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Yong Sun
IT기업 대표이자 아트 컬렉터. 원화부터 아트토이, 아트피스, 유니크 피스, 굿즈까지 섭렵하여 집 안이 마치 작은 박물관 같다. 현대미술계에서 큰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는 카우스(KAWS)의 판화와 피겨를 다수 소장하고 있다.
카우스의 크고 작은 피겨들.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투영했다.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카우스의 크고 작은 피겨들이다. 피노키오와 아스트로보이, 디올 의상을 입은 BFF, 컴패니언 등이다. 피겨 수집 전에 그의 캐릭터가 담긴 판화를 먼저 집에 걸어두었는데, 그래피티 활동을 했던 카우스의 페인팅은 원화와 판화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퀄리티가 뛰어나다. 자기 식대로 창조한 캐릭터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색감이 좋아 구입했다.
카우스 컬렉터들이 많아 구하기 어렵다고 들었다.
발매할 때 기다렸다가 빨리 구입하거나, 보통은 해외 갤러리를 서치해서 산다. 헤리티지 옥션에서 낙찰받은 것들도 있다. 피노키오나 아스트로보이 같은 경우다.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옥션에 참여할 수 있지만, 작가와 작품의 가치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뛰어들길 바란다.
카우스의 크고 작은 피겨들.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투영했다.
작가는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자리한 미쉐린맨, 피노키오, 아톰, 미키마우스 등에서 영감을 받아 자기 식대로 비주얼을 창조한다. 특히 컴패니언에 인간의 감정을 투영하여 많은 사람들이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축 늘어져 있거나, 손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표정을 알 수 없는 X자의 눈 모양 등은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만들고, 작은 컴패니언을 안고 있는 등 컴패니언들 간의 관계도 흥미롭다. 점점 더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트피스 컬렉팅 후 일상에 달라진 점이 있나?
아트피스를 수집한 지는 2년 정도 됐다. 가장 처음 집에 들인 원화는 우국원 작가의 작품인데, 우연히 전시에 갔다가 동화 같은 그림의 분위기가 좋아서 3점을 구입했다. 그 후로 다른 작가와 작품에 대해 인사이트를 넓혀가며 한 점 한 점 들여왔다. 가장 큰 변화는 끊임없이 공부하게 됐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집에 간직하면 좋을, 내 취향의 작품들을 계속해서 발견해나가고 싶다.
Park Jung In 프리랜스 에디터. 비비드한 색감과 위트 있는 요소를 지닌 오브제를 좋아한다.
틀에 박히지 않은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초현실주의 아티스트 르네 마그리트의 플레이트 굿즈.
르네 마그리트 플레이트는 2015년 어느 봄날 만났다. 당시 나는 파리에서 유학 중인 친구의 집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미술을 전공하던 친구의 집 벽에는 다양한 그림들이 붙어 있었는데, 그 중 르네 마그리트의 초현실적이면서도 재치 있는 그림들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의 삶과 작품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파리 여행 일정을 과감히 줄이고 그가 나고 자란 벨기에 브뤼셀로 향하는 버스에 즉흥적으로 몸을 실었다. 브뤼셀에 도착하자마자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관습을 깨트린 그의 작품들을 오랫동안 감상했다. 미술관을 나오기가 아쉬워 기념품 숍에서 다양한 굿즈를 잔뜩 샀는데, 그 중 그의 유명한 작품이 그려진 플레이트는 초현실적이면서도 직관적이라 언제 봐도 매력적이다. 알록달록하고 강렬한 색감은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르네 마그리트는 틀에 박히지 않은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기괴하면서도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 초현실주의 아티스트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 사물을 배치하는 다양한 시도, 상상력이 발휘된 유쾌한 이미지, 다채로운 색감 등이 집약된 그의 작품은 복잡한 일상을 잠시 잊고 싶을 때 숨통을 트이게 한다. 가끔 너무 힘들고 지칠 때, 엉뚱하고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리프레시할 때가 있지 않나.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은 나에게 공상과 휴식의 시간을 준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반 고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프랑스 남부 도시 아를에 ‘루마 아를’이라는 현대미술관이 생겼다. 13년 만에 완공된 이 공간은 파리의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과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등을 설계한 유명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작품이다. 여전히 구시가적인 느낌을 잃지 않은 아를이라는 도시에 프랭크 게리의 현대적인 터치가 더해진 공간이라니, 이질적이면서도 신선할 것 같은 조합에 기대가 크다. 어떠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이 멋진 공간과의 훌륭한 마리아주를 완성해낼지도 궁금하다. 나중에 이곳에서 사 온 작은 소품으로 계속해서 그 시간을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Hwangbo Sun 프리랜스 에디터가 된 후로 주변을 차분히 돌아보기 시작했다.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환기가 되는 예술의 힘을 알아가는 중이다.
영국의 비주얼 아티스트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굿즈. 단순한 단어나 드로잉만으로도 작가의 재치와 유머를 느낄 수 있다.
꼭 전시에 가지 않더라도 매일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채널이 많아졌다. 내 인스타그램 팔로 목록에는 다수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자리하는데,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단순한 선과 색감만으로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가들이다. 이에 대한 동경은 자연스레 드로잉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현재는 이미 많은 아트 컬렉터들이 뒤따르는 영국의 비주얼 아티스트 데이비드 슈리글리부터 요즘 핫한 작가 사키(Saki)까지 다양하게 디깅(Digging)하고 있다.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드로잉을 사용해 만든 굿즈다. 작가의 원화나 아트피스는 아니지만, 작은 전시작품이라 생각하고 집에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프린트 베이커리(Print Bakery)에서 구입했다. 도미노 세트의 도미노에는 다양한 인물들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 도미노를 세웠다가 쓰러뜨리고 다시 세우는 걸 반복한다. 플라스틱 재질이라 쓰러질 때 나는 소리도 경쾌하다. ‘COCAINE’과 ‘HEROIN’ 소금&후추 셰이커와 ‘Look at This’ 패킹 테이프는 단순한 단어와 문장의 배치만으로도 작가의 재치와 유머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엉뚱하고 시니컬한 상상은 굿즈 외에 그의 페인팅에서도 이어진다.
그는 재치 있는 관찰을 통해 일상에서 나타나는 어색한 일들을 풍자하며 거침없는 표현을 선보이는 작가다. 지친 일상을 환기하고 싶을 때, 가끔 그의 홈페이지(davidshrigley.com)를 클릭하거나, 성실히 업로드되는 인스타그램(Instagram.com/davidshrigley)에 찾아간다. 그의 거침 없는 터치는 새로운 것에 갈증을 느낄 때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앞으로도 조각, 설치, 애니메이션, 음반 재킷 디자인 등 장르를 뛰어넘어 활동 중인 작가의 행보를 꾸준히 따라가볼 생각이다.
Yoon Ye Ji 일러스트레이터. 간결하고 재미난 조형적 형태를 지니고 있거나 귀여움과 유머를 겸비한 작은 소품을 좋아한다. 물건을 지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누누이 말하고 다니지만, 작업실 구석구석에는 세계에서 온 소품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커피잔 세트. 다양한 큐비즘 구조를 시도한 아티스트 파벨 야낙의 작품을 도자기 소품으로 만들었다.
2011년 봄, 프라하를 여행하다가 기대하지 않고 들렀던 큐비즘 박물관(Czech Museum of Cubism)에서 만났다. 전시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파벨 야낙(Pavel Janak)이라는 아티스트의 작품을 도자기 소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다. 세라믹 박스 시리즈, 세 가지 사이즈의 커피포트, 설탕 볼, 잔 세트가 있었는데, 형태가 독창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귀여워 한참을 고민했다. 첫날 바로 사지는 못했고 계속 마음에 남아 도시를 떠나기 전 다시 뮤지엄 숍에 들러 커피잔 세트를 구매했다. 이 커피잔은 작업실 선반에 올려놓고 전시품으로 쓰다가 가끔 특별한 순간에 드립 커피를 내려 먹는다. 개인적으로 아끼는 소품의 자격으로 이 잔을 들고 프로필 촬영을 한 기억도 있다.
사실 뮤지엄에 방문하기 전까지 이 작가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우연히 들른 뮤지엄이었는데, 조용하면서도 유머가 있는 형태로 만든 그래픽, 가구, 조형물 등을 하나 하나 재미있게 보고 온 기억이 있다. 큐비즘 박물관은 1910년대에 나타난 체코 큐비즘 작업물을 다루는 공간이다. 기울어지거나 지그재그의 형태로 과거의 수평, 수직 형태를 깨트린 양상을 보이는데, 파벨 야낙 역시 다양한 큐비즘 구조를 시도한 건축가였다. 뮤지엄의 외부는 작고 특별할 게 없어 보였고, 기대하지 않은 내부가 오히려 놀라웠다. 이곳은 특히 계단 구조물이 유명하다. 큐비즘 박물관 방문 후 프라하를 거닐며 이 도시에 미친 큐비즘의 영향을 새로운 눈으로 찾아볼 수 있었다. 마침 요즘 읽고 있는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도 이 큐비즘 작가 그룹에 속해 있었다고 한다.
팬데믹이 끝나면 영국의 큐가든을 다시 방문해서 며칠의 시간을 두고 찬찬히 관람하고 싶다. 가까운 시일 내에는 온양민속박물관에 방문할 예정이다.
Ham Eun Hye IT 회사에서 테크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스스로를 ‘맥시멀리스트’라 부를 만큼 다채로운 물건을 좋아한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에서 구입한 연필.
긴 세월 동안 아름다움을 인정받은 빈티지 제품이나 위트 있는 물건을 아낀다. 빈티지 가구와 조명, 소품들도 많지만 가장 많은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연필이다. 연필을 깎고 쓰며 필감을 느끼는 모든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예전에는 혁신의 아이콘이었지만 지금은 잊혀져가는 물건이라는 것이 애틋해 더 소중히 여기게 됐다. 현재 약 2천 자루 정도 모았다.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구입한 당신의 연필에 대해 소개해달라.
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을 하며 들른 미술관에서 하나둘 사 모은 것들이다. 스페인은 레이나 소피아, 티센보르네미사, 피카소 뮤지엄 등 유명한 미술관들이 많은데, 물건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아트숍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재미있게도 어느 관광지를 가든 연필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미술관뿐 아니라 도시를 대표하는 연필도 있고 축구팀을 대표하는 연필, 성당이나 공원 숍에서도 연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부피도 작으면서 각 장소를 상징하는 그림이나 장식이 있는 것이 기념품으로 제격이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한국 박물관의 온라인 아트숍을 통해 여러 자루를 구입했다. 그 중에서도 의궤연필은 퀄리티가 좋아 연필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처음에는 필기감이 훌륭하거나 희소한 연필을 직접 써보고 싶어 모았는데, 이제는 한 자루 한 자루가 내 지난 시간들을 품고 있는 것 같아 더 소중하다. 관광지 연필이나 호텔 연필처럼 여행지에서 만난 연필들도 그렇고, 어렵게 경매에서 낙찰받은 연필들,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받은 연필에도 의미가 있다. 빈티지 연필 또한 좋아하는데, 지금은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고급 연필을 누군가가 쓰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또 다른 누군가들을 거쳐 내게 왔다고 생각하면 시간을 물려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약 2백년 전에 수공예로 만들어진 연필도 있는데, 내게 오기까지의 시간을 생각하면 한없이 감사하고 아득해진다. 연필은 소모품이라 써버리면 세상에서 없어지기 때문에, 귀한 연필을 쓸 땐 항상 바른 마음가짐으로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굉장히 작지만 정원부터 전시관, 아트숍, 이곳을 찾는 관람객까지 모든 분위기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유독 기억에 남는 미술관이 있다. 바로 마드리드의 소로야 뮤지엄이다. 이곳은 실제 소로야가 살았던 자택을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는 집을 사랑한 가정적인 화가여서 실제 그의 정원을 그린 작품들이 많은데, 그 정원의 모습이 그대로 미술관에 남아 있었다. 아름다운 정원을 그린 작품들을 보고, 정원 그림이 둘러져 있는 연필을 사고, 그 정원에 오래도록 앉아 글도 쓰고 초콜릿도 먹었다. 이 연필을 보면 그때 앉았던 자리와 공기와 새 소리까지, 선명히 떠오른다.
아트 게임류. 좀 더 깊이 있고 풍성하게 전시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Jang Hye Jin 남편과 함께 이글루토이를 운영 중이다. 미술사를 전공했지만 지금은 취미와 컬렉션 선택에 약간의 도움을 주는 정도의 수준이다. 한때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꿨기에 명확한 선과 깔끔한 마감 위주의 작품을 선호하는 편.
‘Bold’ 라인으로 자신만의 비주얼 아트를 선보이는 그라플렉스의 피겨와 유니크 피스들.
그림, 피겨 등 아트피스를 모으게 된 계기가 있나?
어렸을 때 미술사와 미술에 관한 책을 접하면서 예술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졌다. 하지만 성인이 되자마자 이미 유명한 예술품은 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거장들의 마스터피스는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그런데 장난감을 수집하는 취미를 직업으로 승화시킨 남편을 만나면서 토이, 피겨, 아트토이, 아트피스, 작가의 유니크 피스에 이르기까지 조금 더 폭넓게 아트에 관심을 갖게 됐다. 꼭 모네, 피카소의 작품을 가져야만 아트피스라는 고정관념을 타파했달까. 내가 사는 동시대 미술에서 거장과 상업가는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한다. 무라카미나 카우스, 좀 더 나아가 데이미언 허스트나 제프 쿤스까지, 그들이 데뷔했을 때 쏟아졌던 혹평을 생각하고 지금 그들의 몸값을 보면 ‘21세기 인상파’라는 생각이 든다.
아트피스를 수집할 때 나름의 취향이 있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관심사와 겹치는 부분, 즉 어떤 컬래버레이션이 이루어졌는지 고려한다. 일본, 미국 고유의 캐릭터, 이를테면 디즈니, 루니 툰즈, 지브리 스튜디오 등과 협업한 제품이 1순위다. 다음은 카우스와 무라카미 다카시, 나아가 그라플렉스 등 자신만의 색깔로 구축한 아트 토이 및 굿즈 제품, 그 다음은 일러스트나 원색 위주의 제품군 순으로 모은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것을 찾아 해외에도 많이 나갔다. 일본, 홍콩, 미국 등 그들만의 캐릭터 산업이나 특색 있는 제품이 많은 곳 위주로 떠나서 매일 2만 보 이상 걷는다. 특히 홍콩은 작지만 그 안에 모든 것이 다 집약되어 있는 신기한 곳이다. 개미굴 같은 몽콕 장난감 거리를 뒤져 레어템을 찾아낼 때 큰 희열을 느낀다.
처음에는 그라플렉스의 〈Bold The Welcome〉이라는 7개 한정 대형 피겨에 꽂혀 무작정 작가님께 연락해 구입했고, 차츰 아트프린트, 유니크 피스까지 수집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그는 ‘Bold’ 라인을 만들어 사물을 재해석하고 세계적인 브랜드들과도 협업 중이다. 그 중 가장 아끼는 〈Bold Mouse Gold(ed 5.)〉는 예전에 발매되었던 〈Bold Mouse〉의 컴플렉스콘 한정 골드 버전으로, 총 5개만 제작되었다. 도색이 아닌 도금 처리를 하여 희소성과 품질 모두를 잡은 피겨다. 원색 피겨들 사이에 놓으면 낭중지추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아트부산 출품작이라 그야말로 피 튀기는 접전 끝에 극적으로 구하게 된, 미키마우스의 초반 버전인 휘파람 부는 증기선 윌리 도상 유니크 피스 〈Mhistle〉 역시 특별히 아끼는 작품 중 하나다. M과 W를 반대로 뒤집어 타이틀을 잡아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의 작품을 보면 생동감 넘치고 밝은 느낌을 받다가도, 또 묘한 향수가 느껴진다. 예를 들어,〈Mhistle〉은 일요일 아침마다 디즈니 만화동산을 기다린 세대로서, 순식간에 어린 시절의 나와 현재의 나, 나아가 미래의 후손들이 동시에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하지만 미키마우스를 아무리 좋아한들 그대로 따라 그리는 수준이라면 롱런하지 못할 것이다. 어릴 때의 미키마우스와 세상의 때가 적당히 묻은 지금의 미키마우스는 엄연히 같고도 다른 존재다. 자기복제가 심한 작가들도 많은 현시점에서, 있는 그대로가 아닌 나름의 의미를 담아 적당히 비틀고 재해석하는 그라플렉스의 작품이 거부감 없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 참으로 치고 빠질 때를 잘 아는 영리한 작가인 것 같다.
앞으로 꼭 구하고 싶은 작가의 작품이 있다면?
마법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미키가 몰래 요술을 부려 빗자루들에게 청소를 대신 시키려다가 명령어 오류로 인해 엉망진창이 된다는 스토리의 〈환타지아(마법사의 제자)〉. 그 ‘환타지아 미키’를 주제로 그린 〈Mizard(2021)〉를 놓친 게 정말 아쉽다. 아트토이라면 에디션이 있으니 나중에 어떻게든 구하면 되는데, 이건 소장자가 판매하지 않는 이상 구할 방법은 전혀 없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아직도 가슴이 쓰린 유니크 피스 중 하나다.
프리랜스 에디터 황보선은 최근 처음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에서 원화를 구입했다. 하루 빨리 전시가 끝나길 간절히 기다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