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펜디식 낭만을 재창조하고 있는 펜디의 킴존스와 나눈 이야기.

불확실한 시대, 낭만을 재창조하는 펜디의 디자이너 킴 존스는 정석대로 일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

BYBAZAAR2021.05.13
 
 
펜데믹으로 인한 줌의 시대는 역설적으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순간들을 가져다줬다. 예를 들면 난 런던에 있고 디자이너 킴 존스는 파리에 있었는데, 내가 그에게 연락했을 때 그는 크리스티 털링턴과 그녀의 조카 제임스의 피팅을 보고 있었다. (펜디 쿠튀르 쇼 바로 이틀 전이었던 지난 1월 말의 일이다.) 동시에 점심식사 중이었다는 사실. 존스에게 지금 시간이란 가능한 최대한 쪼개어 써야 하는 것이다. 디올 남성복 컬렉션을 감독하고 펜디 여성복을 디자인하면서 끊임없이 파리와 로마를 오가며 일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는 지난 1월, 2021 봄 쿠튀르 위크에서 펜디 컬렉션으로 데뷔했다. 이 컬렉션에서 그는 매우 중요한 몇 가지를 성공적으로 시도했는데, 첫 번째 쿠튀르와 여성 컬렉션이 그것이다. 결과론적으로 그는 2019년 사망할 때까지 펜디 역사상 54년이라는 놀라운 재임 기간을 가졌던 디자이너 故 칼 라거펠트 이후 펜디의 두 번째 외부 아티스틱 디렉터가 된 것이다.(실비아 벤투리니 펜디가 2019년과 2020년 아티스틱 디렉터를 맡았다.)
 
41세의 디자이너 존스는 우리가 대화하기 직전 수트를 입은 크리스티와 제임스의 영상을 보내왔다. 카라라 대리석을 연상시키는 패턴으로 이루어진 파프타 소재에 굽이치는 형태의 과장된 트레인이 특징적인 의상이었다. 그는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가 1928년 발표한 소설 속 인물 올랜도에서 영감을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올랜도는 버지니아 울프가 자신의 애인이자 작가였던 비타 색크빌 웨스트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만든 캐릭터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바꿔가며 생활한 시인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생일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어요.” 존스가 내게 말했다. 그는 현재 울프와 20세기 초 영국의 지식인과 예술가 집단이었던 블룸즈버리그룹(Bloomsbury Group)에 푹 빠져 있다. 보헤미안적인 라이프스타일과 열성적인 창의력으로 오랜 세월 패션계에 영감이 되어온 바로 그 그룹 말이다. 존스는 울프의 언니이자 화가인 버네사 벨과 그녀의 파트너 던컨 그랜트의 시골집 찰스턴을 처음 방문했었던 자신의 소년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약 2만 권의 책과 그룹에서 나온 초판으로 꾸며져 있던 그 거대한 도서관의 브로셔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극작가 노엘 코워드가 이전에 소유했던 책을 포함해 〈올랜도〉의 여러 버전을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중에는 특별히 황금색으로 자신의 이니셜을 새겨 놓았던 비타 색크빌 웨스트 버전도 있다.
 
모든 의상과 액세서리는 Fendi Couture

모든 의상과 액세서리는 Fendi Couture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진행된 이번 펜디 쿠튀르 쇼에서 데미 무어, 케이트 모스와 그녀의 딸 릴라, 벨라 하디드 등 디자이너의 친구들로 이루어진 모델들은 마치 책 사이를 통과하듯 유리 케이스 미로를 탐색하며 지나갔다. 런웨이는 위에서 볼 때 더블 F(1965년 라거펠트가 취임 첫 해 디자인한 펜디 로고였다)의 시리즈 형태로 만들어졌다. 또한 이번 무대는 펜디 역사상으로는 첫 번째 봄 쿠튀르 컬렉션이기도 했다.(라거펠트는 2015년부터 모피에 집중한 가을 펜디 쿠튀르 컬렉션을 네 번에 걸쳐 선보였고 벤투리니 펜디는 2019년 가을 쿠튀르 컬렉션을 공개한 바 있다.)
 
라거펠트 또한 존스처럼 열렬한 책 수집가였다. 물론 우리가 알다시피 펜디와 샤넬,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하우스의 아티스틱 디렉터를 동시에 맡은 멀티 플레이어이기도 했고. 존스도 2018년 첫 디올 쇼에 참석해준 라거펠트를 마음 깊이 존경한다. 돌이켜보면 라거펠트의 펜디 의상은 그래픽적이고 날카로웠으며, 때로는 초현실적이고 위트가 넘쳤다. 디자이너의 로고였던 더블 F가 ‘유쾌한 퍼(Fun Furs)’를 상징하는 만큼 하우스에서 오랫동안 이어진 그의 유산은 퍼 코트를 캐주얼하고 모던하게 되살리기 위해서 편안함을 더한 것이었다. 한편 대중의 인지도 면에서 볼 때는 벤투리니 펜디가 디자인한 바게트 백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것은 실제로 1990년대 명불허전 베스트셀링 아이템으로 등극했고 이는 결국 2001년 LVMH에 인수되는 계기가 된다. 바게트는 현재, 존스가 3년 전 부활시킨 디올 새들 백에 힘입어 등장한 Z세대의 리바이벌 패션 물결을 타고 다시 핫한 아이템으로 급부상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스의 첫 펜디 컬렉션에는 과거 그의 모던한 스타일과는 대조되는 어떤 낭만주의가 읽힌다. 존스는 “펜디의 아카이브를 살펴본 후 지금 제가 하고 싶은 것은 펜디를 정말 가볍게 만드는 것이에요.”라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그건 라거펠트가 전통적인 모피코트의 무거움을 벗어던지는 데 사용한 방법이었는데, 존스의 쿠튀르 디자인은 이러한 그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다. 튤과 오간자의 레이어링, 케이프와 코트에 흩뿌려진 깃털처럼 가벼운 퍼 장미 장식이 그 예다. “저는 소재를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서 요즘 우리 삶에 부합하지만 여전히 완전하고 아름다운 것이 되었으면 해요.”
 
존스는 런던에서 덴마크인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지질학자인 아버지의 독특한 커리어로 인해 지속적으로 이동과 이사를 반복하며 성장해온 그는 에콰도르, 카리브해,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이렇게 어린 시절에 길러진 여행에 대한 애정은 현재까지도 이어진다. 루이 비통에서 남성복을 다룬 지난 7년 동안은 파리에서 생활했지만 몇 년 전 런던으로 돌아왔다. 그의 집은 건축가 지아니 보츠포드의 이상할 정도로 따뜻하고 매혹적인 거대한 콘크리트 돌로 지어졌는데, (조금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지만 어딘가 리얼하고, 동시에 엄청나게 고귀해 보이지만은 않는다.(그건 아마도 한쪽 벽 박물관 유리 뒤에 걸린 프랜시스 베이컨의 러그 때문일 것이다.)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존스는 이곳에 그의 런던 스튜디오를 만들었고 펜디 데뷔를 준비하며 한편으로 디올 컬렉션을 작업했다고. “록다운 기간에 펜디 쿠튀르 디자인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집에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살펴봐야 했죠.”라고 그가 말한다. 그렇게 빌라 보르게세의 정원을 배경으로 한 버네사 벨의 그림 카탈로그에서 블룸즈버리 세트와 펜디의 로마 유산 사이의 연결고리를 발견한 것이다. 〈올랜도〉는 펜디가 창립된 1925년으로부터 3년 후 출간된 책으로 존스는 소설에서 다룬 성의 유동성, 기후 변화에 관련해 증가하는 불안 등과 같은 몇 가지 테마가 현재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중에서도 존스의 친구인 애드와 아보아에게 입힌, 수트 재킷과 이브닝 가운의 요소를 결합한 상징적인 쿠튀르 룩은 전형적인 올랜도 캐릭터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존스가 펜디 아카이브에서 한 번도 제작된 적 없었던 라거펠트의 스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모티프로 만든 것이었다. “결국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죠.” 존스가 말했다. “어쩔 수 없이 끌리는 거예요.”
 
 
 
3대의 펜디 여성들에 의해 경영되어온 만큼 펜디에 있어서 가족의 중요성은 디자이너인 존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결국엔 크리스티 털링턴과 그녀의 조카인 제임스, 케이트 모스와 릴라, 아보아와 그녀의 동생 케세와, 그리고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의 두 딸 리오네타 루시아노 펜디와 델피나 델레트레즈 펜디를 쇼에 캐스팅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저에게 펜디는 가족의 개념으로 존재했어요.” 존스가 말한다. “그래서 제가 합류했을 때 다음 세대를 쇼로 불러들이고 싶었죠.” 자신의 주얼리 라인을 가지고 있는 재능 넘치는 디자이너 델레트레즈 펜디는 하우스의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펜디를 위한 추가적인 디자인 피스를 제작하기도 했다. 무라노 유리의 샹들리에 귀고리, 이어커프, 헤드 피스 등을 만들어 쿠튀르 컬렉션의 방점을 찍은 것. 그녀의 어머니이자 액세서리와 맨즈웨어 디렉팅, 그리고 존스와 함께 백을 맡고 있는 벤투리니 펜디 여사는 진주로 싸인 책과 올랜도의 구절이 새겨진 조개 모양의 미노디에르(금속으로 장식한 화장품 케이스, 미니 이브닝 백)를 디자인했다.
 
“여성들이 운영하는 브랜드이고 저는 그런 팀에 들어가는 남성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어요.” 그가 말한다. 실제로 실비아의 어머니인 안나, 안나의 언니 파올라, 그들의 자매인 프렌카, 칼라, 알다 펜디로 이루어진 다섯 명의 자매들은 그들의 부모가 이탈리아 전후의 패션 붐 시대에 설립한 패션 하우스를 국제적인 명성으로 키운 장본인들로, 후에 라거펠트를 디자이너로 고용한 사람들이다. “저는 제가 존경하고 신뢰하는 여성들을 모두 참여시키고 싶었어요.” 오랜 친구인 모스와 액세서리 라인을 의논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그녀는 물론 좋은 취향을 가지고 있고요.” 그가 덧붙였다.) 오랜 세월 존스의 오른팔이었던 루시 비든 또한 팀에 합류시켰다.
 
그는 펜디에 관한 그의 비전이 아직 개발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한 움직임은 빠른 느낌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가 일하는 방식이니까. 존스는 이미 7월에 선보일 2021 가을 쿠튀르 컬렉션 구상에 빠져 있는 상태다. “우리는 지금까지 쿠튀르 컬렉션과 레디투웨어 컬렉션, 그리고 스페셜 컬렉션을 디자인했어요.” 그가 설명한다.(펜디는 4월 리미티드 에디션 캡슐 컬렉션을 론칭할 예정이다.) “서둘러 준비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어요. 그 안에 재치가 있으니까요. 펜디는 지금껏 일한 브랜드 중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요.”
 
하지만 존스가 펜디의 미래에 과감히 손을 대더라도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 진행할 것이다. “저는 이 브랜드를 매우 다르게 보고 있어요.” 그가 말을 이어갔다. “쿠튀르는 판타지이고 뭔가 아름다운 것이죠. 레디투웨어는 조금 다른 방식이에요. 그리고 쿠튀르에서 해온 몇 가지 형태는 분명 레디투웨어에서도 아름다울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매우 다른 방향으로 접근할 예정이에요. 이것이 앞으로 지속하고 싶은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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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황인애
  • 글/ Alexander Fury
  • 번역/ 이민경
  • 사진/ Alexandre Guirkinger
  • 스타일링/ Camille Bidault-Waddington
  • 모델/ Blesnya Minher
  • 헤어/ Akemi Kishida(GHD)
  • 메이크업/ Hugo Villard
  • 매니큐어/ Anais Cordevant(Manucurist)
  • 프로덕션/ Cinq Etoiles Productions
  • 웹디자이너/ 한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