방식으로 그려졌다. 나의 묘사는 내가 관찰하는 무언가를 벗어나는 방식으로 가능해졌다.
많은 이들이 당신의 작업을 보고 ‘불길함’ ‘그로테스크’를 떠올린다. 나는 그 공포가 진실이 사라지고 사실만 존재하는 우리 사회와 그로 인한 실존적 위기에서 비롯한다고 해석했다. 제리 솔츠가 당신의 작업을 두고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모른다는 것 뿐이고, 모르는 상태는 그 자체로 매우 불안정하다”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종종 익숙하지 않은 것에 저항하지만 낯선 것이야말로 예술을 만들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만들고 그들이 거기에서 불편함을 느끼길 바란다.
 
Calvin Marcus, 〈Green Calvin〉, 2015, Cel-Vinyl on high fired ceramic and Honeycombed aluminum panel in artists frame, 48 1/2x96 1/2x5inches(123.2x245.1x12.7cm). Copyright The Artist. Courtesy of the Artist and David Kordansky Gallery

Calvin Marcus, 〈Green Calvin〉, 2015, Cel-Vinyl on high fired ceramic and Honeycombed aluminum panel in artists frame, 48 1/2x96 1/2x5inches(123.2x245.1x12.7cm). Copyright The Artist. Courtesy of the Artist and David Kordansky Gallery

무엇이 당신을 두렵게 만드나?
우리 뇌에 있는 화학 물질. 우리를 안정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유지시키다 일말의 문제가 생기면 바로 길을 잃게 만든다는 점 때문이다. 나는 〈Green Calvin〉에서 ‘한 사람의 지각적 뒤틀림’을 탐구했다. 그 사람이 ‘알고 있는’ 것들이 흐트러지면서 더 이상 주변의 무엇도 신뢰할 수 없는 마음 상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작업 전반에 깔려 있는 유희의 정체는 무엇일까?
음, 아마도 내가 하는 일을 자주 바꾼다는 점? 작업의 구성 방식, 대상을 자주 바꾸고 왔다갔다하는 걸 사람들은 유희라고 느끼는 것 같다. 나에게는 자극이다. 계속 움직이면서 나를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도전해야 한다. 때문에 나에겐 작업이 일종의 게임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던 걸 멈추고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 이런 의도적 방향 전환이 나의 뇌를 지루할 틈 없게 자극한다.
 
말한 대로 지난 몇 년간 당신의 작업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코가 잘린 피노키오 회화부터 닭 사체를 중앙에 고정한 조각, 자동 기술법으로 그린 듯한 스케치, 드라이클리닝 비닐에 싸인 마티니 글라스 리조트 티셔츠까지. 이 에너지의 원천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다음 주제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을 만들되 그 과정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애쓴다. 궁극적으로 나는 배우고, 추진하고, 도전하며 자유롭게 창작하고 싶다.
당신은 형식적 결단과 개념적인 방법론을 통해 당신만의 페르소나를 구축해왔다. 이를테면 〈Green Calvin〉에서 닭의 몸통에 표현된 인간의 눈, 코, 입은 일종의 자화상이다. 이번 신작 회화들 역시 당신의 ‘심리적인 자화상’인가?
원래 모든 것은 제작자의 반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Untitled Grass Painting〉의 강박적인 면은 확실히 작가 자신에 대한 묘사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전도유망한 젊은 예술가다. 예술가에게 성공이란 어떤 의미일까?
나에게 성공이란 동료들의 존경을 받는 것이다.
요즘 당신을 건드리는 화두는?
건축.
궁극적으로 당신이 추구하는 예술의 끝엔 무엇이 있을까?
나 자신을 온전히 표현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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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손안나
    사진/ 맹민화(인물), 데이비드 코단스키 갤러리 제공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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