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맛의 근원을 찾아서

음식과 요리를 사랑하는 사민 노스랏이 전하는 소금, 지방, 산, 열에 대한 정보.

BYBAZAAR2020.04.10
자취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는 요리를 할 줄 알 것이다.
 
자취인에 대해 흔히들 갖는 기대다. 그러나 모든 자취생이 이러한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반조리 식품과 배달 앱에 의지해 식사를 해결하는 이가 점점 많아지는 것이 현대인의 양상 아닌가. 나 또한 그러했다. 먹는 행위 자체를 귀찮아하며, 오직 허기짐을 달래기 위해서 아무 음식이나 ‘넣고는’ 했으니. 먹고 맛보는 즐거움을 모르는 것은 물론,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라면뿐인 현대인 중 한 명이었다.
 
여느 날처럼 무료함을 달래려 넷플릭스를 켰다가 〈소금, 산, 지방, 불〉이라는 이름의 다큐멘터리가 눈에 들어왔다. 독특한 제목에 끌려 4부작으로 이루어진 영상을 연달아 보았고, 이는 곧 요리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으나 안타깝게도 이내 잊혀지고 말았다. 다시 한 번 요리에 대한 열망이 생기게 된 것은 동일한 내용을 담은 책이 우리말로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였다. 〈소금 지방 산 열〉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이 책은 다큐멘터리와 같이 저자 사민 노스랏의 이야기를 담는다. 누구보다 온 마음을 다해 음식을 만들고, 온 마음을 다해 먹는 사람. 음식을 대할 때 혀와 코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귀도 기울일 수 있는 사람. 기존 요리책과는 다르게 그는 요리의 기본이 되는 네 가지 요소에 집중한다. 쓴맛을 최소화하고 단맛의 균형을 잡는 ‘소금’, 풍미를 강화하고 질감을 형성하는 ‘지방’, 음식의 균형을 잡는 ‘산’, 다양한 풍미와 질감의 변형을 일으키는 ‘열’이 곧 책을 구성하는 동시에 요리의 기본이 되는 요소인 것이다. 2부로 나뉜 이 책은 1부에서는 네 가지 요소에 대한 설명을, 그리고 2부에서는 레시피와 조언을 담았다. 사민 노스랏이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그가 제안한 레시피는 하나의 권장사항으로 삼고 요리하는 사람의 미각이 최종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주방을 꺼리는 큰 이유는 할 수 있는 것도, 아는 것도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참여하게 되면 그만큼의 지식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요.” 다큐멘터리에서 사민 노스랏은 이렇게 말한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굉장한 요리 실력과 뛰어난 두뇌가 아니라 꾸준함일지도 모르겠다. 며칠 만에 요리왕이 될 수는 없겠지만 책을 보고 나니 27년 동안 완전히 담 쌓아왔던 요리와 조금은 친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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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컨트리뷰팅 에디터/ 문혜준
  • 사진/ 세미콜론,넷플릭스
  • 웹디자이너/ 김유진