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밴드 실리카겔의 신곡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밴드 실리카겔이 음악과 비디오로 만들어내는 세계는 매번 새롭다. 이번에는 사막으로의 초대장이 날아왔다.

BYBAZAAR2021.10.16
 

사막을 횡단하는 실리카겔 

올 8월 새소년, 십센치, 선우정아 등이 소속된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이하 MSB)와 계약했다. 어떤 계기로 새 회사를 찾게 됐나? 
춘추: 이전까지 MSB의 산하 레이블인 붕가붕가레코드 소속이었다 보니 MSB와 나름 인연이 있었다. 그런 까닭에 새 회사를 검토할 때 후보에 자연스레 MSB가 포함됐다. 다만 우리가 좀 더 다채로운 일을 펼치게 될 거라고 기대할 만한 곳은 손에 꼽았고, MSB가 어떤 가능성이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곳이었다.
신곡 ‘Desert Eagle’은 차분한 통기타 연주로 시작되고, 약 50초 후부터 여러 악기들의 혼합과 함께 힘있게 폭발한다. 이후 중후반에 다시 잔잔해졌다가 후반부에서 극강의 힘을 쏟아내는데, 어떤 의도로 ‘약-강-중간-극강’의 구성을 짰나? 
한주: 작업 습성이랄까? 우리 음악을 들을 때의 진한 쾌감은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우리만의 ‘와우 포인트(WoW point)’를 완성했을 때 극대화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이 이번 신곡에 잘 담겼다.
가사는 ‘실리카겔과 유령들이 함께 사막을 횡단하는 가상의 상황’을 담고 있다. 누군가의 힘든 시기를 사막이라는 공간적 오브제에 빗대어 표현한 것 같다는 해석이 맞나? 
한주: 이런 해석을 들으면 무척 즐겁다. 다만 우리는 문학적으로 가사를 다루지 않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어떤 해석에도 맞다 혹은 틀리다라고 답할 수가 없다. 
건재: 더 말하자면 가사에 대단한 의미를 숨겨두지 않는 편이다. 그보다 보컬의 목소리를 특유의 음색과 선율 등을 지닌 악기로 인식하지. 
춘추: 각 말의 발음이나 각 말들의 높낮이가 자아내는 느낌에 더 집중한다. 
한주: 넌지시 구축해둔 세계관이 있긴 하다. 그것의 중심이 되는 공간이 사막이고. SM 엔터테인먼트의 ‘광야’ 같은 거다. 앞으로도 음악이나 영상을 통해 이 세계관을 은은하게 표현해볼까 한다.
뮤직비디오에는 가사에서 언급된 ‘섬광’을 시각화한 오브제로써 빛나는 구슬이 등장하고, 극중 인물들은 이 구슬을 매우 탐낸다. 이에 대한 해석도 제각각일 수 있나? 
춘추: 우리는 구슬을 비공식적으로 ‘욕망의 구슬’이라고 부른다. 그런 관점에서 노래를 만들거나 듣는 일이 다시 고귀해지는 세상에 대한 바람을 그 구슬에 담고 싶다. 누구나 음악을 쉽게 만들고, 음악을 듣는 방식도 다양해지면서 사람들이 음악을 너무 쉽게 소비하게 된 것 같다. 
건재: “넌 이걸 잘하는 사람”이라는 식의 타인의 말로 내가 설명될 때가 있다. 이를테면, 춘추는 자신이 기타를 잘 못친다고 생각하는데, 디렉터가 “춘추는 기타를 잘 쳐!”라고 말해버리면 춘추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그 구슬은 타인을 통해 확인하고 싶은 나의 어떤 모습일 수도 있다. 
웅희: 뮤직비디오를 보면 욕망을 쟁취하기 위해 서로 격하게 경쟁한다. 이를 보는데 어떤 BJ가 생각이 나더라. 콘텐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드는 난해한 콘텐츠, 그게 그 구슬 중의 하나일지도. 
한주: 섬광이나 구슬을 어떤 이상이라고 친다면, 멤버 모두가 마음 편히 살면 좋겠다는 바람이 그에 어울릴 것 같다. 내가 한동안 마음의 병을 앓았다. 그 시기를 보내면서 포기를 말하지 않고, 서로가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는 걸 깨달았지. 일단 나부터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
실리카겔은 비디오 아트에 대한 임팩트도 남다른 팀으로 꼽힌다. 다만 다년간 긴밀하게 협업했던 비디오 아티스트 멜트미러가 은퇴했고, 이로 인해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주: 멜트미러가 실리카겔 전담 아티스트는 아니었지만 그가 은퇴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를 마주하게 됐다. 실리카겔은 실제로 비디오 아트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는 아티스트로 브랜딩이 된 것 같다. 실리카겔에게 뮤직비디오는 부차적인 게 아닌 메인 콘텐츠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새 뮤직비디오가 또 다른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음악을 더 잘 듣게 할 수 있는 영상이라면 무엇이든 시도해볼 거다.
9월 23일부터 나흘간 홍대 롤링홀에서 단독 공연이 열린다. 단독 공연 때 선보일 보드게임에 대해 설명한다면? 
한주: 오래전부터 멤버 모두가 게임이라는 매체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마침 멜트미러가 은퇴한 이유가 게임 제작에 전념하기 위함이었고, 그래서 그와 함께 ‘Desert Eagle’을 소재로 한 롤플레잉 보드게임을 만들게 됐다. 게임은 뮤직비디오에 그려진 세계관의 일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보다 훨씬 큰 세계를 담고 있다.
실리카겔은 8년 차 밴드이면서 각자의 개인 활동도 두드러진다. 개개인의 삶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는 어떻게 당연해졌나? 
춘추: 팀을 유지하려면 멤버 각자가 어느 정도 풍요로운 위치에 있어야겠더라. 누구 하나가 “난 안 될 것 같아”라고 선언하면 실리카겔은 멈추게 된다. 
한주: 각자의 영역에서 얻은 아이디어와 경험이 실리카겔의 작업에 흘러들어와 긍정적으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 이게 실리카겔이 공공연히 말하는 ‘팀워크’가 아닌 ‘팀플레이’다.

Keyword

Credit

  • 글/ 김수정(프리랜서)
  • 사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 웹디자이너/ 민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