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현욱이 입은 재킷, 셔츠는 Gucci. 보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희선이 입은 드레스는 Pink Kong. 귀고리는 Stephen Webster. 차지연이 입은 드레스는 Alex Perry by Soyoo Bridal. 귀고리는 X te. 목걸이, 반지는 Tani by Minetani. 박훈이 입은 재킷은 Saint Laurent. 셔츠는 Ann Demeulemeester. 정유진이 입은 드레스, 귀고리, 반지는 모두 Bottega Veneta.
〈블랙의 신부〉라는 제목이 마치 만화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신분 상승과 재력,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비밀스러운 결혼 비즈니스를 하는 상류층의 이야기라니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정유진: 제목만 봤을 때 ‘블랙’이 뭘 의미하는지 궁금했어요. 보통 신부는 하얗잖아요. ‘블랙’의 신부가 되어가는 과정이 곧 드라마라 흥미진진하게 시나리오를 읽어 내려가게 되더라고요. 김희선: 지드래곤 노래 중에 “내 카드는 블랙/ 무한대로 긁어버려”라는 가사가 있어요. 블랙 라벨은 옛날의 골드, 플래티넘을 뛰어넘어요. 발급 받으려면 수상 내역이나 전에 쓰던 카드의 지출 내역 같은 게 필요하대요. 굉장히 까다롭다는 거잖아요. 제목이 ‘블랙의 신부’란 걸 들었을 때 ‘블랙 레벨’에 맞는 서로의 배우자가 아니겠냐는 감은 왔어요.
각자의 욕망과 복수를 가슴에 품고 있어요. 맡은 인물들을 연기하고 싶었던 가장 강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현욱: 자동차를 진짜 좋아하거든요. 평생 못 타볼 차들을 다 탈 수 있는 기회라서.(웃음) 정유진: 그동안 없었던 악녀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지금까지 나쁜 여자 역할을 많이 하기는 했는데 조금 다르게 갈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박훈: 저는 그냥 김희선 선배랑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개인적인 팬심이 있잖아요. 나도 배우이기 전에 사람이니까. 저희 가족들은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어요. “네가 왜?”(웃음) 김희선: 소재가 재미있잖아요. 결혼정보회사가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말을 듣고 한국만의 어떤 정서를 보여줄 수 있을까 싶었어요. 외국에 비슷한 문화가 생길 수도 있고. 케이 결혼?(웃음) 차지연: ‘전략가’ 역할이라는 게 매력 있었어요. 최유선은 누구와 어떤 일을, 앞으로 어떻게 도모할 것인가가 궁금해지는 사람이었어요.
크롭트 니트 톱, 맥시스커트는 LeeyLeey. 레이어드한 티셔츠는 Allsaints. 목걸이는 Numbering. 스니커즈는 Converse.
이제 막 상반기가 지나가는데 벌써 두 작품이 나오네요. 지금까지의 수많은 작품 안에서 ‘서혜승’ 역할로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인가요?
김희선: 사람들이 저한테 무슨 일 있냐던데요? 드라마에 계속 나온다고.(웃음) 누가 괴롭혀도 끝까지 굴하지 않고 내 힘으로 일어나는 캔디 스타일 역할을 많이 했었죠. 사실 혜승도 비슷한 면이 많아요. 하지만 복수를 좀 ‘씨게’ 한다는 거. 유희랑 붙으러 갈 땐 센 언니 캐릭터예요. 옷도 가죽에 징, 뾰족 구두는 신고요.(웃음)
전작인 〈마인〉에서도 어마어마한 재벌 역할이었죠. ‘이형주’ 역시 누구나 선망하는 상류층 남자입니다.
이현욱: 전작은 집안 대대로 뼛속까지 상류층 생활이 배어 있는 역할이었어요. 나를 위해 서포트하는 사람들이 있는 게 당연시되는 상황이었고 이번에는 자수성가한 재벌이라 ‘죄송하다’는 말도 할 줄 알아요. 자산이 2조이지만 “죄송한데, 퇴근하셔도 돼요”라고 말하는 거죠.(웃음)
악녀 캐릭터 중에서도 ‘진유희’는 인생 캐릭터라고 했어요.
정유진: 이전까지는 짝사랑이었어요. 한 남자를 갖고 싶어 진심 어린 마음으로 악녀 짓을 한 거죠. 유희는 어릴 때부터 블랙의 신부가 되고 싶어서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살아온, 뼛속까지 욕망 덩어리인 인물이에요. 좀 더 능동적인 악역이라는 점에서 강하게 끌렸고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했어요.
(왼쪽부터) 정유진이 입은 재킷은 Dolce & Gabbana. 팬츠는 8 by Yoox. 샌들 힐은 Schutz. 김희선이 입은 재킷, 원피스는 Ami. 반지는 AphrosexAmondz. 슈즈는 Jimmy Choo. 차지연이 입은 톱, 재킷은 Lacage. 스커트는 Leha. 이어커프는 Portrait Report. 목걸이는 ScudoxAmondz. 슈즈는 Schutz.
최유선은 제작진이 “차지연이 연기해야만 하는 역할”이라고 할 정도로 배우의 이미지와 싱크로율이 높은 배역입니다.
차지연: 아이고 과찬이고요. 일단 결혼정보회사 ‘렉스’의 대표인 만큼 두루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제일 바빠요. 여기저기를 둘러보거나 어딘가에서 엿듣거나 지긋이 보고 있고요. CCTV가 제 부캐였습니다.(웃음)
‘차석진’은 등장인물 중 가장 순한 맛인 듯하네요.
박훈: 아날로그한 차석진이라는 사람을 배치함으로써 결혼과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아요. 정반대의 역할인 거죠. 알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등장하면 무조건 ‘끝판왕 등장’ ‘저놈이 악당이네’ 같은 댓글이 달리거든요.(웃음)
한 남자를 두고 쟁탈을 벌이는 여자, 그 중 하나를 사랑하는 남자, 그의 의붓어머니. 등장인물 사이의 상황이 서로 얽혀 있어 흥미롭습니다. 촬영장 분위기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차지연: 저는 좀 멀리서 보는 역할이다 보니 일부러 무뚝뚝하게 행동했어요. 출연 배우들끼리 분위기가 너무 좋은데 촬영 들어가서 냉정하게 연기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제일 아쉬워요. 제 연기력이 부족한 탓이죠. 정유진: 저희가 웃음이 잘 안 터지는데 한 번 터지면 진짜 힘들어해요. 김희선 선배랑 대립해야 하는데 ‘루프톱 신’에서 웃음이 터져서 나중에는 참느라 거의 울 뻔했어요. 지금도 이야기가 자꾸 새잖아요? 모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수다가 끊이지 않아요.
드레스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귀고리 1064studio. 반지는 HeradixAmondz. 장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다섯 명의 인물 중에서 본인 역할 외에 탐나는 역할이 있었다면?
김희선: 전 처음부터 최유선 역할에 끌렸어요. 정말 아래 등급부터 우리나라 0.00001퍼센트 부자까지 각계각층을 만나잖아요. 그런 직업을 어떻게 경험해보겠어요? 이현욱: 나는 혜승이. 심경의 변화로 하지 않았던 행동들을 하잖아요. 복수를 하고요. 저는 항상 복수를 당하는 입장이었어서.(웃음) 차지연: 저는 혜승이랑 유희처럼 감정을 다 토해낼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제 외모 때문에 힘 있고 카리스마가 있는 모습을 예상하고 기대하시잖아요. 그런데 제가 생각보다 각 잡는 걸 되게 힘들어해요. 박훈: 혜승이? 저도 늘 가해자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현욱이 입은 셔츠는 Dries Van Noten. 팬츠는 Levi’s. 목걸이는 ScudoxAmondz. 이너 슬리브리스,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박훈이 입은 셔츠, 부츠는 Ann Demeulemeester. 팬츠는 Levi’s.
상류층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는 대부분 큰 이슈를 몰고 왔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마치 하나의 장르가 된 것 같은데요. 〈블랙의 신부〉는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를까요?
김희선: 이게 OTT의 장점 같아요. 좀 더 리얼해요. 예전에는 재벌이나 돈 많은 이들의 삶을 그릴 때 보여줄 수 없는 한계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많아요. 이현욱: 단 한 번도 촬영장에서 편했던 적이 없었어요.(웃음) 골판지 의자가 오천만원, 침구류도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제품이고 스피커와 침대가 다 억대였어요. 차지연: 보통 우리나라에서 상류층, 재벌 소재를 다루면 대리석이나 샹들리에 같은 서양 건축 양식을 배경으로 많이 쓰잖아요. 결혼정보회사 ‘렉스’ 사무실은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해요. 거기서 이미 끝났다. 청자나 조경 같은 것도 눈여겨봐주세요.
블레이저, 트랙 재킷, 트랙 팬츠, 반지, 슈즈는 모두 Bottega Veneta.
버스에 광고가 붙어 있을 정도로 우리는 결혼정보회사와 가깝게 살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찍기 전과 후 결혼 비즈니스에 대해 얼마나 인식이 바뀌었나요?
이현욱: 재작년에 결혼정보회사 ‘가연’의 광고를 했었어요. 지하철역에 제 얼굴이 많이 붙어 있었죠.(웃음) 자산이 많을수록 매칭 횟수나 조건 좋은 사람 만날 확률이 더 높아요. 모델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생각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가입되어 있어요. 대부분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못하는 사람들이 모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차지연: 연기를 위한 정보를 얻고 싶어서 실제로 업체에 다녔어요. 제일 매칭률이 높은 실장님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 안에서 실제로 전문가들이 쓰는 언어를 정리해 직원 역할의 배우분들과 공유했죠. 이용자들이 꼽는 좋은 점이라면 소속과 신분을 철저하게 검증해서 좀 더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이현욱: 일하는 기간이나 시간이 불규칙하다 보니 상대방과 서로 이해하는 지점을 잘 찾을 수 있을까 아직은 걱정이 되네요. 그런데 여자친구 있는지부터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웃음)
가죽 재킷은 Acne Studios. 드레스는 Rokh. 체인 목걸이는 Portrait Report. 부츠는 Dr. Martens.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입니다. 결혼정보회사가 없는 국가의 사람들이나 미혼, 기혼, 이혼을 경험한 여러 사람들이 볼 텐데요. 〈블랙의 신부〉가 이들 모두에게 전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어라고 생각하세요?
박훈: 결국은 〈오징어 게임〉이나 〈설국열차〉와 같은 얘기라고 생각해요. 계급에 대한 얘기를 하는 작품들과 같은 맥락을 갖고 있다는 거. 좋고 나쁘다는 정의를 내리지 않고 이 시대의 한 부분을 보여주고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아요. 정유진: 진짜 시청자 몫인 것 같아요. 저희는 이런 게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는 거고요. 블랙코미디로 보실지 ‘진짜 저렇게까지 하는구나’라고 현실을 뼈저리게 받아들이실지 저희도 궁금하네요.
차지연: 최상을1등급이라고 쳤을 때, 마흔한 살의 차지연은 2등급까지 왔다. 왜냐하면 정신적인 건강을 잘 지키고 있고, 함께하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을 존중하고 자만하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박훈: A등급 되는 것 같아요. 내가 모자란 게 뭐가 있어?(웃음) 정유진: 저는 지금 딱 중간. 5등급 중에 3등급. 열심히 살아서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 더 열심히 1등급을 위해서 유희처럼 가려고요. 이현욱: 저는 B등급. B급 감성 아니고요. 제 바람인, 언제든 A로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서요.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요. 김희선: 저는 ‘미’로 할래요. (일동: 아름다울 ‘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