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공원〉은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공원을 6699프레스 이재영의 기획과 사진가 박현성의 사진, 음악가 김목인의 글로 기록한 책이다. 공원이 사라진다고? 이 믿을 수 없는 기사를 처음 접한 건 2018년이었다. 도시공원 일몰제로 사유지였던 공원을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매입하지 않으면 더 이상 공공의 장소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첫 촬영을 시작한 2019년 10월부터 2021년 2월 마지막 촬영까지 서울의 공원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다행히 공원은 사라질 위기를 면했지만, 코로나19가 창궐했고 시민들은 외출을 삼가해 공원은 한적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자 공원 벤치에 빨간 테이프가 둘러졌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다시 공원을 찾았고, 어김없이 서울의 공원은 모두에게 공평한 계절을 선사하며 꽃을 피우고 흩날렸다. 그 어느 때보다 공원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된 때, 우리는 삶을 따라, 계절을 따라 나고 지는 아름다움을 목격했다. 멀리 떠나지 않고도 삶 가까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시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평범한 시간은 곧 환희가 되고, 위로가 되며, 때론 용기가 된다. 〈서울의 공원〉을 만들며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받은 위로는 곧 자연을 향한 예의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공원과 사람, 숲속 생명들의 어울림으로 ‘함께 살아가는 기쁨과 존재의 소중함’을 공유하고 싶다. 그리고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가까이 있던 존재가 기억 속에만 존재하지 않고 오랫동안 서울에서 아름다운 곳으로 남아주기를 바란다.
이재영(6699press), 박현성(사진가), 김목인(음악가)

내 친구 바트가 문신을 새겨 왔다. 바트는 바지를 걷고 멋쩍게 종아리에 새겨진 수내 스팟의 전경을 보여줬다. 수내는 우리가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곳이다. 우르르 몰려 바트의 문신을 구경한 곳도 수내였다. 분당선 수내역 2번 출구로 나와서 왼쪽을 보면, 조그만 공원이 보인다. 공원인지 광장인지 모르겠지만, 나름 쉴 수 있는 벤치 네댓 개와 나무 조경이 꾸며져 있고 분수대와 너른 공터를 갖춘 작은 도시공원이다. 그곳이 우리 로컬 스팟이다. 로컬 스팟에 가면 친구들이 있다. 처음 보드를 배우고, 발목이 부러지고, 스무 명이서 웃통을 벗고 여름밤을 보내고, 생일 파티를 하고, 신발이 해지면 신발 끈을 묶어서 전봇대에 걸어놓고, 하루 종일 시도한 트릭을 성공하면 다 같이 소리 지르고, 우릴 칭찬해주는 홈리스 아저씨와 친구가 되는 곳. 보드를 타도 쫓겨나지 않고, 경찰에게 끌려가지 않고, 마음 편하게 맥주를 마시며 친구와 보드를 타는 곳. 이 계절에 더 아름답고 더 가고 싶어진다.
양성준(스케이트보드 필르머)

‘경의선 숲길’, 주로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연남동의 길쭉한 공원 끝자락에 살고 있다. 집으로 가려면 이 공원을 통해야 하는데 늘 사람으로 북적인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 데이트하는 사람, 벤치에 앉아 술을 마시는 사람, 공연하는 사람. 하루쯤은 사람이 없을 법도 한데 매일같이 이런저런 사람들이 모여들어 기다란 공원을 채우고 사라지길 반복한다. 그 틈에 서 있으면 동네도 낯설고 나 자신도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부터 쭉 걷다 보면 한 번 끊기는 지점이 나온다. 그쯤 되면 사람이 반쯤 줄어든다. 근처에는 담이 낮은 집들이 있는데 관찰한 바로는 연남동의 터줏대감 노인들이 몇 살고 있다. 그들이 기르는 알로에나 고추, 수박 따위를 소중하게 지켜보는 것이 이 공원에서 가장 사랑하게 된 일이다. 어느 일요일 오후에 그런 풍경을 보다 마음이 늘어지면 길 건너의 홍제천에서 물을 본다. 거기에는 오리들이 산다. 한겨울에도 두툼한 파카를 입고 그 길을 걸으며 오리를 보는 일로 꽤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오리들의 모양을 유심히 보다가 여의도까지 넘어가 오리배를 탄 적도 있다. 서울 한복판에 사는 이들에게 공원은 어떤 의미일까. 오늘도 경의선 숲길 끝자락을 서성이고, 저어기 한강 어딘가의 유람선이나 오리배 같은 것을 그리다 보면 한없이 낯설기만 하던 여기가 내 고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박선아(〈누데이크〉 아트디렉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