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는 어느 때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더욱이 이번 시즌엔 새롭게 만든 로고를 프린트처럼 활용한 룩이 등장해 컬렉션에 신선한 에너지를 주입했다. 발렌시아가를 해킹한 듯한 100주년 쇼로 화제를 모은 구찌는 두 브랜드의 로고를 믹스한 프린트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베르사체는 ‘라 그리카(La Greca)’라는 새로운 로고 패턴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발맹의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피에르 발맹에 대한 헌사로 1970년대 ‘미로(Labyrinth)’ 로고를 리메이크하기도.
런웨이에 떨어진 특명. “손을 감춰라.” 이번 시즌 길고 과장된 소매가 런웨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로에베와 라프 시몬스의 니트부터 릭 오웬스의 패딩 아우터, 펜디의 셔츠 원피스 등 다채로운 아이템에 적용된 기나긴 소매는 그 자체로 시선을 압도했으니. 실용성 제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지만, 시크함과 귀여움을 넘나드는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소매 길이 하나로 존재감을 발휘할 이번 시즌의 키 아이템!
이번 시즌 많은 디자이너들은 1970년대의 풍요롭고 글래머러스한 매력에 몰두했다. 히피, 디스코, 글램 록 등 1970년대의 이상주의 패션에서 영감을 받은 룩이 런웨이에 대거 등장한 것. 오버사이즈 판초, 벨보텀 팬츠와 미니스커트, 과감한 컬러의 패턴 플레이, 볼드하고 청키한 액세서리 등 반세기를 아우르며 다시 돌아온 1970년대풍 스타일은 마치 팬데믹에 지친 이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듯하다.
이번 시즌 런웨이는 라일락의 달콤한 꽃 내음으로 가득하다. 보라색에 하얀 물감 한 방울을 톡 떨어뜨린 듯한 라일락 컬러가 런웨이를 물들였으니! 새하얀 설원 위에 선보인 미우 미우의 스키복부터 마린 세르의 유니폼, JW 앤더슨의 아방가르드한 실루엣, 지방시의 롱앤린 드레스까지. 달콤하면서도 우아하고, 로맨틱하면서도 세련된 라일락 컬러에 주목할 것.
마치 벽돌 위에 올라선 듯 투박한 매력을 지닌 플랫폼 슈즈가 돌아왔다. 20cm는 족히 되어 보이는 스키아파렐리의 블랙 부츠,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에지를 더한 프라다의 롱 부츠, 시몬 로샤의 낭만적인 룩에 매치된 반항적인 워커 부츠, 발레리나 슈즈를 변주한 에르뎀이 대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