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기에리 디자이너의 집이 궁금해?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알리기에리 디자이너의 집이 궁금해?

로시 마타니의 집과 그녀의 주얼리 디자인에는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에게 받은 영감이 오롯이 담겨 있다.

BAZAAR BY BAZAAR 2022.03.11
 
거실을 배경으로. 로시 마타니가 입고 있는 데님은 Raey at Matchesfashion.com. 샌들은 Herm`es. 톱은 개인 소장품. 모든 주얼리는 Alighieri.

거실을 배경으로. 로시 마타니가 입고 있는 데님은 Raey at Matchesfashion.com. 샌들은 Herm`es. 톱은 개인 소장품. 모든 주얼리는 Alighieri.

던 클러큰웰에 있는 조용한 광장, 나무가 무성한 이곳에 자리한 주얼리 디자이너 로시 마타니(Rosh Mahtani)의 집은 마치 박물관 같은 느낌을 준다. 워싱된 화이트 컬러의 벽은 고대 유적지의 색감을 연상케 했고 앤티크 테이블에는 반짝이는 금 촛대가 놓여 있었으며, 조각 장식의 거대한 가구가 거실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집을 구성하는 각 요소는 그녀의 브랜드, 알리기에리를 닮아 있었다. 
 
거실 티테이블에 놓인 다양한 예술 서적들.

거실 티테이블에 놓인 다양한 예술 서적들.

잠비아에서 자란 마타니는 주변의 돌과 같은, 소소하면서도 특별한 무언가를 수집해왔다. 그녀는 그저 스쳐 지나갈 법한 오브제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곤 한다. “마법의 힘이 느껴지는 것들을 사랑했어요. 어린 시절엔 대부분의 시간을 이야기를 만들어내거나 상상하며 보냈죠.” 그녀는 어머니로부터 집안의 가보에 대해 배운 뒤, 보석을 가족의 역사를 상징하는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다고. “어머니께서는 보석 상자를 꺼낼 때마다 당신의 침대에 앉아 각 보석의 역사에 대해 말씀해주셨어요. 그건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졌죠.”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같은 주얼리에 같은 이야기지만, 우리의 역사를 새로 들여다볼 때마다 굉장한 편안함을 느끼게 되거든요.” 
 
마타니의 파트너 프레드 릭비가 디자인한 거실 소파.

마타니의 파트너 프레드 릭비가 디자인한 거실 소파.

그녀는 자신의 그런 면이 아버지에게서 비롯된 것이라 말했다. “아버지는 잠비아의 아주아주 작은 마을에서 자랐어요. 방 하나에서 여섯 명이 생활하며 힘들게 사셨죠. 누구의 도움도 크게 받지 않고 스스로 잘 성장하셨고요. 회계사 교육을 받은 뒤 사업을 시작하셨대요.”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의 장편 서사시인 ‘신성한 코미디(Divine Comedy)’에서 영감을 얻은 마타니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문학을 공부한 뒤 14세기의 시에 빠졌고, 2014년에 자신의 레이블을 설립했다. “길을 잃은 것 같았고, 계속 사색에 빠져 있었어요. ‘무엇을 하며 인생을 보내야 할까?’ 하고요. 그런데 그 해답을 찾을 때마다 계속 단테의 글귀가 눈에 들어왔어요. 암흑 속에서 길을 잃었지만 어둠을 헤치고 나아가 빛을 찾는, 그의 이야기 속으로 말이에요.” 그녀는 런던의 다이아몬드 및 보석 거래의 중심지인 해턴가든(Hatton Garden)에서 원 데이 밀랍 조각 코스를 수강한 후 ‘불완전한 텍스처’의 금도금 목걸이나 팔찌, 귀고리에 대한 중세시대의 상징 그리고 시를 깨닫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제 감정을 표현할 언어를 찾은 기분이었죠.” 그녀가 회상했다.
 
거실에서. 셔츠는 Totême. 데님은 Raey at Matches fashion.com. 샌들은 Hermès.

거실에서. 셔츠는 Totême. 데님은 Raey at Matches fashion.com. 샌들은 Hermès.

실제로 마타니는 자신의 주얼리를 통해 삶의 어둡고 힘든 순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해주고자 한다. “착용자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을 해소할 수 있게 만드는 물건을 만들고 싶었어요. 의미로 가득 차 있는 피스인 거죠.” 베니스에서 발견한 낡은 동전으로 만든 오브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그녀는 동전에 양각된 사자를 ‘신성한 코미디’의 첫 번째 칸토(Canto, 장편 시의 한 부분)에 묘사된 사자와 연결시켰다. 동전을 복원해 밀랍으로 주조한 뒤, 목에 걸 수 있는 장신구로 재창조한 것이다. 이는 자신의 강인함을 상기할 수 있는 상징물과도 같다. 아울러 그녀는 팔찌와 반지를 보통 세 가지 단계로 스타일링하는데, 각 피스들은 단테의 작픔 속 여정의 단계를 표현해주는 거라고. “그런 다음, 그날그날에 따라 청키한 초커를 하나에서 다섯 개까지 더해요. 저는 이것을 보호 장비라고 생각해요. 언젠가는 더 많은 장비가 필요할 수도 있겠죠.” 알리기에리는 론칭 후 자넬 모네와 지지 하디드부터 앤 공주에 이르기까지 스타일에 민감한 많은 팬을 끌어모았고, 전 세계에 1백여 개의 독립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벽에 걸린 장식품은 플리마켓에서 구입한 것.

벽에 걸린 장식품은 플리마켓에서 구입한 것.

마타니가 즐겨 입는 브랜드는 토템이나 더 로, 엘브(ELV)의 단색 옷들로, ‘주얼리를 돋보이게 하는 캔버스로서’ 이를 활용하며 미니멀하게 유지한다. 그녀는 지난 4년간 자주 입었던 레이(Raey)의 블랙 슬립 드레스나 10년 가까이 된 리바이스의 데님 재킷처럼, 특정 옷을 오래도록 입는 편이다. “유니폼 같은 옷을 찾아 고수하는 걸 좋아해요.” 그녀가 말했다. 
 
드레스는 Raey at Matchesfashion.com, 점퍼는 Totême.

드레스는 Raey at Matchesfashion.com, 점퍼는 Totême.

마타니의 집은 2년 된 파트너이자 가구 및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프레드 릭비(Fred Rigby)와 함께 오랜 시간 신중하게 공들여 만든 사랑의 결실이기도 하다. 마치 자신이 만든 주얼리처럼 말이다. “알리기에리는 현대 유산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어요. 릭비와 저 모두 집 역시 같은 방식이길 원했고요. 고고학적인 발견을 위한 현대적인 골조인 셈이죠.” 거실에 있는 커다란 크림색 소파와 안락의자는 릭비가 직접 디자인했으며, 웅장한 대리석 주방 또한 그의 작품이다. 선반을 장식하는 석조 흉상과 그릇들은 마타니가 유럽의 시장에서 공수했다. “마치 땅속에서 발굴한 것처럼 느껴지는 오래된 것들을 정말 좋아해요.” 거실 벽은 우아하게 여백을 드러내며, 가족의 모습이 담긴 그림(그녀가 구입한 첫 번째 예술작품이다)이 걸려 있다. 아래층에는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 두 점과 맨 레이, 나카무라 마사야, 어빙 펜의 책들, 그리고 당연하게도 단테의 여러 작품이 있었다. “다음을 위해 벽을 비워두는 걸 선호해요. 제 인생의 다음 챕터를 채우기 위해 벽을 준비해두고 기다리는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욕실.

욕실.

실크 재킷, 트라우저는 The Row. 샌들은 Hermès.

실크 재킷, 트라우저는 The Row. 샌들은 Hermès.

메인 침실.

메인 침실.

Rosh’s World

개인 소장품 카메라는 Pentax.‘발다프리크’ 향의 향수는 Byredo.“스페인 메노르카섬에서 마주한 사람들.”톱은 Nensi Dojaka.레드 립스틱은 La Bouche Rouge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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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Brooke Theis
    번역/ 채원식
    사진/ Kensington Leverne
    스타일리스트/ Holly Gorst
    헤어&메이크업/ Marlene Andersson
    프로덕션/ Rachel Louise Brown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Nathalie Owen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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